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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시8

화해 화해- 월트 휘트먼 만상을 굽어보는, 창공처럼 아름다운 말 아름답도다 전쟁과 그 도륙질이 미구에 자취 없이 사라지고 그 자매의 손길이 끊임없이 이 때 묻은 세상을 되풀이해서 조용히 씻어낸다는 것은. 내 적수는 이제 죽었다. 핼쑥한 얼굴로 관 속에 조용히 그가 누워 있는 것을 - 나는 보고 다가선다. 허리 굽혀 관 속의 백지장 얼굴에 가볍게 입술을 갖 다 댄다. - 월트 휘트만 시집, 『풀잎』에서 * 떠오르는 한 사람의 얼굴이 어른거리지만 더 이상 나아가고 싶어하는 상상의 나래를 오늘은 제어시킨다. 다만 ‘화해’의 시간이 빨리 그러나 합당한 대가를 철저하게 다 지불한 후에 올 수 있게 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바래볼 뿐이다. 천망회회 소이불루(天網恢恢疎而不漏) 하늘의 그물은 눈이 굉장히 넓어서 성근 것 같지.. 2022. 7. 17.
시(詩) -파블로 네루다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 시가 나를 찾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어,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아냐,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어, 하여간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더군, 밤의 가지에서, 갑자기 다른 것들로부터, 격렬한 불 속에서 불렀어, 또는 혼자 돌아오는데 말야 그렇게 얼굴 없이 있는 나를 그건 건드리더군.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어, 내 입은 이름들을 도무지 대지 못했고, 눈은 멀었으며, 내 영혼 속에서 뭔가 시작되어 있었어, 열(熱)이나 잃어버린 날개, 또는 내 나름대로 해 보았어, 그 불을 해독하며, 나는 어렴풋한 첫 줄을 썼어 어렴풋한, 뭔지 모를, 순전한 넌센스, 아무것도 모르는 어떤 사.. 2022. 7. 17.
사랑의 비밀 사랑의 비밀- 브레이크 그대 사랑을 사람들에게 알리려 말라. 사랑이란 사람에게 말할 수가 없는 법. 산들바람이 소리도 없이 은근히 부는 것과 마찬가지니라. 참다 못해 나는 사랑을 고백하였나니 마음 속의 모든 것을 그이에게 말했다. 그대 기리는 노래 부르고 있나니 고요히 고요히 흘러 내려라 내 사랑 마리가 물살지으며 흐르는 아프턴 강가에 잠들어 있다. 아름다운 아프턴 강이여, 마리의 꿈을 깨우지 말고 고요히 흘러라. 골짜기에서 꾹꾸룩대고 있는 산비둘기여 가시덩굴 둥지에서 지저귀는 티티새여 초록색 머리털이 솟은 댕기물떼새, 너희 울음을 멈추어라. 아름다운 아프턴 강이여, 굽이쳐 흐르는 수많은 맑은 가는 물줄기를 굽어 보는 주위의 언덕은 그 얼마나 높이 우뚝 솟아 있는가. 해가 중천에 떠오르면 나는 온종일 언.. 2022. 7. 17.
골짜기에서 잠자는 사람 골짜기에서 잠자는 사람- 아르튀르 랭보 푸른잎의 구멍이다. 한 갈래 시내가 답답스럽게 풀잎이 은빛 조각을 걸면서 노래하고 있다. 태양이 거만한 산의 어깨로부터 빛나고 있다. 광선이 방울짓는 작은 골짜기다. 젊은 병사 한 명이 모자도 없이 입을 벌린 채 싹트기 시작한 푸른 풀싹에 목덜미를 담근 채 잠자고 있다. 구름 아래 있는 풀밭에 누워 광선이 쏟아지는 초록색 침대에 창백한 모습으로. 민들레 떨기 속에 발을 넣고 자고 있다. 병든 아이가 미소짓듯 웃으면서 꿈꾸고 있다. 자연이여, 따뜻한 손으로 어루만져 주어라, 추워 보이는 그를. 초목의 향내도 그의 코를 간질이지 못한다. 햇빛 속에서 고요한 가슴에 두 손을 올려 놓고 그는 잠잔다, 오른쪽 옆구리에 두 개의 빨간 구멍을 달고서. 총알을 맞고 풀밭에 쓰러져.. 2022. 7.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