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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시

인생예찬

by 자한형 2022.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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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예찬 * 롱펠로우

 

슬픈 목소리로 나에게 말하지 마라.

인생은 다만 헛된 꿈에 지나지 않는다고!

잠든 영혼은 죽은 것이니 만물은 겉 모양 그대로는 아니다.

인생은 진실이다, 인생은 진지하다! 무덤이 인생의 종말이 될 수는 없다.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가라'는 말은 영혼을 두고 한 말이 아니다.

인생이 가야할 곳, 또한 가는 길은 향락도 아니며 슬픔도 아니다

저마다 내일이 오늘보다 낫도록 살아가는

그것이 인생이다.

예술은 길고 세월은 빨리 간다

우리의 심장은 튼튼하고 용감하지만

싸맨 북소리처럼 둔탁하게 무덤으로 가는 장송곡을 치고 있구나

세상은 드넓은 싸움터, 인생의 노영에서 길을 잃고 쫓기는 짐승처럼 되지 말고

언제나 싸움에 승리하는 영웅이 되라.

아무리 즐거워도 미래를 믿지 마라. 죽은 과거는 그대로 묻어 버려라.

행동하라, 살아있는 현재에 행동하라. 안에는 마음이

위에는 하나님이 있다.

위인들의 생애는 우리를 깨우친다.

우리도 장엄한 인생을 이룰 수 있느니

우리가 지나간 시간의 모래 위에 발자국은 남길 수 있다.

그 발자국은 훗날 다른 이가 인생의 장엄한 바다를 건너다가

조난당해 버려진 형제의 눈에 띄어 새로운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우리 모두 일어나 일하자! 어떤 운명에도 굴하지 않을 용기를 가지고.

끊임없이 이루고 도전하면서 일하며

기다림을 배우자.

 

에반젤린(Evangeline: A Tale of Acadie)

- Henry Wadsworth Longfellow

 

 

서시 ( 序詩 )

-아카디의 이야기-

이곳은 태고의 원시림.

소슬대는 소나무와

독당근나무들이 푸른 이끼에 싸여

황혼녘에 아련하게 서 있다.

마치 슬픈 예언자의 목소리를 지닌

옛 드루이드의 성자(聖者)처럼,

가슴까지 턱수염 나풀거리는

은발의 하프 연주자처럼.

바위 동굴에서 들려오는.

바다의 드높고 장중한 소리는

이 태고의 원시림이 구슬픈 음조로

울부짖는 비명에 화답하는 것인가.

이곳은 태고의 원시림.

하지만 사냥꾼의 발소리에 놀란 사슴같이

이 숲속에서 가슴 설레이던 사람들은

지금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숲속을 여울져 흐르는 물줄기처럼

지상의 생활에서도 천국을 구현한 것 같았던,

아카디 농부들의 고향이었던

그 초가 마을은 지금 어디로 사라졌을까?

 

아름답던 농장들은 황폐해지고,

농부들은 영영 종적을 감추어 버렸다.

시월의 세찬 바람이 먼지와 나무잎들을

휘몰아 하늘 높이 끌고 올라가

멀리 바다 위에 뿌려버리듯,

그들은 산산이 흩어져 버렸고,

다만 아름다운 그랑쁘레 마을의

전설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대, 참고 견딤으로

소망이 이루어짐을 믿는 사람들이여,

그대, 여인의 정절이 지닌 강인함과

그 아름다움을 믿는 사람들이여,

귀를 기울이라,

이 숲속의 소나무들이 지금도 노래하는

저 애달픈 전설에

귀를 기울여라,

이 행복한 고향, 아카디의

사랑 이야기에.

Sculpture of Evangeline at the Grand-Pré National Historic Site

in Nova Scotia, Canada.

[1]

아카디 지방, 마이나스 만() 포구의 바닷가,

멀리 떨어져 조용하고 작은 그랑쁘레 마을은

아름다운 골짜기에 있었다.

 

광활한 초원은 동쪽 멀리까지 뻗쳐있고,

그것은 이 마을 이름의 유래가 되어

수많은 양 떼들이 풀을 뜯는 목장이 되었다.

농부들의 흐르는 땀으로 세워 올린 저 제방들은

바다의 거센 파도를 막아주고

철에 따라 열리는 수문을 통해

바닷물이 들어와 초원을 촉촉이 적셔 주었다

 

서쪽과 남쪽으로는

삼밭과 과수원과 옥수수 밭들이

울타리도 없이 멀리 평원 위에 펼쳐져 있었다.

북쪽으로는

블로미던 산과 옛 숲이 솟아 있었고,

그 산 위 높은 곳에는

구름과 안개가 서로 엉키고,

대서양에서 떠오른 안개가 가라앉는 기색도 없이

아름다운 골짜기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런 농토에 둘러싸여

아카디 마을이 잠자고 있었다.

 

헨리 시대의 노르망디 농가들처럼,

집들은 참나무와

밤나무로 튼튼히 지어진 것들이었다.

짚으로 이엉 얹은 지붕에 들창문이 달리고

지하실 위에 내밀고 있는

차양이 문간을 감싸서 햇빛을 가렸다.

저물어 가는 찬란한 햇살이 빛나 마을 길을 밝히고

굴뚝 위 바람개비들이 금빛으로 물드는

조용한 여름날 오후가 되면

아낙네와 처녀들은 눈같이 흰 모자를 쓰고,

붉은빛 푸른빛 초록빛 드레스를 입고,

베틀에 마주 앉아 옷감을 짤

금빛 삼실을 물레로 수다스럽게 뽑고 있다.

