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외국문학(수필, 소설, 시 , 기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by 자한형 2022. 12. 7.
728x90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괴테 [이남구]

대부분이 주인공인 베르테르가 친구 빌헬름에게 보내는 편지로 이루어진 서간체 소설이다. 감수성이 풍부한 젊은 예술가인 주인공 베르테르는 어떤 일 때문에 고향을 떠나 다른 고장으로 옮겨 살게 되었다. 그곳에서 우연히 참석한 파티에서 알베르트라는 약혼자가 있는 아가씨 로테와 만나게 되고, 그녀에게 첫눈에 반하며 로테도 베르테르를 자신의 지적 감성과 성격이 통하는 사람이라고 느끼게 된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로테는 이미 임자가 있는 상태.

이후 약혼자 알베르트에게도 베르테르를 소개시켜 줘서 서로 사이좋게 지내게 하려는 등 나름대로 노력해 보지만, 알베르트와 베르테르는 성격도 다르고, 둘 사이에 로테라는 여인이 있었기 때문에 좋은 사이가 되기엔 애초에 힘들었다.

로테에 대한 사랑이 깊어질수록 로테의 사랑을 얻는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느낀 베르테르는 한동안 로테 곁을 떠나기로 하고 친구 빌헬름이 추천해 준 대로 공사의 비서로 일을 하는데, 남 밑에서 일하는 것도 적성에 안 맞는 데다 공사라는 사람의 성격도 마음에 들지 않고, 속물적인 귀족 사회에 신물이 나 약 8개월 만에 사직서를 낸다. 그 후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서 순례도 하고 전쟁터에도 나갈까 고민하는 등 로테를 잊으려 애쓴다.

그러나 그는 그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줄 유일한 여인을 찾아 다시 되돌아오게 되고, 이후 로테의 남편인 알베르트에 대한 질투는 점점 커져만 간다. 로테 역시 베르테르에 대한 자신의 감정에 동요하게 되고, 베르테르가 찾아온 뒤면 알베르트와의 관계가 불편해졌다. 나중엔 자신의 행위에 대해 죄악감을 느끼고, 불만과 불쾌함으로 인해 몸과 정신이 쇠약해진다. 로테에 대한 사랑을 체념한 베르테르는 죽음만이 그의 사랑을 완성시켜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른다. 로테를 향한 마지막 사랑의 표현까지 거절당한 베르테르는 결국 알베르트에게서 빌려 온 권총을 이용해 자살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마감했다.

로테는 그의 자살 소식을 듣자마자 실신했으며, 알베르트는 그녀의 목숨이 걱정되어 베르테르의 장례식에 참석할 수 없었다. 알베르트, 로테의 아버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베르테르의 죽음을 슬퍼하며 그의 유언대로 보리수나무 두 그루가 있는 곳에 묻어주었다.

