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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마음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3

by 자한형 2022.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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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대단히 반갑습니다.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HOW THE MIND WORKS) 3 스티븐핑커 [3장 요약과 생각]

3. 얼간이들의 복수(복제자의 자연선택설)

‘Revenge of the Nerds(얼간이들의 복수)’1984년 미국에서 히트한 코미디 드라마가 있다. 이 드라마 내용은 컴퓨터만 아는 얼간이 신입생들이 자신들을 괴롭히는 상급생에게 기지를 발휘해 복수하고 캠퍼스를 장악하는 내용이다. 이번장에서 설명하는 호모사피엔스의 영화 같은 반전 스토리는 정확히 이 드라마의 내용과 같다.

생물체가 진화한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생물체는 살아가는 환경에서 각자 필요한 능력을 제각기 발달시켰다. 그중 인간은 큰 뇌, 지능을 얻었다. 하지만 코키리의 긴 코가 누구에게나 좋은 게 아니듯이 지능도 어떤 생물에게나 좋은 것은 아니다.

신체의 기관들은 이익이 비용보다 클 때만 진화한다.그리고 경제원리처럼 이익에는 비용이 수반된다.인간은 뇌를 얻었지만 큰 뇌 때문에 여러 문제에 직면했다. 첫째, 뇌는 부피가 크다. 수많은 여성이 특대형 머리를 내보내다 출산 중 목숨을 잃는다. 둘째, 뇌는 많은 에너지를 잡아먹는다. 뇌 무게는 신체의 2퍼센트에 불과하지만 전체 에너지의 20퍼센트를 소비한다. 셋째, 뇌는 사용법을 익히려면 시간이 걸린다. 우리는 취약한 상태로 긴 유년기를 보내고 양육에 긴 시간을 쏟는다. 넷째, 단순한 작업도 아주 느릴 때가 있다. 한 실험에 의하면 인간이 소음자극에 반응하는 시간은 75밀리세컨드가 걸렸지만 어떤 곤충은 자극에 반응하는 데 1밀리세컨드도 안 걸린다. 이런 비용을 감수하고 인간은 큰 뇌의 이익을 선택했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마음도 진화하는 기관, 생물학적 기관이다.우리에게 지금과 같은 마음이 있는 것은 4기 신생대의 플리오세와 플라이스토세에 마음의 설계가 아프리카 영장류의 삶에 비용보다 더 큰 이익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자신을 이해하려면 역사 속에서 그 에피소드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일어났는지를 알 필요가 있다. 그에 대한 핑커 교수의 주장을 자연선택에 의한 마음의 진화에 집중하여 설명하고 있다. 자연선택은 정교하고 복잡한 생명이 실제로 어떻게 진화 했는가는 물론이고, 그것이 어떻게 진화할 수 있는가를 설명해주는 이론이다. 그리고 자연선택은 하나의 생물학적 기관인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데도 반드시 필요하다.

생명에 설계자가 있는가? 생명의 매력은 적응적 복잡성또는 복잡한 설계에 있다. 우리의 신체는 놀랍도록 어떤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정밀하게 고안된 것처럼 보인다. 이를테면 눈에는 각막, 수정체, 홍채, 망막 등 많은 부위가 있고, 이들이 아주 정교하게 조직되어 있어서 시력을 가진 존재를 만들려는 목적 아래 사전에 치밀하게 설계된 것처럼 보인다. 다른 기관도 마찬가지다. 인간이 생명의 설계자로서 신을 발명한 이유도 신을 생명의 설계도를 실행한 특별한 마음으로 봤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의 법칙은 역방향이 아니라 순방향으로 작동한다. 비가 땅을 적시는 것이지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 사실이 비를 내리지는 않는다. 신이 아니라면 무엇이 경이로운 생명의 목적론을 설명할 수 있겠는가?그 다른 무엇을 보여준 사람이 다윈이었다. 다윈은 이 역방향의 인과관계를 입증했다. 그 핵심은 복제.

