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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인물

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2

by 자한형 2024.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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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2 /호야아빠- 나의 과학 인생

1970년부터 1990년까지 나는 옥스퍼드 동물학부에서 동물행동학을 가르치는 강사였고, 이후 승진해 1990년부터 1995년까지는 부교수(리더reader)로 일했다. 강의 의무는 딱히 부담스럽지 않았다. 최소한 미국에 비하면 그랬다. 나는 동물행동학뿐 아니라 새로 선택 과목이 된 진화 수업을 담당한 첫 강사 중 한 명이었다. (27)

내가 뉴 칼리지에 재직하던 초기에는 학생이 전부 남자였다. 1974, 여학생도 받기를 원했던 우리 펠로들은 교수 투표의 다수결에 필요한 3분의 2를 얻는 게 간발의 차로 실패했다. (29)

내가 가르치기 시작했을 때는 개인 지도가 보통 일대일이었지만, 차츰 한 번에 두 명씩 가르치는 경우가 흔해졌다. ... 나는 대학생일 때 개인 지도 시스템을 좋아했고, 일대일 지도를 훨씬 선호했다. (29)

나는 권했다. "좋아하는 질문의 주제에 대해서 자신이 세계적 권위자라고 가정하세요. 그렇다면 자기가 아는 내용의 아주 작은 일부만을 쓸 쑤 있겠죠." 나는 어니스트 훼밍웨이에게 동의하여, 학생들에게 '빙산의 일각만 드러내기' 수법을 권했다. 빙산의 10부의 9는 물에 잠겨 있다. 만일 당신이 어떤 주제에 관한 세계적 권위자라면, 세상이 끝날 때까지라도 그 주제에 대해서 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에게 주어진 시간은 남들과 마찬가지로 딱 한 시간이다. 그러니 빙산의 꼭대기만 교묘하게 드러냄으로써 평가자가 물밑에 잠긴 거대한 부피를 짐작하도록 하는 게 좋다. (44)

자연선택은 구두쇠 경제학자와 같다. 눈에 보이지 않는 동전 한 푼까지 셈하고, 지켜보는 우리 과학자들은 알아차리지도 못할 만큼 미묘한 비용과 편익을 따진다. ... 자연선택은 그렇지 않다. 자연선택은 오로지 하나의 '효용'만을 극대화한다. 그것은 바로 유전자의 생존이다. (83, 84)

유전자든 개체든 어떤 대상을 '행위자'로 의인화해보는 게 왜 도움이 될까? ... 노벨상 수상자인 생물학자 자크 모노가 이렇게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이런 종류의 화학 문제에 부딪히면, 나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봅니다. 내가 만일 전자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까/" 이 말이 내 기억에 남은 것은 그 풍부한 상상력 때문이었다. (84, 85)

영국에서는 옥스퍼드대학 출판부, W. H. 프리먼, 롱맨, 펭귄, 바이델펠트, 램던하우스, 미국 출판사 목록도 이만큼 길다. 이런 난잡한 배신행위에 딱히 하나의 이유의 없다. 오히려 그 반대 이유, 즉 충성심 때문에 시작된 일이었다. 마이클 로저스라는 편집자에 대한 충성심 때문에. 그가 - 출판계에서는 제법 흔한 일인데 - 심란할 만큼 자주 고용주를 바꿨기 때문이다. (195)

'리처드 도킨스의 진화론 강의' .... 그런데 랄라의 기여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 책은 이제는 꽤 오래된 우리의 공동 낭독 전통을 '우연히' 개시한 책이었다. (214)

나는 혼자서 다윈의 '종의 기원'도 녹음했다. ... 빅토리아 시대 문장은 현대인의 귀에 익숙한 것보다 좀 더 길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 경험 덕분에 나는 다윈의 지혜와 지성을 이전보다 더 깊이 존경하게 되었다. 그건 정말정말 깊다는 뜻이다. (218)

랄라는 나더러 이제 '과학의 대중적 이해를 추구하는 시모니 석좌교수'가 되었으니 내가 시인들과 예술가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21)

그때 랄라가 영감 어린 첫 문장으로 나를 낙담에서 구해주었고, 나는 그 말을 토씨 하나 바꾸지 않은 채 그대로 썼으며, 그러자 금새 뒷부분의 어조가 정해졌다. 첫 문장은 이랬다. "여러분은 아리스토텔레스에게 개인 지도를 해줄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를 뼛속까지 전율시킬 수 있을 겁니다." (222)

'조상이야기' ... 어느덧 계약서의 마감일이 코앞으로 다가와서 나를 짓눌렀다. 나는 프로젝트를 포기하고 선금을 출판사들에게 돌려주고 싶다는 비겁한 심정에 빠졌다. ... 내가 장애물로 여겼던 것을 나보다 서를 살 아래의 얀은 도전으로 여겼던 것이다. (224, 226)

'조상이야기'가 출간된 직후였던 2005년 초, 존 브룩먼이 예전에 '만들어진 신'을 미국에서 내자는 내 제안에 반대했던 입장을 이제는 버렸다고 알려왔다. 조지 W. 부시가 신권정치로 기운 것이 - 부시는 문자 그대로 신이 그에게 이라크를 침공하라고 말슴하셨다고 말했다 - 존의 전폭적인 입장에 분명 관계가 있었다. (236)