집안에서 들려오는 베틀의 북소리는 물레 소리와

처녀들의 노랫소리에 어울려 요란하게 들렸다.

 

점잖은 휘리시앙 신부님이 거리를 걸어 내려오면

아이들이 뛰노는 것을 잊은 채

자기들을 축성(祝聖)하는 신부님의 손길에 입을 맞추고,

아이들 사이를 지나 신부님이 천천히 다가오면

아낙네와 처녀들은 일어나서 다가오는

그를 다정한 인사말로 맞았다.

 

이윽고 들에서 일꾼들이 돌아오면,

태양은 고요히 잠자리에 들고

황혼은 퍼져나간다.

종각에서는 삼종기도의 종소리가 은은히 들려오고.

수백개의 벽난로에서 피어오르는

평화와 행복의 파르스름한 연기가

향이라도 피우듯이 지붕위로 피어오른다.

 

순박한 아카디의 농부들은 이렇게 사랑속에서 살고 있었다.

그들은 하느님과 인간의 사랑속에 살고 있었다.

그들은 폭군 정치의 공포와

공화정치의 폐단인 시기심을 모른채,

문에는 자물쇠를 채우지 않았고,

창에는 고리도 없이, 집들은 항상 개방되어 있었다.

주민들의 마음도 그랬다.

가난한 자와 부자의 구별도 없었다.

 

 

 

 

 

Acadia National Park

 

 

 

마을에서 좀 떨어진 마이나스 포구 가까이에

그랑쁘레 제일의 부자 베네딕뜨 벨레폰테인이

넓은 밭을 갈며 살고 있었다.

그 집 살림을 마을의 자랑인

그의 딸, 사랑스러운 에반젤린이 돌보고 있었다.

 

일흔 번의 겨울을 지낸 노인은

눈 속의 참나무처럼 크고, 건장하고, 정정하였고,

그의 머리카락은 눈처럼 하얗고

볼은 참나무잎처럼 갈색이었다.

 

열 일곱 번의 여름을 지낸

그의 딸은 볼수록 아름다운 처녀였다.

두 눈은 길 옆 덤불 속의 딸기처럼 새까맣고,

삼단같은 머리결 아래 그 눈동자는 부드럽게 반짝였다.

그녀의 숨결은 들에서 풀을 뜯는

암소의 숨결처럼 부드럽고 향기로왔다.

추수할 때면 집에서 담근 맥주 항아리를

일꾼들에게 날라다주던 그녀의 모습은

! 참으로 아름다웠다.

 

주일 아침,

성당의 종소리가 거룩한 음향으로 대기에 젖어들고

신부님이 히솝(hyssop)를 뿌리며

신도들에게 강복(降福) 주시는 날,

그녀는 묵주와 성경책을 들고,

노르망 모자를 쓰고, 푸른 드레스를 입고,

옛 프랑스에서 가져왔던 대대로 전해오는 가보인,

어머니에게 물려 받은 귀걸이를 달고

긴 거리를 걸어 갈 때,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웠다.

 

그녀가 고해성사를 마치고

하느님의 은총을 받으며 집으로 돌아올 때,

하늘의 빛이라고 할 성스러운 아름다움이

그녀의 얼굴에 빛나고 그 모습을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모습이 사라지고 나면

마치 아름다운 음악의 선율이 멎은듯 서운하였다.

 

 

 

 

 

Evangeline and Priest

 

 

 

참나무 서까래로 튼튼히 지은 에반젤린의 집은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 중턱에 있었고,

입구에는 덩굴이 감겨져 있는 뽕나무 한 그루가

그늘을 던지고 있었다.

 

아무렇게나 꾸며진 현관에는

걸상들이 놓여 있었고,

널따란 과수원을 지나는 좁은 길은

목장으로 이어져 있었다.

뽕나무 밑에 놓여 있던 벌통들 위에는

처마가 달려 있었는데,

그것은 나그네가 흔히 시골에서 볼 수 있던 자선상자,

또는 마리아 상 위에 씌워진 것처럼보였다.

 

멀리 저쪽 고갯길에는

이끼 푸른 두레박이 줄에 매달려 있는 우물이 있었다.

집 뒤에는 폭풍을 피하기 위한 헛간과 마당이 있었고,

거기 마당에는 양을 치는 울타리가 있었고,

칠면조가 화려한 나래를 펴고 뽐내며 걷고 있었다.

그리고 수탉이 그 옛날에

베드로를 깨우쳐 주던 그런 목소리로 울고 있었다.

 

건초가 쌓여 있는 헛간들은 모여서 한마을을 이루고,

이엉 얹은 지붕과 층층이 늘어선 처마 위엔

보릿짚 지붕이 내밀고 있고,

그늘진 처마 밑 계단은

향기로운 곡식창고로 연결되어 있었다.

 

거기에 비둘기 집이 있어,

순한 비둘기들이 지칠줄 모르게

사랑을 속삭이고 있었다.

그 지붕 위로는 변덕스럽게 부는 바람에

수많은 뾰죽탑의 바람개비들이 덜거덕거리며

세월의 덧없음을 새겨 주고 있었다.

 

 

 

 

 

The Home Of Evangeline

 

 

 

하느님과 친하고 인간 세상과 화목한

이 그랑쁘레 농부는 복합농장에 살면서

딸 에반젤린에게 살림을 맡기고 있었다.

 

성당에 모여 무릎 꿇고

성경책을 읽던 많은 젊은이들은,

마치 가장 신앙심 깊은 성자를 대하듯이

그녀를 바라보았고,

이 처녀의 손이나 옷자락에 스치는 것을

더없는 행복으로 여겼다.