태초에 복제자가 있었다. 이 작은 결정체는 자연선택의 산물이 아니라 물리적, 화학적 법칙의 산물이었다. 세상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복제자들은 자원을 놓고 경쟁을 벌였다. 이 경쟁에서 우위에 있는 복제자들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하면 도태되었다. 복제자들은 자손을 복제해 낳았는데 어떤 복제과정도 100퍼센트 완벽할 수는 없기 때문에 때로 에러가 발생했다. 그런데 운이 좋게도 몇몇 에러는 환경에 살아남기 좋은 쪽으로 변화를 만들어냈고, 그렇게 탄생한 복제자들의 에러는 축적되어 현재 살아남은 종의 대세가 되었다. 예를 들어, 투명한 수정체와 뿌연 수정체를 가진 같은 종의 동물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투명한 수정체를 가진 동물은 더 좋은 시력을 가지고 있다. 잘 본다는 것은 그 동물이 포식자를 피하고 짝을 잘 찾아 번식을 더 잘할 수 있게 해준다. 더 높은 생존율과 번식률을 가진 이 투명한 수정체의 후손들은 남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후손이 투명한 수정체 눈을 가진 것은 단지 그 부모의 눈이 세계를 더 잘 봤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 사전에 기획된 목적과 설계는 없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생물종들이 복제할 때 약간의변이가 발생하는데, 이 돌연변이가 환경 적응에 유리하다면 살아남을 확률이 많아진다.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 되는 이 변이를 가진 복제자가 오랜 세대에 걸쳐 축적되면 생물종은 서서히 진화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자연선택설의 간단한 설명이다.자연선택설을 지구상의 생명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증거는 무수히 많다. 19세기에 흰얼룩나방은 검은 변종에게 맨체스터를 넘겨줬다. 공장의 매연이 나방의 서식지인 이끼를 까맣게 덮은 후로 포식자인 새들에게 쉽게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1950년대에 대기오염법때문에 이끼가 다시 밝은색을 띄자 줄어들었던 흰 나방은 다시 늘어났다.

생명의 설계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생명은 어떤 의도에 의해 디자인되지 않았다. 자연에 의해 그렇게 생겨난 것이다. 결국 유기체는 자연에의 적응과 적응의 부산물, 그리고 잡음 간의 상호작용으로 이해될 수 있다.이는 인간의 지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마음의 설계자는 없다. 인간의 마음은 눈먼 프로그래머에 의해 진화했을 뿐이다. 19세기 신학자 윌리엄 페일리는 '자연신학'이라는 논문에서 복잡한 물건은 반드시 설계자가 있게 마련이라며 시계공을 예로 들었다. 실제 시계공은 미래의 결과를 예상하며 시계를 설계하고 조립한다. 리처드 도킨스는 눈먼시계공이란 자신의 저서에서 페일리의 예를 꼬집으며 진화 과정에 설계자가 존재한다면 그는 틀림없이 눈이 먼 시계공일 것이라고 말했다. 도킨스가 보기에 자연선택의 결과로 태어난 오늘날의 생명체들은 마치 숙련된 시계공이 설계도를 가지고 설계하고 수리한 결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앞을 보지 못하는 시계공이 나름대로 조립하려는 과정에서 실패를 거듭하다 가끔 요행으로 작동한 존재일 뿐이다. 도킨스가 말한 대로 지구의 생명체가 눈먼시계공에 의해 진화됐다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보를 이용하고 행동을 조직하는 프로그램이 설치된 정보처리기계인 우리의 마음은 눈먼 프로그래머에 의해 진화됐다.

그러나 마음의 모든 측면이 적응적인 것은 아니다.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이해하려면 마음이 어떻게 진화했는가에 대한 이해가 맞물려야 한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왜 인간의 뇌는 진화를 시작했을까에 대해 알아야 한다.

