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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문학(수필, 소설, 시 , 기타)

천하제일의 말

by 자한형 2022.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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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의 말 -도요시마 요시오 작, 김난주 옮김

1

어느 시골 마을에 진베이라는 말몰이꾼이 살았습니다. 진베이는 아주 게으른 사람이라서 살림이 넉넉할 때는 어슬렁거리고 놀다가 살림이 쪼들린다 싶으면 일을 했습니다. 일이란 산에서 나무꾼이 베어낸 나무를 오리정도 떨어진 옆 마을로 옮기는 것입니다.

아침 일찍 갓 베어낸 나무의 싱그러운 냄새가 풍기는 둥그렇고 네모난 나무를 수레에 싣고 목에 방울을 단 검정말의 고삐를 쥐고서 딸랑딸랑 따각따각 집을 나섭니다. 그렇게 오리 길을 갔다가 저녁때에는 다시 집으로 돌아옵니다.

검정말은 진베이의 보물이자 가장 큰 자랑거리입니다. 하기야 말몰이꾼에게는 말이 가장 소중한 법이지요. 진베이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논밭을 팔아 검정말을 샀습니다. 아직은 어린 말이지만 검은 털은 매끄럽게 빛나고 키도 크고 뼈대도 단단하고 히힝 하고 울면서 굵은 꼬리를 흔드는 모습은 늠름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그리고 따각따각 발소리를 울리며 걸어가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진베이는 말몰이꾼들이 끌고 다니는 수많은 말 중에 제일 멋들어진 이 말을 무척 아끼고 사랑했습니다.

어느 맑게 갠 겨울 날, 진베이는 늘 하던 대로 나무를 수레에 싣고 말꼬리를 쥐고서 옆 마을로 길을 떠났습니다. 점심때 쯤 옆 마을에 도착해서 중간상의 마당에 내려놓은 뒤 검정말에게 여물을 주고 자신도 도시락을 먹었습니다.

그리고는 귀갓길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저 멀리 하늘에서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차가운 북풍까지 불면서 눈발이 휘날리기 시작했습니다. 진베이는 검정말이 눈을 맞을세라 도중에 있는 역참에 들러 두세 시간을 쉬었습니다. 다행히 눈이 그치자 진베이는 이제 묵어갈 일은 없겠다 싶어 다시 길을 서둘렀습니다. 하지만 겨울날은 짧은 데다 먹구름까지 끼어 있어 금방 어두어둑해지고 말았습니다.

이를 어쩌나, 큰일이로세.”

진베이는 혼자 중얼거리며 뒤돌아 검정말의 목덜미를 쓰다듬었습니다.

벌써 날이 어두워졌으니 걷기도 힘들고 춥기고 할 텐데. 그래도 좀 참아야겠다. 그 대신 집에 가면 맛있는 여물을 한껏 먹여줄 테니까.”

검정말은 진베이의 말을 알아들었다는 듯이 히힝 하고 소리 높이 울더니 따각따각 힘차게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목에서 딸랑거리는 방울 소리 역시 힘차게 울렸습니다.

이렇게 오가는 사람 하나 없는 해 저문 길을 걸어 옆으로 벼랑이 솟아 있는 길에 접어들 때였습니다.

눈이 얇게 쌓여 있는 벼랑 아래 수풀에서 고양이만한 크기의 거뭇거뭇한 것이 툭 튀어나오더니 진베이 앞으로 다가와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까딱거리며 인사를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마부님, 저 좀 살려주세요. 이렇게 부탁드려요.”

안 그래도 수풀에서 시커먼 것이 불쑥 튀어나와 깜짝 놀랐는데 그것이 말까지 하는 터라 진베이는 걸음을 멈췄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것은 인간도 원숭이도 아닌 생김새에 몸통에 비해서는 길쭉한 손발에 손톱 발톱은 염소처럼 생겼고 새까맣고 짧은 홑옷 밖으로 조그만 꼬리가 삐져나와 있었습니다.

거 참 이상하게 생긴 놈이로구나.”

진베이가 그렇게 말했습니다.

넌 대체 누구냐?”

저는 산꼬마라고 해요.”

산꼬마?”

그때 진베이의 머리에 언젠가 책에서 보았던 한 그림이 떠올랐습니다.

인간도 원숭이도 아닌 얼굴에 손톱 발톱은 염소처럼 생겼고 조그만 꼬리가 있는 악마의 모습이었습니다. 그 악마 역시 새까만 홑옷을 걸치고 있었습니다.

거짓말하지 말아라. 넌 악마의 자식이지?”