 

해가 지면 적지않은 젊은 구혼자들이

그녀의 집으로 몰려들었다.

문을 두드리고 그녀의 발소리를 기다릴 때면

그들 심장의 고동과 문 두드리는 소리 중

어느 소리가 더 높은지 몰랐다.

 

마을 수호신을 기리는 즐거운 축제날이면

그녀와 춤을 추는 젊은이는 저절로 용기가 나서

춤을 추면서 그녀의 손을 굳게 잡으며

노랫소리인 양 사랑의 말을 서둘러 속삭이기도 했다.

 

그러나 많은 젊은이들 중에서

환영을 받는 이는 오직 가브리엘이었다.

가브리엘 라쥬네스는 대장장이 바씰의 아들이었다.

바씰은 마을에서 유지의 한 사람으로 존경을 받았다.

그것도 그럴것이,

태고 이래로 어떤 세상 어떤 나라에서도

대장장이는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는 직업이었다.

 

바실은 베네딕뜨의 친구였고

아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남매처럼 사이좋게 자랐다.

마을의 선생이자 신부인 휘리시앙으로부터

같은 책으로 글을 배웠고,

교회의 성가(聖歌)나 쉬운 노래도 함께 배웠다.

 

그러나 성가 연습과 일과가 끝나면

둘이는 손을 마주 잡고 바씰의 대장간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바씰이 가죽 앞치마를 두르고

말굽의 편자를 익숙하게 박는 모습을

문간에 서서 놀란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그 곁에는 수레바퀴 모양의 쇠가 똬리를 튼 불뱀처럼

둥근 불덩이가 되어

풀무 속에 들어 있는 것을 보았다.

 

 

때때로 밖에는

가을 저녁의 어두움이 더 짙어가고,

대장간의 문과 창 사이로

불빛이 어둠속으로 새어나올 때면,

안에서 그들은 용광로 곁에 앉아 불을 쬐며

풀무가 움직이는 것을 바라보다가

풀무가 멎고 불꽃이 꺼져 재가 되는 것을 보고는

성당에 들어가는 수녀와 같다고 말하며

유쾌하게 웃기도 했다.

 

 

 

 

 

 

 

 

 

이제 밤은 점점 추워지고

길어만 가는 계절이 다시 돌아왔다.

쇠약해 가는 태양이

열 두 개의 궁의 여덟 번째 궁으로 들어가게 된다.

 

철새들은 무거운 대기속을 날아서

열대의 섬, 그곳의 바닷가로 찾아간다.

 

추수도 끝나고 숲속의 나무들이

옛날 야곱이 천사와 씨름을 하듯이

9월의 가을 바람과 맞서면,

모든 징조는 다가오는 긴 엄동(嚴冬)을 예고한다.

 

유달리 계절에 민감한 꿀벌들은

예지적 본능으로 그것을 알고

벌집이 넘치도록 꿀을 저축하고,

인디언 사냥꾼들도

길어진 여우 털을 보고 엄동이 다가옴을 깨닫는다.

이러한 것이 초가을의 모습이었다.

 

이제부터 아카디 농부들이 경건한

할로윈(Halloween 萬聖節)이라고 부르는 계절이다.

꿈꾸는 듯한 대기는 신비스런 빛으로 가득하고

풍경은 어린아이와 같이

새로 창조된듯 새롭기만 하다.

지상은 평화로 충만하여

어지러운 대양의 가슴도 한때나마 조용하고,

모든 음향들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아이들 뛰노는 소리,

뜨락에서 우는 수탉의 울음소리,

조린 대기 속에서 들리는 새들의 나래소리,

산비둘기의 울음소리,

모두가 사랑의 속삭임인 양 조용히 들려오고

황금빛 태양은 주위의 금빛 안개를 통해서

사랑의 눈으로 보고 있다.

 

숲속의 나무들은

갈색과 주홍색과 노란색 옷으로 단장하고

이슬 속에 빛나고 있어서 보석과 예복으로 장식한

페르시아의 쥐방울나무처럼 찬란했다.

 

이제 또 다시 안식과 사랑과 고요의 계절이 시작 되었다.

무덥던 나날은 사라지고 황혼이 몰려올 무렵이면

하늘엔 초저녁 별들이 나타나고,

소떼는 집으로 향한다.

소들은 천천히 걸어가며 서로 목을 올려

신선한 저녁 공기를 마시려고 콧구멍을 벌름거린다.

맨앞의 방울을 단 에반제린의 예쁜 송아지는

눈과 같은 흰 털과 목걸이와 리본을 뽐내며

마치 인간의 정을 알기나 하듯이 조용히 걸어간다.

 

바닷가 목장에서는 양치기가 양떼를 몰아오고

그 뒤에는 목장으로 목동이 돌아온다.

개는 지치지도 않고 자기의 예민한 본능을 뽐내며

의젓한 태도로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면서

텁수룩한 꼬리를 저으며 낙오한 양을 몰고 간다.

 

목동이 잠을 잘 때는

개가 양의 지배자였고,

밤에 별들의 반짝이는 고요를 깨고 숲에서

이리가 울 때면 그들의 보호자였다.

 

떠오르는 달을 이고

바닷내 나는 마른 풀을 실은 마차가

대기속에 냄새를 풍기면서

습지로부터 돌아온다.