<베르테르>

소설의 주인공. 평민이나 유복한 집안 출신이고 물려받은 유산도 많으며 나름 재능이 있어서 젊은 나이에 법률 쪽에서 일하면서 어떤 곳의 법무관 밑에서 일하기도 하고 나중엔 도시로 가서도 법률 쪽으로 나름 한자리를 잡았다. 작중 그가 보내는 편지를 받아주는 상대가 친구인 빌헬름이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쉽게 격정에 빠지는 등 은근 다혈질 비슷한 구석이 있다. 초기에는 조금 예민해도 순수하고 감정적이며 정열적인 청년처럼 묘사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꼬여가는 상황과 이루어지지 않는 짝사랑, 다른 곳에서의 인간관계에서 치여 살다가 짝사랑하는 로테가 있는 곳으로 돌아오고 나서도 해결되지 않는 고립감과 고독 등으로 점점 우울해지는 한편 그의 기질상 정서가 쉽게 과격해지는 부분과 자기에게의 몰입이 쉽게 심화되는 부분이 보다 주변인들에게 문제적으로 다가오게 된다. 특유의 기질 때문인지 2부에선 무절제한 모습이 보다 강조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단순히 기질과 성격의 문제, 가망 없는 짝사랑 문제뿐만이 아니라 이 시절에도 당연히 존재하던 직장 상사의 사내 괴롭힘 문제라든가 은연중에 신분 차별을 하는 귀족 사회에 치이느라 반발감과 불편감을 크게 느끼는 등 나름대로 사회 고발적 측면도 지니는 주인공이다. 사회에 제대로 편입되기 힘들어해 괴리되는 당시 청년 세대를 잘 표현했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로테에게 한눈에 빠져 열정적인 짝사랑을 하게 된다. 로테의 외모뿐만이 아니라 그녀의 인격이나 태도 등 모든 부분에서 거의 절대적인 호감과 연정을 느끼면서 푹 빠진다.약혼자가 있다는 걸 알고도 사랑에 빠졌지만, 그레도 알베르트가 그들 옆에서 부재 시에는 로테의 옆을 차지해서 기쁜 찰나를 보낸다. 하지만 알베르트가 돌아오고 아무리 노력해도 로테의 사랑을 얻을 수도 없고 알베르트와도 공존할 수 없다는 걸 여러 차례 깨달으면서 한번 도시로 뜨게 된다. 위에서도 언급된 것처럼 베르테르는 도시의 귀족사회의 부정적인 부분들에 치이고 실망한 끝에 도로 로테가 있던 곳을 찾으나, 이미 로테와의 관계도 보다 서먹해지고 로테에 대한 사랑, 집착, 미련을 하나도 포기 못 했던지라 그의 상태는 더욱 악화되어 간다.

로테에 대한 사랑을 주체 못 하는 게 심해지는 결말부에 가까이 가면 가히 강박증이 의심되는 면모까지 보인다.덕분에 로테도 베르테르에게 어느 정도 인간적인 호감을 지녔지만 가면 갈수록 그의 주체 안 되는 행태를 부담스러워하며 멀리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작중에서 그와 유사한 느낌을 내는 남자 조역이 두 명 정도 등장한다. 한 명은 어떤 미망인 주인을 짝사랑하다가 후반부에 살인 사건을 일으키는 어떤 하인 남자고, 또 한 명은 그처럼 로테를 짝사랑했다가 로테의 아버지에게 이 부분이 걸려서 해고당한 끝에 미치고 만 하인리히라는 청년이다. 이중 살인을 일으킨 하인 남자에게 베르테르는 동병상련을 느꼈는지 필사적으로 그를 변호하지만 그가 처벌받는 걸 막지 못한다.

로테의 옆을 차지하고 싶어서 알베르트가 죽길 바라는 등 극단적인 생각도 품고, 내심 알베르트를 갖다가 자기보다 로테를 사랑하는 부분에 있어선 아래라고 취급하며 스스로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데 여념 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외에도 이성적인 알베르트와 성격이 잘 안 맞는 데다 질투심과 로테에 대한 집착 때문에 계속 충돌하게 되는데, 의외로 알베르트에게 직접적으로 해코지를 하진 않는다. 우선 로테가 알베르트를 사랑하는 데다 이성적인 악의를 품을 만큼 알베르트가 나쁜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작품 내내 알베르트는 신사이자 심려 깊은 사람으로 묘사된다. 결국 베르테르는 알베르트와 로테의 옆을 떠나기 위해 알베르트의 권총을 로테를 통해 넘겨받아 자살하여 생을 마감하게 된다.

죽을 때의 묘사를 보면 인망 자체는 꽤 좋았던 것 같다. 그가 잘 알고 친하게 지내던 법무관네 가족들, 특히 법무관의 아이들이 그의 장례식 때 엄청나게 슬퍼했고 한 아이는 관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고 할 정도다. 하지만 자살이었기에 성직자들은 전혀 참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로테에게 선물로 리본과 책을 받았는데 그 리본을 엄청나게 소중히 여긴다. 또 파티에서 한 뺨 때리기 게임에서는 로테에게 뺨을 두 번이나, 그것도 딴 사람들보다 더 쎄게 맞았는데도 오히려 그것 때문에 좋아 죽는 모습을 보인다. 2부에선 로테가 새로 기르게 된 카나리아 덕에 로테랑 간접 키스를 한 번 해보는 호사까지 누리지만 그의 사랑은 그 자신을 파국으로 몰아넣고 끝난다.

