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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 박완서 "날 억압하는 찌꺼기로부터 가벼워지기 위해" 또 6월이다. 올 여름을 어떻게 나나.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여름을 날 일을 미리 걱정하면서 지겨워하게 된다. 내 기억은 50여 년 전에 못박혀 있다. 마음의 못 자국을 몸이 옮겨 받아 같이 시난고난 앓는 건 나의 피할 수 없는 계절병이다. 그 해 그 싱그럽던 6월이 다 갈 무렵 그 난리가 났다. 점점 가까워지던 포성이 마침내 미아리 고개 너머까지 육박해 왔는데도 늙은 대통령은 수도 서울의 방위는 철통 같으니 시민들은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라는 빈 말을 남기고 한강을 넘어 갔고, 넘어간 후 한강 다리를 폭파시켜 버렸다.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생전 처음 들어보는 대포 소리가 무서워서 그 더운 여름날 솜이불을 잔뜩 뒤집어쓰고 늙은 대통령이 남기고 간 떨리는.. 2021. 8. 18.
풍금이 있던 자리 어느 동물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마리의 수컷 공작새가 아주 어려서부터 코끼리 거북과 철망 담을 사이에 두고 살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주고받는 언어가 다르고 몸집과 생김새들도 너무 다르기 때문에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사이가 아니었다. 어느덧 수공작새는 다 자라 짝짓기를 할만큼 되었다. 암컷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그 멋진 날개를 펼쳐 보여야만 하는데 이 공작새는 암컷 앞에서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는 엉뚱하게도 코끼리 거북 앞에서 그 우아한 날갯짓을 했다. 이 수공작새는 한평생 코끼리 거북을 상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했다...... 알에서 갓 깨어난 오리는 대략 12-17시간이 가장 민감하다. 오리는 이 시기에 본 것을 평생 잊지 않는다. - 박시룡, {동물의 행동}중에서 마을로.. 2021. 8.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