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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단편 소설252

마지막 수업 그날아침. 나는 학교에가는 시간이 너무 늦었다. 게다가 아멜 선생님은 그 전날 동사에 대해 질문하겠다고 하셨는데, 친구들과 노느라 전혀 공부를 하지 않아 꾸중을 들을까 봐 몹시 두려웠다. 차라리수업을 빼먹고 들판을 쏘다니고싶은 생각이 들었다.너무나도 맑고 화창한 날씨였다. 숲에서는 티티새가 지저귀고,제재소 뒤쪽의 리페르 들판에서는 프로이센병사들이 발 맞추어 걷는 군홧발 소리가 들려왔다. 문법 규칙을 공부하는것보다 들판쪽이 훨씬 재이있을것 같았다. 하지만 아멜 선생님의 무서운 얼굴이 떠올라 나는 급히 학교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학교로 가는길에는 면사무소가 있었는데,그곳 게시판 앞에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지난 2년동안 게시판앞에 사람들이 모여있으면 꼭 좋지 않은 소식이 들려오곤 했다. 패전이.. 2021. 9. 6.
*프로방스 지방 어떤 목동의 이야기* 내가 뤼르봉 산에서 양을 치고 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몇 주일씩이나 사람이라고는 통 그림자도 구경 못하고, 다만 양떼와 샤냥개 검둥이를 상대로 홀로 목장에 남아 있어야 했습니다. 이따금 몽들뤼르의 은자가 약초를 찾아 그 곳을 지나가는일도 있었고, 또는 피에몽에서 온 숯굽는 사람의 거무데데한 얼굴이 눈에 띄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하도 외로운 생활을 해 온 나머지, 좀처럼 입을 여는 일이 없는 순박한 사람들이어서 남에게 말을 거는 취미도 잃어버렸거니와, 도무지 무엇이 지금 산 아래 여러 마을이나 읍에서 이야깃거리가 되고 있는지를 통 모르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기에, 두 주일마다 보름치의 양식을 실어다 주는 우리 농장 노새의 방울 소리가 언덕길에서 들려올.. 2021. 9. 3.
소나기 소년은 개울가에서 소녀를 보자 곧 윤 초시네 증손녀(曾孫女)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소녀는 개울에다 손을 잠그고 물장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서는 이런 개울물을 보지 못하기나 한 듯 이.벌써 며칠째 소녀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물장난이었다. 그런데, 어제까지 개울 기슭에서 하더니, 오늘은 징검다리 한가운데 앉아서 하고 있다. 소년은 개울둑에 앉아 버렸다. 소녀가 비키기를 기다리자는 것이다. 요행 지나가는 사람이 있어, 소녀가 길을 비켜 주었다. 다음 날은 좀 늦게 개울가로 나왔다. 이 날은 소녀가 징검다리 한가운데 앉아 세수를 하고 있었다. 분홍 스웨터 소매를 걷어올린 목덜미가 마냥 희었다. 한참 세수를 하고 나더니, 이번에는 물 속을 빤히 들여다 본다. 얼굴이라도 비추어 보는 것이리라. 갑.. 2021. 9. 3.
풍금이 있던 자리 어느 동물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마리의 수컷 공작새가 아주 어려서부터 코끼리 거북과 철망 담을 사이에 두고 살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주고받는 언어가 다르고 몸집과 생김새들도 너무 다르기 때문에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사이가 아니었다. 어느덧 수공작새는 다 자라 짝짓기를 할만큼 되었다. 암컷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그 멋진 날개를 펼쳐 보여야만 하는데 이 공작새는 암컷 앞에서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는 엉뚱하게도 코끼리 거북 앞에서 그 우아한 날갯짓을 했다. 이 수공작새는 한평생 코끼리 거북을 상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했다...... 알에서 갓 깨어난 오리는 대략 12-17시간이 가장 민감하다. 오리는 이 시기에 본 것을 평생 잊지 않는다. - 박시룡, {동물의 행동}중에서 마을로.. 2021. 8.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