사랑에 있어서 지나치게 집착적이고 예민한 성격 탓에 극단화가 쉬운 사고 회로를 지니고 있던게 자신을 파멸로 몰아넣었지만 장례식 때 묘사를 보면 인망이 좋다는 게 암시될 정도로 성격 자체는 좋은 부분도 있어서 초반 전개에서 자기랑 초면인 여성이 짐을 드는 걸 보고 기꺼이 도와주기도 했고, 아이들에게도 잘 대해주고, 로테나 늙은 목사네 가족들 등 초면인 사람들과도 금방 친해지고 호감을 사는 편이며, 어려운 사람에게 거리낌 없이 자선을 하기도 하며, 자기 밑의 하인들에게도 잘 대우해 줬다는 암시가 곳곳에 있다. 연적인 알베르트도 그와 성향적으로 대조가 심해서 잘 안 맞는 타입인 거치고는 그를 나쁘게만 본 건 아니다. 나중에는 태도 때문에 그와 선을 긋는 로테도 그에 대해 완전히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실망하고 돌아서기보단 현재의 태도가 문제지 근본적으론 괜찮은 사람으로 본다. 이런 면에서 현대의 독자들 일부는 베르테르가 실연과 사랑, 청년이 겪는 사회 문제가 주는 다각적인 스트레스 때문에 작품 후반에는 인격 장애와 같은 정신적 문제를 가지고 있던 건 아니냐고 묻기도 한다.

베르테르라는 캐릭터의 모티브는 작가인 괴테 본인과 작가의 친구이자 직장 동료였던 예루살렘으로 보인다. 작가인 괴테는 지인의 아내였던 샤를로트 부프를 짝사랑하다 실패했고, 친구인 예루살렘의 경우 상사의 유부녀를 짝사랑하다 실패하자 자살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란 이야기는 작가의 경험과 작가 주변에서 일어난 실제 사례를 참고하여 만들어진 것이라 괴테 본인의 기억이나 감상과도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로테>

본명은 샤를로테이며 로테는 애칭. 베르테르와 나잇대가 비슷하며 검은 눈을 지닌 미녀로 나온다.

약혼자 알베르트가 곁에 부재하던 당시 만난 베르테르를 사랑에 빠지게 만든 장본인으로, 초반엔 본인의 사교적이고 상냥한 성품에 더해 베르테르가 그녀에게 가진 호감 덕에 좋은 관계를 이루었다. 하지만 알베르트가 돌아오고 로테와 알베르트의 관계가 베르테르가 끼어들 재간이 점점 안 보이게 되면서 로테와 베르테르의 관계는 점점 파국으로 치닫기 시작한다.

지적이고 상냥한 성품인 한편 부모를 일찍 잃은 채 많은 동생들을 수습해야 하는 장녀로서의 책임감이 제법 크다. 베르테르에게 어느 정도 호감이 있으면서도 베르테르를 끝까지 거부한 이유 중 하나는 어머니의 유언으로 가족을 안정시키고 동생들까지 건사하기 위해 가족을 책임져 줄 수 있는 알베르트와 약혼한 후 결혼까지 간 걸 차마 깰 수 없어서기도 하다.

그래서 자신을 짝사랑하나 이뤄질 수 없는 베르테르와 일단 약혼자에서 남편이 되었고 나름의 애정과 유대도 있는 알베르트, 그리고 그 사이에 낑겨버린 자신의 삼각관계를 어떻게든 초기엔 우정으로 유지시키려 하다가도 그게 실패하자 베르테르에게 선을 그으려고 많이 노력하지만, 자기 감정 포기 못 하고 주변을 맴돌면서 계속 어필하는 베르테르 때문에 힘겨워한다. 나중에 베르테르에게 기습적으로 키스를 받기도 하지만 결국 심적으로 힘들어하면서 선을 긋는다. 여러모로 짝사랑남 때문에 이쪽도 꽤나 고생한다.