, 악마의 자식 맞아요. 산꼬마라고도 하고요.”

하하하하, 악마의 자식이라.”

진베이는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런데 왜 이런 데서 어슬렁거리고 있는 것이냐?

산꼬마는 그럴 수밖에 없는 사연을 털어놓았습니다.

산꼬마는 일주일 쯤 전의 따스한 날, 친구들 대여섯과 함께 산에서 내려와 논밭을 뛰어다니며 놀았습니다. 땅도 파고 재미있게 노는 데만 정신이 팔린 나머지 사냥개가 다가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해 꼬리를 물리고 말았습니다. 간신히 사냥개에서 도망치기는 했지만 산꼬마의 가장 소중한 꼬리 절반이 잘려 나갔습니다. 산꼬마는 꼬리가 없으면 재주도 넘지 못하고 변신도 하지 못합니다. 어찌 어찌하다보니 친구들도 이리저리 흩어져 산꼬마는 어쩔 수 없이 벼랑 밑 수풀에 숨었습니다. 꼬리가 잘려 나가는 바람에 마법의 힘이 사라져 멀고 깊은 산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밤에 먹이를 찾으러 나가면 사냥개들이 젖어대고 날이 추워지면서 꼬리 상처가 아팠습니다. 일주일동안 굶주림과 추위와 아픔에 시달리며 벼랑 밑에서 떨고 있는 차에 앞을 지나가는 진베이를 보고는 휙 튀어나간 것이었습니다.

, 그러니까 저 좀 살려주세요.”

산꼬마는 땅에 머리를 조아리고 진배이에게 부탁했습니다.

이리저리 자세히 살펴보니 부들부들 떠는 산꼬마의 몸통은 깡말랐고 꼬리에는 시뻘건 상처가 있었습니다.

난 지금까지 악마를 도와준 경험이 없는데 어떻게 해 주면 좋겠냐?”

진베이가 산꼬마에게 물었습니다.

간단해요. 진베이 님의 말은 정말 훌륭하군요. 그 까맣고 매끄러운 털을 보고 한 눈에 반해 버렸어요. 저에게 이 말의 배를 잠시 빌려 주시면 돼요. 오래는 아니에요. 3월이 되면 날도 따뜻해질 테니까 그때면 제 꼬리 상처도 다 아물 거예요. 그럼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어요. 그때까지만 저를 이 말의 뱃속에 살게 해 주세요. 악마의 왕에 맹세코 해는 절대 끼치지 않을 게요. 아니 제가 말의 뱃속에 있는 동안은 말이 열 배의 힘을 낼 수 있도록 해 드릴게요. 아무쪼록 이렇게 부탁드려요.”

그 말을 들은 진베이는 몹시 당황했습니다.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검정말의 배를 악마에게 빌려주다니,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으니까요. 그렇다고 거절하면 산꼬마는 굶어죽든지 얼어 죽겠지요. 아무리 악마라도 이렇게 간곡하게 부탁하는데 거절할 수는 없습니다. 더구나 말의 배를 빌려주면 해는 절대 끼치지 않고 오히려 열 배로 힘을 내게 해 준다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망설이다 못한 진베이는 말과 의논해 보고 결정하자고 생각했습니다.

너는 어떻게 하면 좋겠니?”

진베이는 검정말의 목덜미를 쓰다듬으면서 물었습니다.

검정말은 진베이의 말을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말이 그러겠다고 하는 듯하니, 배를 빌려주마. 그 대신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 2월 말까지야.”

진베이가 부탁을 들어주자, 산꼬마는 뛸 듯이 기뻤습니다.

그리고 진베이가 말의 입을 벌리자, 폴짝 뛰어올라 말의 입속으로 쏙 들어갔습니다. 그 광경을 본 진베이는 하하하하 하고 너털웃음을 터트렸습니다.

2

그 다음 날부터 굉장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산꼬마가 말한 대로 진베이의 검정말은 힘이 열 배로 세져, 나무를 산더미처럼 실은 수레를 끌고 언덕길을 날 듯이 달려갔습니다. 전에는 옆 마을까지 오리 길을 오가는데 하루가 걸렸는데 지금은 나무를 아무리 많이 실어도 하루에 세 번은 너끈히 오갔습니다. 진베이는 걸어서는 도저히 말을 따라갈 수 없어 나무를 실은 수레를 타고 다녔습니다.

이거 참 횡재했군.”

진베이는 신이 나서 매일 보리와 쌀과 콩을 섞은 맛있는 여물을 말에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덕분에 날로 털이 까맣고 매끈매끈해진 말은 더없이 훌륭하고 듬직했습니다.

