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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놓으면 편해질 것을

by 자한형 2023.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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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놓으면 편해질 것을/ 김교환 기자

어떤 사람이 스님을 찾아가서 스님, 저는 사는 게 너무 힘듭니다. 매일같이 이어지는 스트레스로 인해 너무나도 불행합니다.” 이 말을 들은 스님은 제가 지금 정원을 가꿔야 하거든. 그동안에 이 가방을 좀 가지고 있으시오라고 부탁을 한다. 그는 스님의 부탁에 당황했지만 정원 가꾸는 일이 급해서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어깨가 아파온다. 하지만 스님은 일을 마칠 생각도 하지 않는다. 참다못해 그는 스님께 물었다. “스님, 이 가방을 언제까지 들고 있어야 합니까?” 이 말에 스님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아니, 무거우면 내려놓지 뭐 하러 지금까지 들고 계십니까?”

몸과 마음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하려면 바로 자신이 가진 것들을 내려놓으면 된다. 내려놓으면 편안해지는데 그 무거운 것들을 내려놓지 못하고 가지고 있으려고만 한다. 우리는 어렵게 살아온 세대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채우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버리는 일에 서투르다. 살면서 하나 둘 모아온 물품들로 생활공간을 다 메우면서도 안 쓰고, 모으고, 아껴 쓰는 것이 체질화되어 무엇 하나 버리지 못하는 버릇이 몸에 익숙해졌다. 이제라도 무겁기만 하고 자리 차지만 하는 쓸모없는 것들이 주변에 없는지 살펴보자. 내가 입던 옷들, 생활용품들, 장신구들, 쌓여있는 책들... 지금은 내 몸에 맞지도 어울리지도 않을 뿐더러 아무런 소용도 없지만 버리려고 하니 너무 아까워서 버리지 못한다. 수필 무소유를 쓴 법정스님이 친구로부터 선물 받은 난 화분 때문에 바람이 불어도 햇볕이 강해도 출타 중 늘 신경쓰였는데 없애고 나니 그렇게 마음이 편하더라는 이야기가 새롭게 생각난다. 소유에 대한 집착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 대상에 얽매어 살 수 밖에 없다.

불필요해진 물건들 과감하게 버리고 비우면 삶의 공간이 넓어지는 만큼 마음도 여유롭고 편해질 것이다. 천년만년 살 것처럼 버리지 못하고 언젠가는 또 쓰일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이야 말로 부질없는 짓이다. 내 주위는 내손으로 깨끗하게 정리하자. 그리고 이젠 마음도 가볍게 할 때다. 욕심을 버리자는 이야기다. 세상에서 아무리 가져도 만족을 모르는 동물은 인간뿐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욕심은 비교하는 마음에서 나온다. 물론 인간생활에서 비교는 죽기 전까지 끝없이 이어지는 과정이라곤 하지만 그래도 욕심 때문에 건강, 인심, 덕망 등 많은 것을 잃는 노탐대실(老貪大失)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젠 남과 나를 비교하기보다 차라리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하면서 내처지 내 분수에 만족할 나이가 되었다. 이미 필요 없어졌거나 의미가 없어진 일을 포기 못하는 사람이 어리석은 사람이다. 그저 이웃과 좋아하는 사람과 즐겁게 지내며 아픈 곳 없이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이 행복이다. 남보다 뛰어난다고, 똑똑하다고, 잘났다고, 많이 안다고, 내가 더 잘 할 거라 생각 말자. 늙음은 직업, 재력, 건강 등 모든 것을 평준화 시킨다. 잘 났다고, 많이 가졌다고, 건강하다고 자랑해봐야 세월은 못 당한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바로 자신이 움켜쥐고 있는 것들을 하나씩 내려놓으면 된다. 놓으면 편안해지고 자유로워지는데 우리는 많은 것들을 내려놓지 못해서 힘들고 어렵다. 버리고 비우면서 살자. 내려놓으면 인생이 즐겁고 지금 이 순간을 즐겁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길이다.