 

목덜미와 다리의 털이 밤이슬에 젖은 말들은

즐거운 울음 소리를 내고,

그들의 등에 얹힌 안장들은

화려한 무늬와 주홍빛 술 장식으로 꾸며져 있어

마치 우거진 접시꽃처럼 찬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암소들이 젖 짜는 아가씨들의 손에 젖을 맡긴 채

참을성 있게 서 있으면

젖의 흐름은 소리 높이 규칙적인 음조로써

거품을 내며 젖통 속으로 쏟아져 들어간다.

 

소의 울음 소리,

사람의 웃음소리가

곳간의 벽에 되울려 농장 안에 퍼진다.

 

또다시 세상은 고요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곳간 문은 소리를 내며 무겁게 닫히고

나무빗장소리가 들리고 나면 잠시 고요해진다.

 

 

 

 

 

Evangeline (에반젤린)

 

 

 

방안에서는 아궁이 넓은 벽난로 옆에

부농 베네딕트가 한가롭게 안락 의자에 앉아

맴도는 불길과 연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불타는 도시에서 원수들이

피투성이 되어 싸우는 것 같았다

 

등뒤 벽에는 그림자가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일렁이기도 하면서

변덕스럽게 벽에 비쳐 있다가 사라지기도 했다.

 

안락의자 뒤에는 서투르게 새겨진 참나무 얼굴들이

흔들리는 불빛 속에 웃고 있다.

선반 위에 놓인 백합 무늬 접시들은

마치 햇빛에 번뜩이는 무사의 방패처럼

불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노인은 몇 귀절의 노래와 크리스마스 송가를 불렀다.

그건 그의 조상들이 엣 노르망디공국의 과수원이나

버건디의 포도원에서 부르던 노래들이었다.

 

어진 에반제린은 아버지 곁에 자리잡고,

뒤의 구석에 놓인

베틀에 쓰일 삼실을 물레질하고 있었다.

 

베틀의 소리가

잠시 조용해지고 분주하던 북도 멎으니,

물레의 단조로운 소리가 퉁소소리같이 들려와

노인의 노랫소리 뒤를 이어 마디마디 어울린다.

 

성당에서 성가대의 찬송소리가 그칠 때마다

복도의 발소리와 신부님이 중얼거리는 말소리가

성단(聖壇)에서 들려오듯이

노인의 노래가 끝날 적마다 시계 소리가 들려왔다.

 

이렇게 두 부녀가 앉아 있을 때,

발소리가 들리고,

빗장 소리가 갑자기 나고 문이 활짝 열렸다.

 

베네딕트는 구두의 징소리로

대장장이 바씰임을 알아채고,

에반젤린도 함께 온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발소리가 문간에서 멎었을 때,

노인은 큰 소리로 반겨 맞이한다.

 

'어서 오게, 바씰, 이 난로 곁에 앉게나.

그 의자는 자네가 오지 않으면 않을 사람이 없네.

저 선반 위에서 파이프와 담배함을 가져오게.

담배 파이프나 풀무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속에

자네의 정답고 즐거운 얼굴이

늪의 안개 속에 떠 있는 가을 달처럼

이글거려 보일 때가 가장 자네답단 말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듣고 있던 바씰은

난로가의 의자에 앉으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베네딕트 자네는 언제나 농담과 노래를 잘 하거든!

다른 사람들은

운수 사나운 일이나 파멸이 있지 않나하고

우울한 얼굴을 하고 있는데도,

언제나 자네는 즐거운 기분으로 있고,

매일같이 말 편자를 주운듯이 즐겁게만 보이거든.'

 

에반제린이 선반에서 내려

석탄 불의 부스러기에 불을 붙인 파이프를 받느라고

잠시 말을 멈춘 후 조용히 말을 이었다.

 

 

 

 

 

 

 

 

'영국배가 닻을 내리고 대포를 이곳으로 향하고

가스페로 강입구에 정박해 있는 지 벌써 나흘째요.

무엇 때문인지 모르지만,

내일 모두들 성당으로 모이라는 포고가 내렸네,

영국 왕의 명령이

이곳에 법률로써 공포된다고 하네.

그래서 모두들 불길한 억측을 하고 있어

인심이 아주 흉흉하네.'

 

베네딕트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니, 여러 척의 배들이 온 것은

좀 더 친해져 보려는 것일 것이네

아마 영국의 농사가

때아닌 비나 때아닌 한발로 올해에 흉년이 들어

우리의 곳간에 넘치도록 쌓인 곡식을 가져다가

그들의 가축과 자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한 것이겠지'

 

그러나 바씰은 고개를 저으며,

'마을 사람들은 모두들 그렇게 생각지 않던데.'

말하고는 한숨을 쉬며 다시 말을 이었다.

 

'루이스 버어그의 일은 잊지 못하지.

보우 세쥬르와 포트 로얄에서의 일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외진 숲속으로 도망치고,

내일을 알 수 없는 운명에 가슴 두근거리며

숲가에 숨어 있지.

무기는 모두 몰수당하고

싸움에 쓸만한 것은 모두 빼앗겨서

남은 것이라곤 대장간의 망치와 풀베는 낫뿐일세.'

 

빙긋이 웃으면서 쾌활한 농부는 대답했다.

 

'무장 안 하는 것이 더 안전하지,

가축들과 농토의 한가운데,

바다에 둘러싸여

평화로운 방축 속에 있는 것이 더 안전하지.

적의 대포에 둘러 쌓여 보루(堡壘) 속에 갇혀 있던

우리 조상들보다는

우리는 아무 것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

오늘밤 이집의 난로가에는

슬픔의 그림자가 드리워지지 않을 걸세.

 

즐거운 약혼하는 밤이 아닌가.