그 답은 정보의 가치에 있다. 우리는 정보를 위해 돈을 낸다. 왜냐하면 정보는 가격에 합당한 이익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삶은 도박판의 선택과 같다. 우리는 갈림길에서 어떤 선택을 해도 옳은 선택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결국 최선의 선택은 확률에 기대는 것이다. 유기체들은 자연에서 늘 선택한다. 그럴 때 어떤 정보의 비용(세포조직, 에너지, 시간 등)이 음식, 안전, 짝짓기로 돌아올 수 있는 이익보다 낮으면 선택을 하는 것이다. 수익은 생존할 자식의 수로 평가된다. 다세포동물의 경우 신경계가 그런 정보를 수집해서 유익한 판단으로 전환하는 일을 한다.

자연선택은 환경에 대한 정보나 연산망, 모듈, 기능, 표상 또는 정보를 처리하는 마음기관을 유기체에 직접 부여하지 못한다. 자연선택은 단지 유전자를 선택할 뿐이다. 그리고 유전자가 하는 일은 뇌를 구성하는 일이다. 정보처리의 진화는 뇌의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들의 선택을 통해 진행된다. 유전자가 더 나은 정보처리를 위해 선택되는 것이다. 변형된 유전자는 신경망의 증식 수를 늘리거나 증식의 분열주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유전자는 뉴런들의 연결을 촉진하는 분자열쇠와 자물쇠를 변화시킬 수 있다.

자연선택은 뇌의 생김새에는 관심이 없다. 뇌의 알고리즘이 인식, 사고, 행동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끄는가에만 관심을 두고 평가와 수정이 이루어지고 이런 과정을 거쳐 자연선택이 갈수록 기능 좋은 뇌를 구축한다.과학자들은 뉴런의 연결을 흉내 낸 유전자 알고리즘이라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개발해 자연선택을 통해 점점 더 지능적인 소프트웨어가 생겨날 수 있음을 증명했다.

그리고 학습과 진화는 동시에 진행될 수 있다. 학습은 동물의 진화도 이끌 수 있다. 학습과 진화가 상호작용한다는 것은 볼드윈에 의해 1896년 처음 제기하였다. 이를 볼드윈효과라고 부른다. 볼드윈효과는 새로운 것을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이 진화적인 이점을 가지며 자연선택 절차를 통해 유전될 수 있다는 가설이다.

볼드윈효과를 설명하려면 먼저 라마르크의 진화이론을 언급할 필요가 있다. 라마르크 이론은 한 마디로 유기체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살아있는 동안 변화한다면, 그 변화들이 유전적으로 자손에게 전해진다는 이론이다. 예를 들어, 라마르크는 기린이 높은 나무 가지에 매달려 있는 먹이를 먹기 위해 목을 뻗음으로써 목의 길이를 늘일 수 있으며, 그렇게 길어진 목이 자식에게 유전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과정이 누적되어 현재와 같이 기린의 목이 길어졌다고 믿었다. (다윈의 입장은 어느 기린 무리에나 다른 개체들보다 목이 긴 변종들이 임의적으로 존재할 수 있으며, 자연선택을 통해 목이 긴 기린들이 목이 짧은 기린보다 더 자주 생존할 수 있게 되고, 그 결과 후손 기린들은 긴 목을 갖게 된다고 보았다.)