마음 관리가 곧 자기 관리다

그리스 철학자 소크리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했다. 이는 자기의 그릇과 재능, 역량 등이 어느 정도인지 바로 알라는 뜻이다. 그런데 자신을 안다는 것도 어렵지만 자신을 관리한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흔히 우리는 자신을 잘 안다는 착각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남들이 생각하는 나와 내 자신이 생각하는 나의 두 모습이 때로는 너무 다를 수가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자기는 남들에게 좋은 쪽으로만 인정을 받고 싶고 능력 있는 사람, 훌륭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만 남들은 상대방의 보고 싶은 면만 보면서 일방적으로 그 사람을 평가하려고 한다. 그런데 남의 눈만 의식하다가 보면 자신은 간데없고 남의 생활을 대신하는 위선자가 될 수도 있다. 물론 남이 보는 나와 나 자신의 일치는 어렵더라도 우리는 위선이 아닌 최선의 자기 모습을 잃지 말아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만큼 세상 사람들은 나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다. 남의 눈치 보지 말고 자기 길을 가면 된다. 흔히 우리는 무슨 일이던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이야기를 자주하는데 어떤 생각이 자기 마음의 주인인가에 따라 행, 불행이 갈린다. 살아가노라면 고통스러울 때도 있고 좌절할 때도 있고, 슬픈 일을 겪을 수도 있다. 고통도, 슬픔도, 좌절도 피할 수 없는 인생살이의 일부일 수밖에 없다. 결코 자신을 좌절로 고통으로 슬픔으로 구속하지말자. 오래 마음에 담아두면 안 된다.

우리의 마음은 바로 육체와 정신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로서 마음이 생각을 낳고 생각이 바깥으로 나타나면 행동이 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하나가 아니요 둘이다. 눈에 보이는 바깥세상과 눈에 안 보이는 마음 세상이 그것이다. 마음은 팔 수도 살 수도 없지만 넓게 쓰면 온 세상을 다 덮을 수 있고 좁게 쓰면 바늘 하나 꽂을 구멍도 안 생긴다. 그리고 마음은 아무리 퍼 주어도 줄지도 안는다. 몸이 가는 길은 걸을수록 지치지만 마음이 가는 길은 멈출 때 지친다. 구름과 바람의 방향은 바꿀 수 없지만 돛단배의 돛으로 배의 방향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듯이 흐르는 세월은 어쩔 수 없지만, 마음이 가는 길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고 돌아가는 길도 있다.

프랑스 최고의 소설가 모파상은 여자의 일생을 비롯해서 그가 쓰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가 되어 부와 명예를 한 몸에 얻었지만 만족을 모르고 끝내 자살을 시도하다가 미수에 그치고 1년 동안 정신병자로 살았으며 결국 43세에 생을 마쳤는데 그의 묘비에 나는 모든 것을 갖고자 했지만 결국엔 아무 것도 갖지 못했다라고 평소 자주하던 말이 기록되어있다. 이는 모든 것이 마음가짐에 달렸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마음을 관리하는 것이 자신을 관리하는 것이요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자신을 다스리는 길이다.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자. 만족이 내 마음의 주인이 되면 얼굴도 항상 밝은 모습이 되지만 마음에서 만족을 못하면 천금을 얻어도 부족하고, 괴롭고, 허전하다. 행복도, 불행도, 사랑도, 미움도 결국 마음에서부터 나오는 것이니 마음관리가 곧 자기관리이다. 그리고 마음이 내킨다고 일이나 행동을 급하게 서둘지는 말자. 몸이 급해지면 마음이 급해지고 머리가 복잡해져 스트레스에 빠진다. 나이로 살지 말고 생각으로 살라는 말도 있다. 나이보다 생각으로 세상을 보라는 말이다. 매사는 마음먹기에 달렸다. 남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인정을 받으려면 그만큼 자신과의 힘드는 싸움이 있어야 한다. 잔잔한 호수 위의 백조가 무척 평화스러워 보이지만 물속에서는 끊임없는 발길질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