두 사람이 살 집과 곳간은

마을 젊은이들이 튼튼히 지어놓았고,

근처의 땅도 잘 일구었으며

곳간에는 건초가 가득 넘치고

집에는 일 년치 식량도 가득 차 있네.

르네 르블랑이 곧 종이와 잉크를 가지고 올 걸세.

우리도 아이들과 함께 즐거워하면 되지 않겠는가?'

 

딸은 저만큼 떨어져 창가에서

사랑하는 이에게 손을 맡기고

아버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얼굴 붉히고 있다.

아버지의 말이 끝날 무렵에

훌륭한 공증인이 들어섰다.

 

 

 

 

 

 

 

 

 

공증인은 나이들어 허리는 굽었어도

대양을 저어가는 노와 같이

아직도 부러지지 않는 강인한 체구를 지녔다.

황금빛의 틀어진 머리는 옥수수 비단결 수염처럼

어깨 위까지 덮고 있다.

이마는 넓고 코 위에는 뿔테안경을 쓰고 있어

세상에 드문 현인같아 보였다.

 

스무 자녀의 아버지요,

백 명이 넘는 손자들이

무릎에 올라타고 그의 큼직한

시계의 째깍거리는 소리를 즐겨 듣는다.

 

전쟁 때 4년이라는 긴 시간을 영국 편이라 하여

프랑스군의 포로가 되어

낡은 플아스의 보루속에서 괴로움을 겪었다.

 

조심성은 더해 가지만,

간교하거나 의구심은 전혀 없었고,

지혜는 원숙해지고, 인내심은 강하고,

아들처럼 순진했다.

그는 누구에게나 사랑을 받았고,

특히 어린이들이 좋아했다.

 

그럴 것이 그는 아이들에게 숲속의 요술장이 이야기,

한밤중에 나타나 말에게 물을 주는 요정 이야기,

세례 받지 않고 죽은 어린이가

여기저기 아이들 방에

눈에 보이지 않게 나타나는 레티시의 흰 유령 이야기,

또는 크리스마스 전날밤에 암소들이 외양간에서

이야기를 한다는 옛 이야기,

거미를 호두껍질 속에 넣어 가슴에 걸고 다니면

열병이 낫는다는 전설,

네잎 크로버와 말편자가

신기한 힘을 가졌다는 이야기 등등,

마을의 전설집에 들어있는 모든 전설들을 들려주었다.

 

대장장이 바씰은 난로 옆의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나

파이프의 담뱃재를 털고 오른팔을 내밀면서,

'르블랑 선생, 마을 사람들이

수근거리는 소리를 들었겠지만,

저 배들이 무엇 때문에 왔는지 알면 말해주시오.'

큰 소리로 묻자, 공증인은 겸손하게 이렇게 대답했다.

 

'여러 가지 소문을 들었습니다만,

나로선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그들이 무슨 일로 왔는지는

나도 남들보다 더 알지 못하지만,

나쁜 의도로 왔으리라곤 생각되지 않아요.

평화로운 우리를 건드릴 아무 이유가 없어요?

성급한 대장장이는 소리를 쳤다.

 

'도대체, 우리는 모든 일에 꼭 이치니, 까닭이니,

원인을 찾을 필요가 있을까요?

날로 옳지 못한 일이 행해지고,

힘이 강한 자가 정의가 되는 세상에.'

공증인은 이 격한 소리를

조금도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사람은 의롭지 않아도 신은 의로우십니다.

결국엔 정의가 이깁니다.

내가 포트 로얄의 프랑스 감옥에

포로로 잡혀 있을 때

여러 번 위안을 받은 전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이웃 사람들이 억울한 일을 당해

불평을 늘어놓으면,

언제나 즐겨 반복하여 이야기하는

이 공증인이 좋아하는 이야기였다.

 

'이름은 잊었지만,

옛날 어느 도시의 광장 한가운데에 기둥이 서 있고,

그 우에 정의의 신의 동상이 우뚝 서 있었는데

그 왼손에는 저울이 들려 있고

오른손에는 칼이 쥐어져 있었습니다.

그것은 그 나라의 법률이나 백성들의 마음과 가정에

정의가 군림하고 있다는 표시였지요.

새들도 저울의 접시에 둥지를 마련했었고

햇빛에 번쩍이는 칼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가면서

그 나라의 법률이 문란해지고

힘은 정의를 대신하여 약한 자는 학대를 받고

강한 자가 철퇴를 휘둘렀지요.

 

그 무렵,

어느 귀족의 저택에서 진주 목걸이가 없어졌는데,

오래지 않아 그 혐의가

그 집의 하녀였던 고아 소녀에게 쏠렸지요.

재판 결과는 이 소녀에게 사형이 선고되고,

사형은 정의의 동상 밑에서 집행되었소.

그녀의 결백한 영혼이 하늘에 계신 신에게 오르자

그 도시에 갑자기 폭풍이 일어나고,

우뢰와 번개가 무서운 기세로

동상 위에 떨어져 왼손에서 저울이 떨어져

돌바닥 위에 내동댕이 쳐졌어요.

그 저울 접시 속에

까치가 둥우리를 틀고 있었는데

진흙을 이겨바른 둥우리 벽속에

진주 목걸이가 박혀 있더라는 거요.'

 

이야기가 끝나자

대장장이 바씰은 말이 없었지만 승복하지 않고

말을 하고는 싶지만

할 말을 찾지 못한 사람처럼 서 있었다.

 

마치 겨울날 유리창에

수증기가 이상한 모양으로 얼어붙듯이

그의 온갖 생각은

얼굴의 주름살 하나하나에 응결되어 있었네.