'신무신론자들' ... 분명 이전에는 '삼총사'였으나 크리스토퍼의 책이 나온 뒤 '네 기수'로 바뀐 것 같다. (241)

'지상 최대의 쇼'(2009) ... 책 제목은 미국의 유명 서커스 이름에서 땄다. 다만 내가 저 문구를 처음 본 것은 고맙게도 이름 모를 누군가가 내게 보내준 티셔츠에서였다. 티셔츠에는 '진화, 지상 최대의 쇼, 마을 유일의 게임'이라고 적혀 있었다. (248)

'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2011)... 나는 진실된 과학적 대답을 주기 전에, 장마다 해당 질문에 대해서 전 세계 신화들이 내놓았던 대답을 먼저 들려주었다(이 멋진 발상은 내 동료인 심리학자 로빈 앨리자베스 콘웰의 생각이었다). (248)

다음 책은 이 자서전의 앞 책인 '경이를 향한 갈망'(2013)이었따. (250)

나는 토론이라는 형식을 썩 좋아하진 않는다. ... 하지만 나는 서로 맞선 변호사들처럼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는 토론회 자체에는 환멸을 느끼게 되었다. (327)

그야 물론 변호사들에게는 좋은 훈련이 될 것이다. 하지만 내게는 청년들이 임의로 부여받으 대의를, 더구나 자신이 믿지도 않는 대의를 무엇이 되었든 다 섬기는 수사법을 연마한다는 것이 어쩐지 매춘과 비슷한 일로 느껴진다. 심지어 자신의 믿음과 반대되는 대의를 옹호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내가 어떤 웅변을 듣고 감동한다면, 나로서는 그 웅변이 진심이었으면 좋겠다. (327, 328)

훌륭한 배우라면 자신이 맡은 포샤라는 인물에 철저히 동화하기 때문에, 그가 말하는 '자비의 본질' 연설은 우리에게 정말로 진심처럼 느껴진다. 반면 자신이 믿지 않는 내용을 변호하는 변호사는 그럴 수 없을 것이다. 아니, 그럴 수 없어야 한다. (328)

영국 법(스코틀랜드와 미국 법도 그런 것 같다)'줄다리기' 원칙에 의거한다. 어떤 의견 대립에 대해서든, 일단 누군가에게 해당 명제를 가장 강력한 방식으로 옹호하도록 시킨다. 그가 그 명제를 믿는 안 믿든 상관없다. 그리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 명제를 가장 강력하게 반대하도록 시킨다. 그 뒤에 줄다리기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보는 것이다. 이것은 유럽 법의 특징에 가까운 '조사위원회' 원칙과 대비되는데, 아마 내가 순진한 탓이겠지만 내 눈에는 후자가 좀 더 정직하고 인간적인 것처럼 보인다. 이 접근법은 다들 둘러앉아서 증거를 놓고 살펴보면서 실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알아내보자는 방식이다. ... 그의 의뢰인이 유죄란 사실은 바보도 알 수 있을 만큼 뻔했지마, 그런데도 그 대단한 변호사가 배심원들을 설득해냈다면, 변호사의 평판에는 더더욱 좋다. (328, 329)

나는 미국의 어느 총명하고 젊은 피고 측 변호사와 대화하다가 심한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그녀는 자신이 고용한 사설탐정이 의뢰인의 결백을 의심의 여지없이 보여주는 증거를 찾아냈다며 기뻐했다. 나는 물었다. "축하합니다. 그런데 만일 탐정이 의뢰인의 죄를 결정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를 찾아냈다면 어떻게 하셨겠습니까?" "무시했겠죠." 그녀의 뻔뻔한 대답이었다. "검사 측 증거는 검사 측이 찾아내야죠. 저는 저쪽을 도우라고 돈을 받은 게 아니에요." 그것은 살인 사건이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줄다리기에서 '저쪽' 검사 측에게 지느니 증거를 숨기는 게 낫다는 말을 하고도 거리낌 없이 즐거워했다. ... 그러나 나는 이런 태도를 재깍 비난하는 변호사를 아직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변호사들은 '우리' '저쪽' 연기를 하도 많이 마셔서 그 사실을 인식조차 못한다. 나는 숨이 막히는데도. (329)

하지만 50대가 되고 그동안 일대일 지도에 쏟은 시간이 600시간이 이르다 보니, 슬슬 싫증이 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이제 나는 스스로의 기대만큼 잘하지 못하는 것 같았고, 이전만큼 잘하지도 못했다. 최선을 다하고는 있었지만, 은퇴하려면 아직 15년쯤 더 남았는데 나보다는 새로운 사람이 튜터로 영입되면 뉴 칼리지 생물학부에 더 유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커졌다. 동시에 나는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옥스퍼드 담장 너머의 더 폭넓은 대중에게 설명하는 데 전념하는 편이 세상을 좀 더 낫게 만드는 길일 거라는 확신을 품게 되었다. (370)

나는 수십 년 동안 열두 권의 책을 썼다. 그 책들을 쓰려고 조사하고, 글을 쓰고, 교정하는 일이 내가 깨어 있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에 내 머릿속을 채웠다. (419)

나는 각각의 주제가 한 책에서 다른 책으로 연속적으로 발전한 과정을 좇고, 그 주제가 언제 맨 처음 내게 떠올랐는지 살필 것이다.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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