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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언론사 연재물 등

진실을 보는 국민은 두려움이 없다

by 자한형 2024.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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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보는 국민은 두려움이 없다/이종은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

개인이 진실을 외면한 대가는 자신만 아는 자괴감일 수 있다. 그러나 국민 모두가 진실을 짓밟게 되면, 그 결과는 국가적인 규모의 비극이 된다. 가까운 예로 진실을 외면하면서 정치에 무관심하면 저질들의 지배를 받게 된다고 플라톤은 경고한 바 있다.

히틀러 정권이 가능했던 것은 자긍심을 잃은 사람들의 증오심을 나치당이 집요하게 파고들어 이용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베트남의 공산화도, 중공의 문화혁명도 진실을 보려하지 않고 이웃을 파괴하려는 욕구를 누르지 못했던 인간의 증오심을 이용하며 진행됐다. 증오심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은 두려움에서 나온다고 한다. 스스로를 지키고자 하는 생존본능이 두려움에 압도되면 많은 것을 정당화하며, 인간성을 황폐하게 만들고 진실은 팽개친다는 것이다.

진실을 외면한다는 것은 무관심이나 무지의 차원을 넘어선다. "그때는 순진해서 몰랐어요"라고 변명할 수 없는 것은 진실을 외면하는 것에 도덕성의 차원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4·10 총선에서 진실을 마주할 기로에 서 있다. 우리 국민은 최근 어떤 진실을 마주했을까.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20242,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기록영화 '건국전쟁' 이 개봉되었다. 이 영화의 내용은 대한민국의 국부에 대한 사실에 기반해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세력과 상관없이 국민들에게 호소력 있게 다가갔고 감동과 박수를 끌어냈다. 이로 인해 60년간 이승만 대통령을 거짓말로 폄훼한 역사가들의 진면목이 드러났을 뿐만 아니라 한국 근현대사에 대해 전문가의 말, 정치권의 말만 믿을 것이 아니라 국민 각자가 공부하고 확인해야겠다는 진실 추구의 기조가 만들어졌다. 국민의 일부만이 자각하고 있던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정체성, 자유민주주의가 공유되는 순간이었다.

2023년 여름 우리 국민들은 일본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에 대해 과학자들의 의견을 경청했고, 2019년과 달리 정치적 선동에 넘어가지 않았다. 자유롭게 일본으로 여행을 가고, 국내외에서 생선 맛을 즐겼다. 이것은 반일감정에 선동되어 공산 진영에 좋은 일만 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면서, 한미일 자유민주주의 동맹이 견고해질 수 있는 매듭이 되었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법치주의를 무너뜨린 사태였다는 것도 좌우를 떠나 국민들은 알고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언론, 국회 등 국내에 파워를 가진 집단을 돌아보게 되었다. 어떤 언론사가 A라고 말했을 때, A가 사실이 아니라 "어떤 언론사가 A라고 말했다"가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동시에 탄핵사건은 국제 문제이기도 하며,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기 위한 문제는 우리의 시야가 국내외를 아울러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1960년대 박정희 정부 때 경제개발계획으로 산업화를 이루고, 전두환 정부 때 연좌제가 폐지되고, 자유시장 경제체제에 더 다가가면서 중산층이 두터워졌고, 희망으로 가득 찬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응답하라 1994' 등이 나오는 역사적 배경이 되었다는 것도 국민들은 알고 있다.

2020년에 있었던 4·15 총선을 계기로 부정선거를 수사하고 막아야 한다는 것, 선거의 공정성이 사전투표가 제공하는 선거의 편의성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당연한 사실을 많은 국민이 알고 있다. 물론 갈 길이 멀다. 우리의 자유민주주의는 불완전해서 억울한 분들이 아직 많다. 그러나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대한민국이라는 자유민주주의 체제 아래에서 애국심을 느끼고 하나가 되는 것은 국가의 본질이 '이념'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이번 총선은 선량한 국민들을 위한 체제를 선택하는 선거이지 정책을 평가하는 선거가 아니다. 갑작스러운 의사 2000명 증원은 현실에 맞게 반드시 재고되어야 한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켜낸 후에라야 관철시킬 수 있다.