그때 에반제린은

식탁에 놓일 유기 등에 불을 밝히고

백랍의 큰 잔에 가득히 넘치도록

그랑쁘레 마을에서 독하기로 이름난 집에서 담근

호두빛의 예일 주()를 따라놓았다.

 

한편 공증인은 호주머니에서 종이와 잉크를 꺼내어

침착하게 날짜와 두 사람의 나이를 쓰고

신부가 지참할 양이 몇 마리이고

소가 몇 마리인지 기록하였다.

모든 일이 순조로이 진행되어

서류가 적당하게 잘 끝나고,

여백에 공증인의 도장이 태양같이 선명하게 찍혔다.

 

그런 다음에 농부 베네딕트는

가죽 지갑에서 은화를 꺼내어

식탁에 놓고,

세 곱이나 되는 공증료를 치렀다.

공증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신부와 신랑에게 축복하며

큰 예일 주 술잔을 높이 쳐들어

그들의 행복을 빌며 마셨다.

 

그리고는 입술의 거품을 닦은 후

근엄하게 인사하고 떠났다.

뒤에 남은 사람들은 묵묵히 앉아 생각에 잠기자

이윽고 에반제린은

방 한 구석에서 체스판을 가져왔다.

 

곧 체스가 시작되었다.

노인들은 의좋은 내기에서

잘 둘 때나 실수를 할 때나 한결같이 웃기만 하고,

한 사람이 장군을 부를 때나,

포진이 틀릴 때도 웃기만 했다.

 

한편 좀 떨어진 곳에서

사랑하는 두 젊은이는

황혼의 어둠 속에 창가에 앉아서

파리한 바다와 목장의 은빛 안개 위에 떠오르는

달을 바라보며 사랑을 속삭였다.

 

하늘의 무한한 목장에는 천사들의 물망초인

아름다운 별들이

고요 속에 하나 둘씩 꽃피기 시작했다.

 

저녁은 이렇게 저물어 갔다.

이윽고 종루(鐘樓)에서

마을의 취침 시간인 아홉시의 종소리가 울렸다.

그러자 손님들은 일어나서 집을 떠나가고

고요만이 집안을 에워쌌다.

 

문간에서 주고 받은 잘자라는 작별 인사는

에반제린의 가슴 속에 여운을 남겨

기쁨으로 가슴 설레이었다.

 

난로 속에서 붉게 빛나는 불에 조심스럽게 재를 덮고,

참나무 층계를 소리내어 올라가자

에반제린도 발소리를 죽여가며 그 뒤를 따랐다.

 

이층의 어둠속으로 빛나는

그림자가 움직이며 올라가고 있었는데,

그것은 램프에서 빛나고 있기 보다는

처녀의 붉은 얼굴에서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조용히 복도를 지나

그녀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것은 검소한 방으로 흰 커튼이 드리워져 있고,

크고 높은 옷장이 놓여 있는데

그것의 넓은 시렁에는

에반제린이 손수 짠

린넨과 양털 옷감들이

고이고이 개어져 들어 있었다.

 

이것은 주부로서의 솜씨좋은 증거로써

양이나 소보다 더 좋은

결혼 때

그녀의 신랑에게 가지고 갈 훌륭한 혼수감이었다.

 

이윽고 그녀는 램프의 불을 껐다.

부드럽게 빛나는 달빛이

창으로 흘러들어와 방안을 밝히자,

넘실대는 대양의 물결처럼

처녀의 가슴은 부풀어 올랐다.

 

참으로 아름다운 처녀!

달빛어린 방안에

백설같이 흰 발로 서 있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그녀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과수원의 나무 그늘에 서서

사랑하는 사람이 램프의 빛과

그녀의 그림자를 고대하고 있으리라고는,

 

그녀 또한 애인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달빛을 가리는 구름의 그림자가

방 마루 위를 스쳐가면서

잠시동안 방안을 어둡게 할 땐

슬픈 생각이 어느덧 그녀의 마음을 스쳐지나 간다.

 

창 밖을 내다보면,

마치 아브라함의 천막에서 쫓겨난

어린 이스마엘이 어머니 하갈과 함께

정처없이 떠나듯이

달이 구름 속에서 나오자

별 하나가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이튿날 아침,

태양은 그랑쁘레 마을에 상쾌하게 솟아올랐고,

마이나스 포구는 부드럽고

향기로운 대기 속에 빛나고 있었다.

 

그곳에 여러 척의 배들이

물위에 흔들리는 그림자를 던지며 정박하고 있었다.

 

일찍부터 마을은

생기가 돌고 힘차게 움직이기 시작하여,

생활의 소란이 아침의

황금문을 요란스럽게 두들기고 있었다.

 

이웃과 농장에서, 근처 조그만 마을에서

쾌활한 아카디의 농부들은 나들이 옷차림으로

몰려들었다.

수레바퀴 자국이외는 인적이 없는 풀밭 위로

여러 목장에서 떼를 지어 나타나

한데 모여서

큰 길로 지나가는 젊은이들이

주고 받는 아침 인사와 즐거운 웃음 소리는

밝은 대기를 한층 더 밝게 했다.

 

한낮이 되기도 전에

마을에서 일하는 모든 소음은 잠잠해진다.

거리에는 사람들로 붐비고

문간에는 떼를 지어모여

즐거운 햇빛 속에 앉아

재미있는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집집마다 손님이 넘치고

반가이 맞이하여 대접한다.

이 순박한 마을의 사람들은 형제처럼 지내고 있어서

모든 것을 내 것 네 것 없이 나눠 갖고 살고 있었다.

베네딕트 집에서는 더욱 풍성히 대접한다.