자 일이 이렇게 되고 보니, 이 마을 저 마을에 진베이의 소문이 자자하게 퍼졌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진베이의 말이 나무를 산더미처럼 실은 수레를 끌고 산길을 날 듯이 달려 세 번이나 오가는 광경을 모슨 진풍경을 보듯 구경했습니다. 그들 중에는 이렇게 묻고 또 이런 제안을 하는 이도 있었습니다.

아니 어떻게 했기에 그렇게 힘이 세졌는가?”

돈은 얼마든지 낼 테니까 그 말을 팔지 않겠나?”

하지만 진베이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검정말은 천하에 제일가는 말인데 될 법이나 한 소리를 하시게.”

진베이는 가슴을 쫙 펴고 자랑스럽게 고삐를 잡아당겼습니다.

게을렀던 진베이도 상황이 이렇게 변하고 보니 말을 모는 것에 재미가 붙었습니다. 그 덕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무를 나르다 보니 금세 부자가 되었습니다.

눈이 펄펄 날리는 날에도, 오늘 하루쯤은 쉬자 싶은데 말이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마구간에서 펄쩍펄쩍 뛰는가하면 히힝거리고 울어대는 통에, 아무리 날씨가 나빠도 길을 나서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2월 말이 다가오면서 말의 배가 점점 불러왔습니다.

놀란 진베이는 커다란 말의 배를 쓰다듬어 주고, 말의 병에 좋다는 깊은 산의 조릿대를 구해 먹였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헛수고였습니다. 다른 말몰이꾼들에게 보이고 도움을 구해 보았지만 아무도 그 원인을 알지 못했습니다.

진베이는 걱정이 태산 같았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습니다. 진베이는 틀림없이 말의 뱃속에 있는 악마의 소행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2월 말까지라고 약속을 했으니 지금 와서 약속을 물릴 수는 없었습니다. 게다가 검정말은 배가 커다랗게 불렀을 뿐 건강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고 힘이 줄어들지도 않았습니다.

아무튼 2월 말까지는 기다려봐야겠군. 해는 절대 끼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니까 별다른 일은 없을 거야.’

진베이는 그렇게 생각하며 2월이 가기를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검정말은 변함없이 기운차게 나무를 산더미처럼 실은 수레를 끌었습니다.

3

드디어 2월의 마지막 날이 되었습니다.

진베이는 그제야 안심하면서 오늘 하루는 검정말을 쉬게 하고 싶어 마구간에 그대로 묶어 놓고 맛있는 여물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오늘만 넘기면 된다는 생각에 일직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새벽녘, 진베이는 마구간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무슨 일인가 하고 달려가 보니 검정말이 이를 악물고 날뛰면서 매우 고통스러워했습니다. 진정시키려고 말을 걸고 목덜미를 쓰다듬어 보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진베이는 영문을 알 수 없어 애가 탈 뿐이었습니다.

진베이 님, 진베이 님.”

그때 어디선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진베이는 화들짝 놀라 사방을 돌아보았지만 사람은 아무도 보이지 않고, 자신을 보르는 희미한 소리만 또 들렸습니다.

진베이 님, 진베이 님.”

그 소리가 아무래도 말의 입에서 나오는 듯해 진베이는 말의 입에 귀를 갖다대었습니다.l

진베이 님, 진베이 님.”

오호라, 그것은 바로 산꼬마의 목소리였습니다.

아니 너, 악마의 자식 아니냐. 어쩌자고 지금까지 뱃속에서 머무적거리고 있는 거야, 오늘이 3월 첫째날인데. 약속한 기간은 다 끝났어. 빨리 나와.”

진베이가 그렇게 호통을 차지 말의 입속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실은 좀 난처한 일이 생겼어요. 이곳에서 매일 맛있는 여물을 얻어먹으며 기분 좋게 지내다 보니까 투실투실 살이 졌나 봐요. 막상 나가려니까 말의 목에 걸려 나갈 수가 없어요. 억지로 나가려고 한다면 나갈 수야 있지만 말이 이렇게 이를 악물고 고통스러워하니 어떻게 할 수가 없네요. 그러니까 진베이 님, 말이 입을 쩍 벌리고 하품을 좀 하게 하세요. 그 틈에 뛰어나갈 테니까요. 안 그러면 그냥 이곳에서 살든지 말의 배를 물어뜯고 나가는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말이 하품을 하게 해 주시면 이 말에게 백 배의 힘을 드릴게요.”

알겠다. 어떻게든 말이 하품을 하도록 해 볼 테니까 넌 얌전히 기다려.”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진베이는 무슨 수를 소를 써야 말이 하품을 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하기야 지금까지 말이 하품을 하는 것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까요.

