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수필49 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 박완서 "날 억압하는 찌꺼기로부터 가벼워지기 위해" 또 6월이다. 올 여름을 어떻게 나나.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여름을 날 일을 미리 걱정하면서 지겨워하게 된다. 내 기억은 50여 년 전에 못박혀 있다. 마음의 못 자국을 몸이 옮겨 받아 같이 시난고난 앓는 건 나의 피할 수 없는 계절병이다. 그 해 그 싱그럽던 6월이 다 갈 무렵 그 난리가 났다. 점점 가까워지던 포성이 마침내 미아리 고개 너머까지 육박해 왔는데도 늙은 대통령은 수도 서울의 방위는 철통 같으니 시민들은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라는 빈 말을 남기고 한강을 넘어 갔고, 넘어간 후 한강 다리를 폭파시켜 버렸다.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생전 처음 들어보는 대포 소리가 무서워서 그 더운 여름날 솜이불을 잔뜩 뒤집어쓰고 늙은 대통령이 남기고 간 떨리는.. 2021. 8. 18. 이전 1 ··· 10 11 12 1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