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위대한 여정 -배철현
지구에는 76억명의 사람이 살고 있다. 맹수가 남긴 사체를 먹어가며 눈에 띄지 않게 겨우 살아가던 인류의 조상이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종이 되었다. 46억년의 지구의 긴 역사 속에서 고작 20만년 전에 등장한 호모사피엔스는 현재까지 살아남아 찬란한 문명사회를 이루고, 먹이사슬의 정점에 올라섰다. 인류는 어떻게 이렇게 번영할 수 있었을까? 배철현 교수는 <인간의 위대한 여정>에서 생명의 탄생부터 인간이 어디에서 시작됐고, 인류의 번영을 이끈 위대한 혁신과 놀라운 힘이 무엇인지 말하고 있다.
[빅뱅이 만든 위대한 혁신 : 생명체와 인간의 탄생]
인간은 동물이다. 인간은 동물, 식물을 포함한 생명체이다. 생명체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생명에 대해 그나마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빅뱅 이후 우주로부터 시작됐다는 것이다. 빅뱅 이전은 있음도 없음도 아닌 형언할 수 없는 혼돈, 무질서의 상태였다. 137억년 전 신비한 폭발인 ‘빅뱅’으로 우주가 생성되고, 시간과 공간이 작동하고, 질서가 시작됐다. 46억년 전 우주의 초신성이 폭발하면서 새로운 별, 태양이 그 파편으로부터 만들어졌다. 그후 커다란 유성이 태양의 주위를 돌고 있는 행성과 부딪쳐 달과 지구가 만들어 졌다. 지구는 5천만년 동안 서서히 식어 육지와 바다를 만들었고, 번개가 바다를 쳐서 생물이 등장할 수 있는 원시적인 화학성분들이 창조되다. 이 화학 성분들이 결합되고, 지열웅덩이의 뜨거운 물방울에서 원형세포가 등장했고, 세포는 동물과 식물로 진화하여 지금의 인류까지 이르게 됐다. 지구에 살고 있는 동물, 식물, 인간, 박테리아 등 생명체 모두는 바로 같은 곳으로부터 온 셈이다. 바로 우주의 별이다.
[인류가 만든 위대한 혁신 : 이족보행, 도구, 불]
빅뱅은 우주를 만들고, 우주는 생명을 시작하게 했다. 인간은 우주(지구)에 출현한 생명체중 가장 우월한 존재로 진화했고, 계속 진화해 나가고 있다. 유인원에서 오늘날 만물의 영장 자리를 차지한 현생인류로 진화하게 한 것은 인간이 이룩한 몇 가지 혁신 때문이다.
습관적인 이족보행
영장류 중에서 인간으로 진화한 유인원들과 침팬지로 진화한 동물과 차이는 무엇일까? 진화론을 주장한 찰스다윈은 그 차이는 ‘이족보행’이 만들었다고 한다. 인류는 아프리카 밀림지대의 나무 위에서 살다가 기후의 변화로 먹이를 찾기 위해 나무에서 내려와 두발로 걷기 시작했다. 다른 동물들도 먹이를 얻기 위해 일시적으로 두 발로 서기도 하지만, 사바나 지역의 유인원들은 ‘습관적인 이족보행’을 했다. 습관적인 이족보행은 일시적이 아닌 지속적으로 두발로 걷고 뛰는 상태인데, 이 ‘습관적인 이족보행’을 시작한 종이 440만년 전에 살았던 ‘아르디피데쿠스’다.
습관적인 이족보행은 인류가 입으로 말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네 발로 걷고 뛰는 동물들보다 폐의 에너지를 덜 쓰게 되어 숨을 자유자재로 쉬게 되었기 때문이다.또, 자유로워진 두 손으로 도구와 불까지 사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족보행은 가정 공동체를 만드는 인간문화의 발판을 마련해주었다.습관성 이족보행을 한 수컷 아르디는 자유로워진 두 손으로 암컷 아르디에게 음식을 사냥해 가져다주었고, 암컷 아르디는 집중해서 자식을 키웠다. 그리고 자식을 안고 수컷 아르디와 어디든 이동도 가능하게 됐다.습관적인 이족보행은 언어, 도구와 불의 사용, 공동체형성 등 인류문화의 기반이 되었다.