옆구리를 쿡쿡 찔러보고 막대기로 콧구멍을 쑤셔 보기도 했지만 말은 간지러워하거나 재채기를 할 뿐 하품을 할 기색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가만히 내버려두면 점점 살이 찐 악마의 자식이 말의 배를 물어뜯거나 배가 저절로 터져버릴 게 뻔합니다. 부모님이 물려준 논과 밭을 판 돈으로 샀고 천하에 제일가는 말이라고 자랑을 아끼지 않았던 검정말이 그런 일을 당한다면 어쩌면 좋을까요.

답답하고 속이 타서 발을 동동 구르다 못한 진베이는 동료 말몰이꾼들과 마을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이렇게 물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말이 하품을 하는지 혹시 아나?”

하지만 누구 하나 아는 이가 없었습니다. 실망한 진베이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집으로 돌아와 한숨을 쉬면서 검정말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았습니다.

이 일을 어쩌면 좋으냐.”

악마의 자식이 언젠가는 말을 배를 물어뜯고 나올 것이라 생각하니 진베이는 말의 배를 빌려준 것이 후회스럽고 사랑하는 말과 헤어져야 할 일이 슬퍼 그저 하염없이 말의 얼굴을 쳐다 볼 뿐이었습니다.

검정말 역시 무거운 배를 어쩌지 못하고 슬픈 표정으로 진베이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렇게 말의 얼굴만 물끄러미 쳐다보다 지친 진베이가 눈을 스르륵 감으면서 자기도 모르게 하품을 쩍 했습니다. 그러자 덩달아 말도 하 하고 하품을 했습니다. 그 광경을 본 진베이가 옳거니!” 하고 소리를 지르는 순간, 쩍 벌어진 말의 입에서 투실투실 살이 찐 산꼬마가 풀쩍 튀어나왔습니다.

진베이 님, 오래도록 말의 배를 빌려 주셔서 정말 고마웠어요. 그 보답으로 이 검정말의 힘을 백 배로 세게 해 드리지요.”

산꼬마는 투실투실 살찐 고개를 까딱 숙이고는 상처가 다 나은 꼬리를 흔들며 훌쩍 몸을 날려 재주를 부리는가 싶더니 그대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진베이는 어안이 벙벙해서 사라지는 산고마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히힝 하는 말울음 소리에 정신을 차렸습니다. 그리고 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큰소리로 하하하하.” 하고 웃었습니다.

그 뒤 진베이의 검정말은 백 배의 힘을 얻어 부지런히 일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뒤로 자빠질 듯 놀라워했지만 진베이는 언제나 시치미를 뚝 뗀 채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산길을 오갔습니다.

악마의 자식이라도

곤경에 빠져 있다면

묵어가게 해 주게.

악마의 자식을 삼키고

하품과 함께 뱉어낸

천하에 제일가는 검정말.

이랴, 이랴, 이랴.

천하제일의 말은 일본 작가 도요시마 요시오(豊島與志雄, 1890-1955)1924년 아동문예지 아카이토리(赤鳥)에 발표한 동화로 도요시마 요시오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에서 이 작품이 이상이 쓴 유일한 동화작품이라는 찬사 속에서 황소와 도깨비라는 제목으로 출간되고 있다.

황소와 도깨비라는 제목의 동화는 1937년 우리말 신문 매일신보에 5회에 걸쳐 연재되었다. 주인공이 진베이에서 돌쇠로, 검정말이 황소로, 악마가 도깨비로 바뀌었을 뿐 줄거리와 글의 구성이 똑 같다. 번안작품이라고 할 수도 있다.

매일신보에 실린 황소와 도깨비연재 1편에는 작가 이름이 김해경(金海卿)으로 적혀 있다. 해방 이후 1956년 이상전집을 출간하면서 전집 편집자가 김해경이 이상의 본명이니 황소와 도깨비가 이상의 작품이라고 판단하여 수록한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 메일신보 연재 2편부터 마지막 5편까지는 작가 이름을 김해향(金海鄕)이라고 달아놓았다. 연재 1편에 기록한 작가 이름이 잘못된 것을 발견하고 2편부터 바르게 고쳐놓은 것이다. 한자 경()과 향()이 비슷하여 연재 1편 식자과정에서 오류가 생긴 것이 아닌가 싶다.

황소와 도깨비는 이상이 쓴 동화가 아니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출판사들은 황소와 도깨비라는 동화에 도요시마 요시오 원작 - 김해향 번안이라고 명기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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