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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31

내가 나의 감옥이다. (유안진) 내가 나의 감옥이다 / 유안진 한눈팔고 사는 줄은 진즉 알았지만/ 두 눈 다 팔고 살아온 줄은 까맣게 몰랐다/ 언제 어디에서 한눈을 팔았는지/ 무엇에다 두 눈 다 팔아먹었는지/ 나는 못 보고 타인들만 보였지/ 내 안은 안 보이고 내 바깥만 보였지// 눈 없는 나를 바라보는 남의 눈들 피하느라/ 나를 내 속으로 가두곤 했지// 가시 껍데기로 가두고도/ 떫은 속껍질에 또 갇힌 밤송이/ 마음이 바라면 피곤체질이 거절하고/ 몸이 갈망하면 바늘 편견이 시큰둥해져/ 겹겹으로 가두어져 여기까지 왔어라.// 벌초, 하지 말 걸 / 유안진 떼풀 사이사이/ 패랭이 개밥풀 도깨비바늘들/ 방아깨비 풀여치 귀뚜라미 찌르레기 소리도/ 그치지 않았는데/ 살과 뼈를 녹여 키우셨을 텐데// 다 쫓아버렸구나/ 어머니 혼자 / 적적하시겠.. 2021. 9. 6.
나 하나 꽃피어 ( 조동화) 나 하나 꽃 피어 ―조동화(1949∼ ) 나 하나 꽃 피어/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말하지 말아라/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말하지 말아라/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사람을 사랑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맞이하고 있는 하루하루를 온 힘을 다하며 살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2021. 9. 6.
초원의 빛 (윌리엄 워즈워드) 초원의 빛 -워즈워드 여기 적힌 먹빛이 희미해질수록 당신의 사랑하는 마음 희미해진다면 이 먹빛이 마름하는 날 나는 당신을 잊을 수 있겠습니다.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다시는 그것이 안 돌려진다 해도 서러워말지어다. 차라리 그 속 깊이 간직한 오묘한 힘을 찾으소서. 초원의 빛이여! 빛날 때 그대 영광 빛을 얻으소서. 나는 구름처럼 외로이 헤맸네 윌리엄 워즈워드 나는 골짜기와 산 위를 높이 떠도는 구름처럼 외로이 헤맸네 그러다 문득 한 무리 꽃을 보았네 무수한 황금빛 수선화 호숫가 나무 밑에서 미풍에 흔들리며 춤추는 것을 그들은 은하수에서 반짝이는 별들처럼 이어져 호숫가를 따라 돌며 끝없이 끝없이 피어 있었네 수만 꽃송이가 한눈에 들어왔네 머리 까딱대며 흥겹게 춤추는 모습이// ​반짝이는 물결 그 .. 2021. 8.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