한편으로는 베르테르에게 꾸준히 잘 대해주려고 엄청 노력하는 것과는 별개로 베르테르 특유의 격정적이고 충동적인 기질을 감당하기 힘들어하는 부분들이 여러 차례 강조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해석도 있다. 로테의 작중 태도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셋 사이의 균형을 지키려고 애쓴다는 평을 하는 이들이 있으며, 앞의 링크처럼 남편과의 관계가 있으면서도 베르테르랑 더 잘 맞았기에 끊지 못했던 거뿐이며 저렇게 행동하는 게 자기 연인이라면 실망했을 거라는 식으로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작중에서 결혼 후에도 베르테르의 방문을 허용한 로테의 태도로 인해 나중에 이거 가지고 토론이 여러 번 열렸다고 할 정도니 사람들이 이 부분에 있어서 베르테르의 로테에 대한 태도와 함께 여러모로 엇갈리는 시선을 보내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베르테르가 로테를 자기 식대로 지나치게 이상화시킨 여파도 있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결말부에 가까워진 시점에서 베르테르가 자기 앞에서 보인 불길한 행보와 발언들 때문에 베르테르가 뭔 일을 치지 않을까 하며 불길해하지만 남편 알베르트에게 차마 이 일에 대해 상담하지 못하고 어물쩡 넘어가게 된다. 사연을 모르는 알베르트는 나중에 베르테르의 부탁을 받고 로테의 손에 베르테르가 자살용으로 빌리려 했던 권총을 넘겨주게 되고 로테는 일단 그 문제의 권총을 베르테르에게 전달하게 된다. 이후 베르테르가 그걸로 자살해 버린 후 그녀는 큰 충격을 받는다.

베르테르 외에도 그녀를 짝사랑했던 사람으로는 그녀의 아버지 밑에서 서기로 일했던 하인리히라는 청년이 있었다. 물론 로테의 아버지는 하인리히랑 로테를 이어줄 생각 따윈 전혀 없기 때문에 하인리히가 로테를 마음에 품고 있다는 걸 알자 해고시켜 버리고 이후 하인리히는 미쳐버린다.

모티프는 괴테 본인이 짝사랑하다 실패로 끝난 유부녀(괴테의 짝사랑 상대)과 자살한 괴테의 친구 예루살렘이 사랑했던 어떤 유부녀로 보인다.

<알베르트>

로테의 약혼자에서 남편 되는 남자로 베르테르의 연적.

조금 고지식하나 이성적이고 지적이며 차분한 성품으로 연적인 베르테르가 자꾸 주변에서 신경 긁는 짓을 하고 관계에서 은근히 어그로를 끌어도 베르테르를 면전에서 크게 내치거나 견제하지는 않는 등 인격적으로 성숙한 편이다.

작품 외부적으로 볼 경우 당 시대에서 이상적인 가치가 알베르트의 성격에서 보여지는 합리적인 이성이고 엄격한 형식 절차를 중시했다고 하니 알베르트는 당 시대의 지배적인 가치관과 관념에 대해 관련이 있으며, 베르테르는 대조적으로 이에 불만을 느끼던 청년 세대를 대표하며 청년 세대가 주도하는 '슈투름 운트 드랑(질풍노도) 운동' 과도 그 캐릭터성이 관련이 있다.

로테의 언급을 고려해 보면 로테의 어려운 집안 사정 안정화를 위해 정략결혼으로 맺어진 사이 같지만 로테와의 사이도 좋고, 알베르트도 로테에게 잘해주는 등 관계는 결코 나쁘지 않다. 다만 베르테르의 경우 로테에 대한 미련과 알베르트에 대한 질투심 때문인지 로테를 사랑하는 측면에 있어선 자기가 알베르트보다 늘 낫고 알베르트는 로테에게 제대로 못 해주고 있다는 등 편지에서 종종 자기랑 비교하면서 그를 까내린다.

허나 베르테르같이 격정적이고 충동적인 사람들에 대한 공감대의 부족과 특유의 성격이 겹쳐져서 베르테르와는 결국 극상성에 속했고, 그 때문에 어설프게 우정을 표방한 삼각관계가 유지될 때도 아슬아슬한 측면을 보였으며 결국 베르테르가 먼저 못 견디고 떠나갈 정도.

