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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수필2

200. 미국의 문화를 생각한다.

by 자한형 2022.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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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문화를 생각한다. 성기조

우리의 문화와 전통이 행방불명되었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와 때때로 전통문화에 대한 논의가 일기도 한다. 묘하게도 전통문화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때를 점검해 보면 외세에 맥을 못 추던 때가 된다.

3 1운동이 있은 후, 만세만 부르면 독립은 저절로 될 줄 알았던 많은 사람들이 일제의 혹독한 총독정치에 질려 머리를 땅에 떨구고 기를 못 펴던 때, 일군(一群)의 문학자들은 문학을 통한 항일운동에 불을 당겼다.

한용운, 이상화 등 민족시인의 등장이 그것이다. 그 뒤 많은 사람들은 우리 시가(詩歌)의 전형적 형태인 시조부흥 운동에 정력을 쏟았다. 시조를 통한 민족정서의 표출로 민족정기가 회복되면 독립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것이 최초의 전통문화에 대한 논의였다. 1930년대의 일이다.

6 25 전쟁 때, UN군으로 말미암아 서구문화가 정신 차릴 수 없이 밀어닥친 50년대, 민족문화의 수립이란 대명제를 세우고 전통에 대한 논의가 일었다.

70년대에 접어들면서 전통에 대한 논의는 정치권에 도전하는 운동의 실체로 이론개발의 현장으로 확인되어, 판소리, 마당놀이, 사물놀이, 길놀이 등이 무섭게 확산되었고 젊은이들이 전통에 관한 연구와 이의 전수에 힘을 기울였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문화가 휩쓸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두 번 다시 없었던 일로, 문화적 반성의 기회를 제공해 주어 자주문화와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우리 문화 가운데 특히 대중문화는 45년 이후 아무런 '걸름(여과)'이 없이 미국문화가 직수입되고 전파 확산되어, 서울을 비롯한 몇몇 도시의 일정 구역은 마치 미국의 변방지대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그 중에서도 음악 의상 식생활 관습 따위가 미국화되어 가는 주종이었고, 언어생활에서도 미국어로 인한 오염은 우리말의 아름다움마저 여지없이 깨고 말았다. 그래서 미국인의 한국어를 말하는데 특징이랄 수 있는 혀짧은 발음을 흉내내는 사람까지 생겼고 으레 그들은 미국에서 돌아왔기 때문에 우리말을 잘 할 수 없는 게 자랑스럽다고 여기기도 했다.

미국문화의 해독은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미국은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하여 지적 헤게모니를 거머쥐기 위하여 우리의 사고방식, 생활양식 그리고 양심까지도 바꿔 놓게 하는 마술사가 되었다. 합리주의 능률주의적 사고방식, 햄버거나 켄터키 치킨, 맥도날드, 웬디스의 상표가 붙은 패스트푸드(간이식) 가게 코카콜라 그리고 청바지와 로큰롤 음악 등은 우리 전통을 압도하게 되었다.

실로 우리의 전통문화의 숨구멍은 어디에도 열려 있지 않은 현실에서, 젊은이들의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은 고집스럽기까지 했다. 이들이 찾아내고 이들이 이론을 세우고 이들이 연출해 낸 문화적 전통이 앞날의 우리 정신을 내세울 수 있는 바탕이 된다고 생각할 때, 미국 문화에 찌들어 가는 우리의 문화를 살리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문화가 침식당하면 민족정신은 간데 없다. 이런 비운을 우리는 세계 역사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우리 문화의 보존 발전과 미국 문화의 선별적 수입은 우리 민족의 주체성을 확립하는 길이 된다. 생각 없이 흥얼거리는 저속한 미국의 대중가요가 우리의 정신을 좀먹는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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