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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문학(수필, 소설, 시 , 기타)9

큰 바위 얼굴 큰 바위 얼굴-호손 지음 피천득(皮千得) 옮김 어느 날 오후 해질 무렵, 어머니와 어린 아들은 자기네 오막살이집 문 앞에 앉아서 큰 바위 얼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그 큰 바위 얼굴은 여러 마일이나 떨어져 있었지만, 눈만 뜨면, 햇빛에 비취어 그 모양이 뚜렷하게 보였다. 대체 그 큰 바위 얼굴은 무엇일까? 높은 산들에 둘러싸인 분지가 하나 있었다.그 곳은 넓은 골짜기로서, 많은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 곳에 사는 순박한 사람들 중에는, 가파른 산허리의 빽빽한 수풀에 둘러싸인 곳에 통나무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도 있고, 또 골짜기로 내리뻗은 비탈이나 평탄한 지면의 기름진 흙에 농사를 지으며 안락하게 사는 사람들도 있었으며, 또 한 곳에는 인구가 조밀하게 모여서 마을을 이루고 사는 사람들도 있었다.거기.. 2022. 5. 19.
공간 공간 -한샤오궁(韓少功) 몇 차례 비행 중 공중 추첨을 한 적이 있다. 당첨된 여객은 다음번 여행을 무료로 할 수 있는 티켓을 얻었다. 아주 흥분되는 일이다. 사회자가 당첨자의 좌석번호를 전문가답게 상기된 어조로 크게 부르면, 수풀처럼 일어선 사람들이 결국 어느 한 얼굴에 집중하게 되고 곧이어 박수와 환호가 쏟아진다. 재미있는 것은, 그 순간 낙담하는 사람들의 표정이다. 가장 낙담한 사람은 분명 당첨자의 옆좌석에 앉은 이일 것이다. 내 친구가 그 사람이었다. 어깨를 스쳐지나간 행운에 그는 발을 동동 구르며 아쉬워했다. “바로 내 옆자리였어. 하나만 옆이었어도……” 사실, 하나만 옆이 아니었어도, 행운아가 그에게서 백 미터 떨어져 있었어도, 결과는 똑같지 않은가? 그 당첨자가 조금만 더 멀리 있었더라면 적.. 2022. 4. 20.
그리스인 조르바 그리스인 조르바 - 카잔스키 젊은 지식인인 '나'가 화자로 등장, 60대의 그리스인 '알렉시스 조르바'를 아테네의 피레우스 항구에서 처음 만난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법밖에 모르던 '나'는 유산으로 상속받은 갈탄광을 개발해 사업가로서 새로운 생활을 도모하고자 에게해 남쪽 크레타섬으로 향한다. 탄광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조르바가 '나'와 동행하기를 자처하자, 그를 광산채굴 현장의 감독으로 고용해 크레타섬에서 함께 생활하게 된다. 낯선 마을의 이방인처럼 겉도는 '나'와 달리, 호방한 성격의 조르바는 카바레 가수 출신인 여관 주인 오르탕스 부인과도 스스럼없이 지낸다. 산투르 악기를 가지고 다니며 즉흥연주로 춤과 노래를 즐기는 조르바는, 물레를 돌리는 데 걸리적거린다는 이유로 손가락 하나를 잘랐을 만큼 초인적.. 2022. 4. 20.
받들어 올리기와 내려 파기 받들어 올리기와 내려 파기 루쉰(魯迅) 중국인들은 자기를 불안하게 할 조짐이 보이는 인물을 만나면, 자고로 두 가지 수법을 써왔다. 하나는 내리누르는 것이고 하나는 받들어 올리는 것이다. 내리누르는 데는 낡은 습관이나 도덕을 이용하거나, 관의 힘을 빈다. 그 때문에 민중을 위해 분투하는 고독한 전사들도, 왕왕 그놈의 '행실이 바르지 못하다' 느니 하는 비난들로 인해 주저앉아 버리기도 한다. 그들은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심하지 못한다. 내리누르기를 할 수 없을 경우에는 받들어 올리기를 한다. 상대를 높이 받들어 올려 상대가 흡족해질 경우 자기를 해치지 않을 것이라 여기며 안심하는 것이다. 영리한 사람들은 물론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 받들어 올린다. 세력가를 받들어 올린다든지, 배우나 총장을 받들어 올리는 경.. 2022. 4.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