뭣보다도 베르테르 입장에서 알베르트는 그토록 원하고 갈망해 마지않는 로테를 정식적이고 합법적으로 성공한 연적인 데다 여러 사정으로 인해 넘사벽마냥 취급되었기에 알베르트의 성격 이전에 알베르트가 로테의 약혼자, 남편이란 자리를 고수하는 이상 로테가 원하는 방식대로의 평화로운 공존은 어려웠으리라는 게 작중에서 베르테르의 심리를 통해 꾸준히 암시되고 실제로도 결국 최후에 베르테르가 로테에게 차이고 나서 자살하는 걸로 증명된다.

베르테르가 자살할 때 사정을 잘 몰라서 베르테르가 자살용으로 총을 빌려달라는 줄도 모르고 부탁하는 대로 총을 빌려줬고 하필 자기 아내 로테 손에 그걸 들려 보냈다. 그걸로 베르테르가 자살하자 로테와 함께 충격받았으며 이후 로테를 챙기느라 베르테르의 장례식에도 참여를 못했다. 그리고 베르테르에게 질투를 엄청 사고 자기 부인에게 애착을 못 버려서 여러 번 신경 긁던 짓을 자기 앞에서 하는 걸 빤히 보고도 베르테르를 나름대로 좋게 봤으며 그가 자살할까 봐 걱정하기도 하고 정말로 그가 죽자 진심으로 슬퍼하는 등 성격이 좋은 편이다.

분명 구도상 서브남주지만 주인공 베르테르가 마지막에 연애적으로 패배하는 주인공이기 때문인지 서브임에도 불구하고 모든게 베르테르보다 우위로 묘사되고[37] 베르테르 본인도 그걸 어쩔 수 없이 인정하며, 자기가 알베르트의 자리를 차지하고픈 상상이나 알베르트가 죽었음 좋겠다는 망상까지는 해도 결국 알베르트를 진짜로 끌어내리고 그 자리를 차지한다는 생각까지는 하지도 않는다.

작중 베르테르와 로테의 관계에 대해 베르테르에게만 치중된 심리 묘사 때문에[38] 간과하기 쉬운 사실인데, 사실 로테의 약혼자(남편)인 알베르트는 사실 굉장한 인격자이다. 다른 통속적인 로맨스 소설이라면 알베르트 포지션의 캐릭터는 연적이자 악역으로 설정되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소설이 베르테르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알베르트가 베르테르와 로테의 관계에 대해 눈치를 챘는지 안 챘는지에 대해서는 모호한 점이 없잖아 있기 때문에 이를 더욱 눈치채기 어렵기도 하다. 정황상 베르테르와 로테의 관계는 알베르트로서는 눈치를 못 챌 수가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알베르트는 처음에는 베르테르를 친구로서 존중했기 때문에 베르테르가 로테를 찾아올 때면 자신 때문에 둘이 불편할까 봐, 그럴 필요까지는 없음에도 굳이 알아서 자리를 비켜 주기도 했다.

하지만 마을에서도 세 사람의 관계에 대한 말이 슬슬 나오기 시작하자, 본인도 어쩔 수 없이 로테에게 베르테르와의 관계를 정리할 것을 부탁한 것이다. 알베르트는 그들의 관계를 눈치챘건 안 챘건 간에 자기에게 질투와 적대감을 드러내는 기미를 보이는 베르테르를 최후까지 감싸 줬으며, 무엇보다 그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자 진심으로 슬퍼했다. 또한 로테만큼은 아니더라도도 베르테르가 자살할 기미를 보이는 것을 눈치채고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등, 명색이 자신의 아내인 로테에게 자꾸 애정 공세를 해 대는 연적인 베르테르를 이 정도까지 걱정해 주고, 그의 죽음을 정말로 슬퍼해 준 것까지 보면 진성 대인배이자 인격자이다.

 

 

'외국문학(수필, 소설, 시 , 기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Dinge, die uns traurig machen(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0) 2023.12.11
천하제일의 말  (0) 2022.08.14
우수의 일기  (0) 2022.06.02
큰 바위 얼굴  (0) 2022.05.19
공간  (0) 2022.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