도구의 제작과 사용
이족보행과 함께 다른 동물들과 구별되는 인류의 특징은 도구를 만들고 사용했다는 것이다.250만년 전 등장한 ‘호모하빌리스’는 두발로 걸으면서 자유로운 두손으로 도구를 발명한 종이다.동물들에 비해 힘도 세지 않고 빠르지도 않은 호모는 생존을 위해 ‘도구’의 힘을 빌려야만 했다. 이들은 도구로 식물채집, 낚시, 크고 작은 다양한 동물을사냥하고 고기살점을 잘라가서 먹었다. 도구는 동물과는 다르게 인류의 식생활을 잡식성으로 개선하여 생존력을 높였다.
인간만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침팬지도 도구를 사용하긴 한다. 나무와 돌을 이용해 씨앗의 껍데기를 부수고, 땅을 파 개미를 먹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과 다른 점이 있다. 침팬지는 현재 상황을 위해서만 도구를 만들지만, 인간은 미래의 용도를 계획해서 도구를 미리 만들고 무장하고 다녔다는 것이다. 그들은 미래를 상상하는 능력이 있었다. 인류는 자신이 다른 동물에 비해 나약한 것을 알고 있었다. 따라서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미래에 다가올 맹수들의 공격, 예기치 않게 사냥감을 발견할 때와 채집할 열매들을 발견할 때를 대비하여 도구를 미리 기획하고 대비해 불확실한 미래에 대응력을 높인 것이다.
불의 사용
현생 인류의 뇌 크기에 근접한 ‘호모에렉투스’는 60만년 전까지 거의 100만년 이상 생존한 호모이다.호모에렉투스는 완벽한 이족보행을 했고, 정교한 석기도 제작할 줄 알았다. 가장 큰 혁신은 ‘불’을 사용했다는 것이다.호모에렉투스가 불을 사용하게 되면서 인류는 생물학적 진화를 넘어서 마음의 진화를 이루었다.생물학적 변화로는 음식을 치아가 아니고 석기로 처리하고, 불에 부드럽게 구워 먹으면서 얼굴과 머리뼈가 얇아지고 두개골이 더 큰 용량의 뇌를 담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호모에렉투스의 뇌 크기가 현생인류와 거의 비슷해졌다. 크기도 영향을 주었지만 씹고 소화시키는데 쓰일 에너지를 뇌로 쏟으면서 인간의 지능이 높아졌다.
불을 사용하면서 인류는 시간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다른 동물들은 태양이 뜨는 12시간과 태양이 비추는 공간으로만 활동을 제한하며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갈 수 밖에 없었다. 반면, 인간은 불로 밤에도 빛을 밝히며 활동하는 시간을 확장했다. 불에서 얻은 빛으로 시간뿐 아니라 활동하는 공간도 확장하였다. 어둠의 영역과 어둠의 시간은 오직 인류만이 가용할 수 있는 것이 되었고, 이것은 다른 동물들이 갖지 못한 생존에 큰 경쟁력이 되었다.
불은 마음의 진화로도 이어졌다. 불을 사용하는 인류는 사냥한 동물을 그 자리에서 먹지 않고 참고 가족이 있는 곳으로 가져왔다. 인간의 마음에 ‘억제력’이란 것이 생긴 것이다. 또 이들은 사냥감을 화로에 둘러앉아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교양이 생겼으며 이 시간에 가족과 하루간의 경험을 공유하는 대화하는 인간으로 진화했다.인간은 불을 길들이면서 뜻밖의 변화를 얻게 되었는데 바로 동물적인 본능욕구를 길들이고, 자신의 행동을 길들일 줄 알며, 공동의 생존을 높이는 문화인간으로 나아가는 방식으로 진화한 것이다.