 

에반제린이 아버지 손님들 사이에 서 있을 때면

미소 띈 얼굴은 더욱 빛나고

고운 입술에서 환영의 말이 새어나오고

대접하는 잔에는 축복이 가득 찼다.

 

광활한 하늘 밑에

황금빛 과일이 무겁게 달려 있는 과수원의

향기로운 대기 속에 결혼 잔치는 벌어진다.

저쪽의 그늘진 현관에는 신부와 공증인이 앉아 있고

그 옆에는 마음 착한 베네딕트와

건장한 바씰이 있었다.

거기서 멀지 않은 사이다 제조기와

벌통 옆에는

화려한 조끼차림의 명랑한

바이올린 켜는 미카엘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의 눈같이 흰 머리는 바람에 나부끼고,

그 위에

나뭇잎의 그림자와 그 사이로 새어드는 빛이

아롱거렸다.

 

그의 명랑한 얼굴은 타다 남은

그루터기에서 재를 털었을 때

새롭게 피어 오른 석탄 불같이 벌겋게 빛났다.

 

바이올린의 떨리는 음률에 맞추어 늙은 그는

샤아뜨르의 주민

던케르크의 종소리를 노래 부르고,

나막신 신은 발로 마루를 두들기며

노래의 박자 맞추기도 했다.

 

과수원 나무 그늘과 목장 가는 길가에는

원무(圓舞)가 맴돌고 있었다.

 

처녀들 중에

가장 아름다운 이는 베네딕트의 딸

에반제린,

젊은이 가운데

가장 점잖은 사나이는

대장장이의 아들 가브리엘이었다.

 

이렇듯 한낮이 지나갔다.

바로 그때 종루에서는 모임을 알리는

종소리 울리고

초원의 북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남자들은

성당에 모이고,

바깥 정원에는 여자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그들은 묘옆에 서서

숲에서 꺾어온 가을 나뭇잎이며

사철나무 가지로 화환을 만들어

묘석 위에 놓았다.

 

그때 함대에서 온 병사들이 뽐내며

지나서

성당의 문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그들의 쇠북소리가

천장과 창너머로 요란히 울려 퍼졌다.

 

그 메아리 소리도 일순간에 그치고

육중한 문이 조용히 닫히었다.

군중들은 침묵 속에

군대의 명령을 기다렸다.

 

그때 사령관이 일어나 성단의 층대 위에 올라가

봉인된 국왕의 위임장을 두 손으로 높이 쳐들고

이렇게 말했다.

 

오늘 여러분들이 모이게 된 것은

폐하의 명령에 의한 것이오.

폐하의 인자함과 친절에도 불구하고 여러분들은

어떻게 했는가를

스스로 생각해 보기 바라오.

나의 성격과 기질로써는

내가 하려는 일은 괴롭고,

여러분들에게는 슬픈 일인 줄 아오.

그러나 나는 폐하의 뜻을 받들고

복종하여 이를 전하지 않을 수 없소.

그대들의 토지와 집과 모든 재산을

국왕께서 몰수하고,

그대들은 이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주하라는 어명이오.

이주한 뒤에도

그 곳에서 충성스러운 신민(臣民)으로

행복하고 평화로운 백성으로 살기를 기원합니다.

폐하의 뜻에 따라

오늘부터 그대들은 포로라고 선언하는 바이오! ‘

 

무더운 한 여름날,

조용하고 청명하게 개인 날인데,

갑자기 폭풍이 일어나 우박이 쏟아지기 시작하여

밭의 곡식들을 두드리고,

창의 유리들을 산산이 부수고,

태양을 가리고,

지붕에서 짚을 몰아가 땅위에 흩어지게 하고,

가축들이 울부짖으며 달아나

울타리를 부수려고 하듯이

사령관의 그 말은

마을 사람들의 마음에 엄청난 놀라움을 주었다.

놀란 나머지 잠시 말이 나오지 않았지만,

마침내 다시 제 정신이 들어

슬픔과 분노의

울부짖는 소리가 점점 더 드높아 갔다.

 

이윽고 모두가 같은 충동에 미친듯이

문 쪽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도망가려는 생각은 헛된 일

다만 울음소리와 불길 같은 저주의 외침만이

성당 속에 울려 퍼졌다.

그러자 사람들의 머리위에 우뚝하게

양손을 높이 치켜든 대장장이 바씰의 모습이

마치 성난 파도에

시달리고 있는 돛대처럼 나타났다.

 

횡포한 영국놈들을 타도하자.

우리는 그들에게 충성을 다짐한 일이 없다.

우리의 집과 곡식을 약탈하는 외국군을 죽여라!’

그는 더 외치려 했으나 무자비한 병사들의 손이

무참히도

그의 입을 내리쳐 쓰러뜨렸다.

 

노여움의 싸움이 격렬하게 소용돌이치고 있을 때,

성단 쪽 문이 열리더니

휘리시앙 신부가 근엄한 얼굴을 하고 들어와서

서서히 성단 위로 올라가

성스러운 손을 들어 손짓하여 소란을 진정시키고

그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는 비장한어조로

시계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오듯 말하였다.

그대들은 무엇을 하는가?

내 생애의 사십 년 동안 그대들 사이에서 일하면서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써

서로 사랑하라고 가르쳐 왔거늘,

나의 수고, 자지 않고 밤새워

어버이를 뵈오러 가는 여행 같은 기도와

고행의 결과가 이것이란 말인가?

그대들은 벌써

사랑과 용서의 교훈을 모조리 잊어 버렸는가?