라마르크의 주장에 대해 핑커 교수는 이렇게 답변하고 있다. “화학은 좋고 나쁜 것을 전혀 모른다. DNA는 몸 밖을 엿보면서 추울 때 모피를 만들고 비가 많이 오면 지느러미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운동을 열심히 해서 근육이 발달한 부모가 있다고 해서 근육이 발달한 자식이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볼드윈은 변화한 형질이 직접유전된다는 라마르크의 이론과는 다른 요소가 진화의 요인이 된다는 주장을 제안했다. 바로 학습능력이다. 볼드윈효과가 나타나는 가시적인 과정은 다음과 같다. 학습을 통해 먹이나 짝짓기 등 좋은 성과를 낸 개체는 환경에 높은 적응성을 가지며, 이 개체는 다음 세대에 자손을 낳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학습능력이 있는 자손들은 부모와 동료에게 배우며 세대가 지날수록 더욱 빨리 학습하게 된다. 결국 진화는 보다 빨리 학습하여 환경에 적응 능력을 갖춘 개체를 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선천적 진화만 하는 개체보다 진화의 속도도 빨라진다. 볼드윈 효과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라마르크의 주장과 달리 학습된 형질이 DNA에 직접적으로 들어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학습능력을 가진 DNA는 간접적으로 진화의 가능성과 속도를 증가시킨다.예를 들어, 우유병을 따는 새가 있다면, ‘우유병을 따는 부리가 유전되는 것이 아니라, 우유병을 따는 학습능력이 있는 신경망을 가진 새가 살아남는 것이다.

볼드윈효과는 100년 뒤 1987년 신경망 이론가인 제프리 힌턴과 스티븐 놀란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증명해 보였다.요약하면, 선천적인 온(On), 오프(Off) 연결 두 가지 변수로 20개의 신경망을 연결을 해야 하는 비학습 동물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이 동물이 무작위로 신경망을 완벽하게 연결하는 경우를 시뮬레이션 해보았더니 100만 마리(220)당 한 마리에 불과했다. 하지만 학습이 가능한 동물은 달랐다. 학습동물의 신경망은 선천적으로 온’ ‘선천적으로 오프그리고 학습으로 온 또는 오프세 가지 변수로 연결될 수 있다. 이 동물이 태어날 때 운 좋게 좋은 조합으로 태어나 10개의 연결을 이미 갖고 태어난다면 대략 1000마리(210)1마리가 정확한 연결을 가질 수 있었다. 그 동물은 이제 다른 10개의 연결만을 하면 올바른 망이 완성된다. 학습능력이 있는 동물은 처음부터 모든 연결을 해야 하는 비학습동물에 비해 단지 몇 개의 연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더 빠르게 신경망을 연결할 수 있었다. 결국 이에 성공한 동물은 더 일찍 번식하고, 더 여러 번 번식을 할 수 있게 된다.

이 연구의 함의점은 다음과 같다.학습능력이 있는 개체는 더 다양한 유전자 풀을 가지고 있고, 선천적 연결 신경망만 가진 개체에 비해 고정적으로 연결해야 하는 신경망 수를 감소시켜 준다. 따라서 신경망을 더 빨리 연결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결국 다양한 유전자 풀(학습능력과 고정 신경망을 모두 가진 유전자)을 가진 개체는 더 빠르게 진화한다.

볼드윈효과를 지지하는 도킨스는 복잡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이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증명할 수 있는 예들이 많다고 말한다. 한가지 예로 달팽이의 껍질을 때려 부수고 먹는 개똥지바귀 새가 있다. 그런데 가까운 친척인 찌르래기는 달팽이 껍질을 부수는 법을 전혀 모른다. 이를 볼드윈효과로 설명하자면 찌르래기와 달리 개똥지바귀의 어떤 영리한 조상(사실은 돌연변이인)이 달팽이 껍질을 부수는 방법을 배웠을 것이고, 부모를 모방하면서 이를 빨리 학습한 새들은 더 많은 음식을 얻었을 것이다. 결국 껍질깨기 학습능력이 있는 유전자를 가진 새가 많이 살아남았고, 여러 세대에 걸쳐 이 유전자가 선택되었을 것이다. , 학습능력을 가진 돌연변이의 변화 때문에 새들 사이에 자발적이고 자연적인변화가 생겼다. 이는 다윈의 자연선택설을 지지하면서도 학습이 진화를 이끈 볼드윈효과가 나타난 사례다.