이 글을 통해 인간의 진화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니 현재의 인간은 어디에서 왔는가에 대한 답은 바로 ‘인간자신’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만이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힘’과 되고 싶은 나를 위해 노력하는 ‘목표의식’이 있다. 그 어떤 동물도 자기 자신에 대해 이해하려고 인간만큼 심각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인류가 만든 진화의 힘에는 인간만이 가진 독특한 특징이 있었기 때문이다.
첫째, 인간은 성찰한다.과거의 나의 경험과 타인과의 관계에 비추어 내가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반성한다. 고대의 나약했던 우리의 조상은 왜 내가 다른 동물들과 달리 굶주리는가, 왜 내가 사냥에 실패하는가, 그리고 나의 가족이 왜 맹수에 잡아 먹혔는가 과거에 대해 끊임없이 성찰하면서 자신을 보완하거나 내 역량으로 도저히 안되는 부분을 인정하고, 무언가의 도움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것이 인류의 진화를 이끈 혁신들인 이족보행, 도구, 불의 사용으로 이끌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현재의 우리도 나의 실패경험, 내 자신의 한계, 타인과 비교한 약점 등을 과거의 나를 깊게 생각하고 인정하며 해결책을 만드는 방법으로 발전해나가고 있다. 이 자아성찰 능력은 450만년 전 우리의 조상도 가지고 있었고, 현재까지 계승되어 인류의 지속적인 발전으로 이끄는 정신적 유산이 되었다.
둘째, 인간은 ‘되고 싶은 또 다른 자신’을 갖고 있다.인간은 몇 가지의 자아가 있다. 내 진짜 모습과 되고 싶은 나, 즉 흠모하는 자신이 있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페르소나’라고 말하기도 한다. 되고 싶은 나를 설정하고, 그런 나를 위해 정진하는 과정을 만들다 보면 원하는 나에 서서히 가까워지게 된다.
진화란 과거보다 더 나은 존재가 되는 것이다. 고대 인류에게 되고 싶은 나란 ‘사냥을 잘하는 존재’ 또는 ‘번식을 잘하는 존재’였을 것이고, 문명사회 이후 인간은 ‘신과 같이 모든 것을 알고 한계가 없는 존재’가 되고 싶었을 것이다. 이런 목적을 가지고 인류는 그런 존재가 되기 위해 정진했다. 고대의 인류는 다른 동물들이 가진 날카로운 송곳니와 발톱을 관찰하고 그것이 사냥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학습해서 돌을 내리쳐 뾰족한 사냥 도구를 만들었을 것이다.
문명사회 이후 인간은 신만이 알 것 같은 미지의 세계의 수수께끼를 밝히는 데 몰입하고 답을 찾아가는 데 열정을 쏟았다. 그로 인해 과학, 기술, 문화 등 수 많은 혁신과 발전이 일어났다. 이 글에서는 ‘인간이 어디에서 왔는지, 인간은 누구인지’에 대해 답을 밝히고 싶었던 인간들의 노력을 기술하며(창세기에서부터 존재의 사슬 이론, 린네의 동식물의 종과속 분류, 다윈의 생물진화론, 그리고 원숭이와 인간 진화의 단절고리를 찾으려고 몰입했던 고고학자들까지) 그 몰입과 인내의 결과물들이 종교와 과학의 발전을 이루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를 보면 특별한 인간을 만든 것은 배고픔을 해결하거나 번식을 하기 위해 순간을 살아가는 동물과는 달리 인간은 미래에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고, 그것을 위해 나 자신을 개선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오늘보다 내일 더 나은 존재로의 변화가 쌓여 인간의 위대한 진화가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위대한 혁신을 이뤄 종의 진화를 이룬 과거의 호모들과 같이 현대의 우리도 우리가 가야할 목적지를 염두해두고 학습과 수련과 같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이다 보면 이것들이 쌓여 미래의 후손들이 인정하는 인류의 진화에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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