리더는 더 이상 의사결정자가 아니다/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최고경영자(CEO)들의 의사결정 방식이 10대 청소년들보다 더 나을 게 없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있다. 의사결정 전문가인 오하이오대 폴 너트 교수는 CEO들이 주로 'A라는 전략을 진행할까, 말까'를 고민하는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이는 청소년들이 '여자친구와 헤어질까, 말까'를 고민하는 것과 똑같다는 것이다. 눈앞에 놓인 정보에만 초점을 맞추고 다른 대안의 가능성을 생각하지 못하는 탓이다. 너트 교수는 의사결정에서 대안을 고려하지 않을 때 실패율은 무려 52%에 달한다고 경고한다.

영국 최고위직 여성 소방관이자 심리학자인 사브리나 해턴은 '소방관의 선택: 생사의 순간,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법'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기 전 리더는 반드시 스스로 자기인식을 해야 한다고 했다. 혼돈의 상황에서 더 많은 생명을 구하기 위한 고민을 반복하며, 결정적인 순간에 현명한 판단과 선택을 하기 위한 리더의 마음가짐을 연구한 해턴은 '리더라고 해서 모든 정보를 알 수도 없고, 처리할 능력도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의사결정 후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반드시 자신의 결정을 다시 한번 의심하라고 조언했다.

리더의 의사결정은 조직의 운명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것이다. 모든 리더들이 항상 합리적이고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리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행동경제학자들에 따르면 리더들은 일반적으로 모든 구성원이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할 거라 착각하는 잘못된 합의효과, 자신은 절대 틀릴 수 없다는 확증편향, 구성원에 비해 자신이 월등히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자기 고양적 우월감, 자신한테는 항상 행운만 따른다는 비현실적 낙관주의, 통제 불가능한 외부환경도 자신의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는 통제의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한다.

리더가 이러한 착각에 빠지면 독단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무조건 자신의 의견을 고집하거나, 구성원의 의견을 듣는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형식적인 의견수렴에 그치고 자기 뜻대로 결론을 내린다. "경험도 부족한 친구들이 뭘 알겠어"라는 식으로 무시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해도 "예전에 다 해봤어, 이름만 다르지 전에 있던 내용이랑 다를 게 없네"라는 식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결국 구성원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아이디어를 제시하려는 동기는 사라지고 리더의 판단에만 의존하는 타율적 조직문화가 형성되면서 점차 새로운 경영환경에서 도태되게 된다.

'아웃라이어'의 저자 말콤 글래드웰은 "나이가 들고 직급이 올라갈수록 자신이 내린 판단을 과대평가한다"고 했다. 또한 '에고노믹스'의 저자인 데이비드 마컴은 "자신감이 지나치면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는 착각에 빠져 자신도 모르는 사이 우물 안 개구리가 된다"고도 했다.

조직행동론의 세계적 권위자인 스탠퍼드대 칩 히스 교수는 '자신있게 결정하라'에서 '리더의 직관보다 체계적인 의사결정 프로세스'6배나 더 좋은 결과를 나타냈다고 강조하면서, 바람직한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4단계로 정리했다. 먼저, '할까 말까' 고민될 때는 여러 다른 선택안을 찾고, 냉철한 분석으로 모든 대안을 검증하고, 최종안을 확정하기 전에 의도적으로 선택안과 심리적 거리를 두고 좀 더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외부 관점에서 다시 검토하고, 마지막으로 선택의 결과에 대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해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 리더가 확증편향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프로세스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이제 리더가 독단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생성형 AI로 새롭게 재창조되는 세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다양한 생각을 빠르게 연결하고 융합해 창의적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창출해야 한다. 리더는 전체 조직 구성원들 안으로 들어가 그들과 함께 집단지성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의사결정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 집단지성 플랫폼이 리더에게 부여된 새로운 미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