핑커 교수는 학습 능력에 의한 진화는 모래사장에서 무조건 바늘을 찾는 일이 아니라 누군가의 가이드를 받으면서 바늘에 접근하는 격이라고 비유하고 있다. 볼드윈 효과는 뇌의 진화에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우리는 학습능력이 있는 동물이다. 우리 뇌의 신경망은 일부는 선천적으로 연결되지만, 일부는 학습으로 연결되고 강화된다. 유전자는 무엇을 고정시키고 무엇에 가중치를 줄 것인지 결정한다.만일 학습능력이 우리 조상의 초기종에게 생겼다면 자연선택은 더 높은 적합도를 가진 신경망 회로들을 연결하고 강화하는 유전자를 가지는 방향으로 진화를 이끌었을 것이다.

인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의 행동과 그 행동을 조직하는 마음, 즉 지능이다. 존 투비는 이를 인간이 인지적소(cognitive niche, 認知適所)’에 진입했다고 표현했다.다소 생소한 인지적소라는 말은 생물학에서 말하는 생태적소(ecological niche)를 알면 이해하기 쉽다. ‘생태적소는 생태계에서 어떤 종이 유지되고 성공적으로 번식하는 지위와 역할이다. 따라서 인지적소를 쉽게 설명하면, 인간은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간만의 생존방식을 구축했는데 그것이 인지능력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우리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신체가 아니라 우리의 행동과 그 행동을 조직하는 마음, 즉 지능이다.우리는 지능이 무엇에 유용한지를 알 필요가 있고,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점유하는 생태적 지위의 특징을 설명해야 한다. 이를 존 투비와 인류학자 어븐 드보어가 제시했다. 투비와 드보어는 생물종들은 서로를 잡아먹으며 진화한다고 주장한다. 식물을 제외하고, 생물체들의 거의 모든 음식은 다른 유기체 몸의 일부이다. 생물종들은 서로의 먹잇감이 되지 않기 위해 방어 수단을 진화시키고(껍질, , 위장술 등), 포식자들은 그 방어수단을 무력화시킬 무기를 고안해 내면서 서로 진화한다. 이것을 진화적 군비경쟁이라고 부른다. 몸에 이런 무기와 방어수단을 구축하는 것은 유전에 기초하는 진화적 시간을 따르기 때문에 매우 천천히 일어난다. 군비경쟁에서 다른 유기체들은 진화적 시간을 거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인간은 지능을 사용함으로써 유기체의 방어선을 돌파해 이 시간을 거슬렀다. 이것이 생태계에서 인간이 점유한 특별한 능력이다.

2장에서 소개했던 지능의 정의를 기억해보자. 지능이란 장애물을 극복하고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세계의 작동방식에 대한 지식을 이용하는 것이다. 인간은 사물, 물질, 장소, 기후 등에 대한 법칙, 그리고 다른 동물과 사람이 가진 핵심적인 힘, 믿음과 욕망 등을 파악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법칙들 간의 상호작용을 조합하여 새로운 지식과 계획을 짠다.인간은 이런 인지능력으로 진화의 시간을 거스르는 기습공격의 기술을 갖게 되었고, 인간이 생태계에 들어오면 많은 종들이 진화적 시간으로는 인간으로부터의 방어수단을 찾지 못해 죽어 나갔다. 인지적소는 우리에게 독특한 여러 가지 특성들을 선사한다. 대표적으로 도구제작과 사용은 사물들 간의 원인과 결과를 파악하고 지식을 목표달성에 이용한 결과다. 또한 언어는 지식을 교환하고, 지식에 의한 이익을 배가시킨다. 다른 사람들의 지혜, 천재성, 시행착오 등으로부터 축적된 성과물을 값싸게 얻었고, 다른 동물처럼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할 필요가 없다. , 다른 유기체들은 단순히 오랜 진화적 시간을 거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을 인간은 인지능력, 즉 지능을 사용함으로써 인간만의 생태적 지위를 점유하게 되었다.그래서 인간은 환경조건이 다른 곳에 뚝하고 떨어져도 이미 지식의 범위안에 들어온 정보를 활용하여 새로운 거주지를 개척하고, 이용하고, 장애물을 영리하게 극복할 줄 알게 된 것이다.

만화 <캘빈과 홉스>에서 호랑이 홉스는 캘빈에게 인간의 손톱은 정말 초라하고, 뾰족한 어금니도 없고, 밤엔 잘 보지도 못하며, 분홍색 가죽은 있으나 마나고, 반사신경은 한심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인간이 호랑이의 운명을 좌우하지 호랑이가 인간의 운명을 좌우하지 않는다. 인간의 진화는 얼간이들의 복수현실판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인가?왜 돼지나 메기가 아니라 인간이 인지적소에 진입했을까? 인간의 마음진화 시기는 식량을 수집하면서 활동시간의 90퍼센트를 바쳤던 소규모 집단생활에 맞춰져 있다.인류 역사의 시작점을 600만 년 전이라고 보면 어쩌면 최근이라고 할 수 있는 농업혁명과 산업혁명 이후에 벌어진 사건들이 아니다.

핑커 교수는 우리 조상들의 인지능력이 진화하고 진가를 발휘할 수 있었던 이유를 네 가지 때문으로 추측한다.

첫째, 영장류는 시각적 동물이다. 특히 영장류는 입체시와 색채시를 가지고 있다.색채시는 색의 차이를 인지하는 능력이고, 입체시는 두 눈의 시점 차이를 이용해 깊이감을 얻는 능력이다. 시각이 왜 그렇게 중요할까. 이 또한 우리 조상이 살아가는 환경적응에 필수적인 능력이었다. 깊이감을 지각하는 것은 3차원 공간을 가득 메운 이동 가능한 단단한 물체들을 구별할 수 있게 해준다. 입체시는 영장류 계통 초기에 발달했다. 입체시는 야간 생활을 했던 초기 영장류에게 캄캄한 밤중에 빽빽한 가지들을 헤쳐 나가는 능력과 손으로 곤충을 잡아먹으며 배를 채울 수 있는 능력을 주었다. 반면 색채시는 물체들을 배경과 구별하게 해주고, 사물을 구성하는 성분에 대한 감각을 갖게 했다. 색채시는 원숭이와 유인원의 조상들을 주간근무로 돌려 다양한 색깔의 과일을 먹을 수 있게 해주었다.

입체시와 색채시 지각능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주었다. 우리 뇌 속 시각정보의 흐름은 사물과 사물의 형태, 성분을 담당하는 무엇과 사물의 위치와 운동을 담당하는 어디로 나뉘게 되었다. 인간이 마음의 세계를 이동가능한 물체로 가득한 공간으로 이해하는 것도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언어사용과 추상적 사고에도 적용된다. 예를 들어, 병에서 회복해 went from being sick, 건강한 상태로 돌아왔다 to being well)

둘째, 집단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포유동물과 달리 대부분의 유인원과 원숭이는 군집생활을 한다. 집단생활은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포식자 방어에 유리하다. 둘째, 식량 수집에 효율적이다. 특히 큰 동물을 협동으로 사냥할 때 두드러지며, 또 한 개체가 먹기에 너무 많이 매달린 열매를 보호하는 데도 유리하다. 셋째, 가치 있는 정보가 배가 된다. 정보에 따라 움직이는 종에서 양질의 정보의 이점은 증대된다. 넷째, 집단생활을 하면 식량, 짝짓기, 보금자리 등을 가지고 경쟁을 벌일 텐데 이 또한 인지능력에 도움이 된다. 절박한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며 개체들은 더욱 영리해진다. 몇몇 이론가들은 인간의 뇌는 영장류 조상들의 군비경쟁의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식물을 지배하는 데는 높은 지력이 필요하지 않지만 나보다 힘이 세고 나만큼 영리한 상대를 지배하기 위한 지력에 관해서는 죽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말로 부족하다.

셋째, 손의 사용이다. 영장류는 나무에서 진화한 덕에 가지를 잡는 손이 있다. 원숭이는 네 다리를 모두 이용해 가지 끝을 잡고 질주하지만 유인원들은 팔을 이용해 가지에 매달린다. 유인원들은 잘 발달된 손을 사물 조작에 이용했다. 예를 들면, 고릴라는 가시가 난 식물을 정교하게 발라먹고, 침팬지는 잔가지로 흰개미를 낚는다.

정밀한 손과 정밀한 지능은 인류의 몸에서 함께 진화했다. 그 과정을 이끈 것은 손이었다. 그런데 손은 혼자 진화하지 않았다. 신체의 모든 뼈가 개조된 후에야 직립자세를 갖췄을 것이고 그제야 양손을 자유롭게 조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완전한 직립자세가 진화한 데에는 몇 가지 선택압력이 작용했다. 먼저 두발 보행은 나무에서 내려와 사바나 초원 평지에서 먼 거리를 여행할 수 있는 생체역학적으로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리고 초원에서 적을 감시하는 것을 용이하게 해준다. 무엇보다 양손이 자유로워진 후에는 운반과 조작이 능숙해졌다. 여러 장소에서 재료를 가져와 도구를 만들고, 도구를 가장 필요한 곳으로 가져가고, 식량과 아이들을 안전하고 비옥한 장소로 운반할 수 있었다.

지능의 마지막 안내자는 사냥이다. 사냥하는 인간은 남자와 여자 모두에게 영향을 미쳤다. 풀을 제압하는 것보다는 토끼, 매머드를 제압하는 데에 더 고도의 지능이 필요하다. 사냥하는 인간은 잔인한 게임에서 생존하기 위한 팀워크와 예측력을 통해 지능을 발달시켰다. ‘사냥하는 남자수집하고 가공하는 여성간의 역할분담은 지능의 범위를 더욱 확대시켰다.

사냥은 각종 영양분이 농축된 식량도 제공한다.채식도 열량과 각종 영양소를 공급하지만 고기는 20가지 아미노산이 함유된 단백질과 에너지가 풍부한 지방과 필수지방산을 제공한다.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우리는 신체의 20%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먹성 좋은 뇌를 가지고 있다. 고기의 영양분은 비싼 뇌를 굴릴 수 있게 만들었다.

이 네 가지 습성이 인간지능이 발달한 이유의 전부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네 가지 특성들은 우리 조상이 왜 유일하게 지능을 향해 나아갔는지는 설명이 가능하다.

핑커 교수는 지금까지 설명한 이야기를 이렇게 비유하며 정리하고 있다.

만약 외계에 우리와 같은 인간이 있다면 그 행성의 역사에 야행성 포식자가 있고(입체시를 얻기 위해), 주행성 생활로 전환해서 과일에 의존하고(색을 위해), 포식자에게 공격당하기 쉬우며(집단생활을 위해) 그후 이동 수단이 가지에 매달리는 방식으로 바뀐(손을 위해, 그리고 직립자세의 전 단계를 위해)후손, 그리고 그들을 우림에서 초원으로 이동하게 만든 기후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핑커 교수는 마음이 어떻게 진화했는가에 대해 복제자의 자연선택이란 주장을 펼쳐 보였다. 자연선택은 마음을 정보처리기로 설계했고, 그 결과 마음은 지각하고, 상상하고, 흉내 내고, 계획할 수 있게 되었다. 마음은 다른 마음으로 전달할 때 인쇄상의 실수만 복사되는 것만 하는 것이 아니라, 평가되거나, 논의되거나, 개선되거나 거부된다. 진화는 마음을 창조했다. 초기 인간이 남긴 가장 중요한 유물은 바로 현대의 마음이다.

4장은 인간이 가진 특별한 마음이 만든 기능인 시각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