이 집은 평화의 왕의 집인데

그대들은 난폭한 행동과 마음으로

이 집을 모독하려 하는가?

보라,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가

그대들을 내려다보고 계시는 것을!

저 슬픔이 가득 찬 눈에는

자비와 거룩한 연민들이 얼마나 있는가를!

들을지어다, 그의 입술이

, 아버지시여, 저들을 용서하소서

하는 기도를!

악인들에게 습격을 당한 우리도

지금 그 기도를 반복합시다.

 

, 아버지시여, 저들을 용서하소서!’

라고 기도를 반복합시다.’

그의 훈계를 목소리는 작았지만

듣는 이의 마음속 깊이 파고 들어,

그들에게 감정의 폭발에 뒤를 이어

회오의 울음을 울게 했다.

, 아버지여, 저들을 용서하소서!’라고

그들은 신부의 기도를 따라 하였다.

 

이윽고 저녁 예배시간이 왔다.

촛불이 성단에서 빛나고 있다.

신부의 목소리는 강렬하고 침통하였고,

회중은 입뿐 아니라 마음으로부터 호응하였다.

그들은 아베마리아를 부르며,

무릎을 꿇고 앉아,

믿음으로 황홀해진 그들의 영혼은

마치 하늘로 오르는 엘리야와 같이

열렬히 기도를 올렸다.

 

그러는 동안에

불행한 소식이 온 마을에 퍼졌고,

여인과 아이들은 울부짖으며

이 집 저 집으로 갈팡질팡 했다.

해질 무렵,

마을의 거리를 신비스런 광휘로 비치고

농부들의 집들을 하나하나

금빛의 지붕으로 이어주고

창문들을 아름답게 물들이며

기우는 햇빛이 눈에 비치는 것을

오른손으로 가리면서

에반제린은 문간에 서 있었다.

 

식탁에는 이미 새하얀 테이블보가 펼쳐져 있고

밀빵과 들꽃들의 향기 그윽한 꿀이 놓여 있었다.

큰 잔의 예일주가 있었고

목장에서 금방 가져온 치즈도 있었다.

그 식탁 윗 자리엔

아버지의 큰 안락의자가 놓여 있었다.

 

그런데 에반제린은

향기로운 넓은 풀밭 위에서

나무가 긴 그림자를 던지고 있는 것을

바라보면서 서 있었다.

 

, 그녀의 가슴에는

그것보다 한층 더 짙은 그림자 어리어 있었다.

그 마음의 들녘에서는

자애와 자비와 사랑과 희망,

관용과 인내하고 하는 훈훈한 하늘의 향기 떠올랐다.

이윽고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마을의 거리를 헤매기 시작했다.

 

그런데 집안 일을 걱정하고,

아이들과 피곤한 다리를 달래며,

저무는 들길을

허전한 발걸음으로 돌아오는 여인들의

수심어린 마음은

에반제린의 안색과 말에서 위안을 받았다.

시나이 산을 내려오는 예언자처럼

크고 붉은 태양은 그 빛나는 얼굴을

황금 빛으로 가물거리는 안개로 가리었고

성당의 저녁 종소리는

은은히 마을에 울려 퍼졌다.

 

그 무렵, 에반제린은

황혼 속에 성당 옆을 서성이었다.

성당안은 고요하기만 했고

그녀는 문 옆과 창가에 서서

귀를 기울이고 들여다 보았으나 허사였다.

감정에 북받쳐 떨리는 목소리로

가브리엘!’

하고 외쳤으나,

죽은 자의 무덤이나 산 자의 무덤과 같은

성당에서도 아무 대답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그녀는

아무도 없는 자기의 집으로 돌아왔다.

 

난로에는 불이 가물거리고

식탁에는 손대지 않은 식사가 놓여 있는 채

방마다 비어 공포의 그림자가 감돌고 있었다.

계단을 오르니

자기 침실의 마루를 밟는 소리도 슬프게 메아리쳤다.

한밤중에 그녀에게는

울적하고 슬픈 빗소리만 들려오고

창가에서는 뽕나무의

마른 잎에 떨어지는 빗방울만이 요란하다.

번갯불 날카롭게 빛나고 메아리치는 천둥소리는

하늘에는 하나님이 계셔서

세상을 다스린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그녀는

전에 들은 적이 있는 하늘의 정의를 되새기며

괴로운 마음을 달래고

아침까지 평화스런 잠을 잤다.

 

 

 

 

 

 

 

 

 

태양이 네 번 떴다가, 네 번 졌다.

오늘은 그 다섯 번째 날

닭이 낭낭하게 울어

농가 처녀들의 잠을 깨웠다.

이윽고 황금빛 들판을 지나

침묵의 슬픈 행렬을 지어

이웃의 마을과 농장에서 나온 아카디 여인들은

무거운 수레에 가재 도구를 싣고

바닷가로 향했다.

 

구부러진 길과 숲을 돌아갈 때면,

보이지 않기 전에,

살던 집을 한 번이라도

더 보려고 발을 멈추고 돌아보았다.

옆에는 아이들이 손에 부서진 장난감을 들고

소 뒤를 쫓아가며 빠르게 뛰어가고 있었다.

 

이렇게 가스페로강 입구까지 그들은 서둘러 갔다.

그 해변에 농부들의 가재 도구는

아무렇게나 쌓아 놓여졌다.

해변과 본선들 사이를

작은 배들이 종일 왕래했다.

 

오후 늦게 해가

뉘엿뉘엿 서쪽으로 기울어져 갈 무렵에

들판을 지나 저 멀리 성당에서

종소리가 메아리쳤네.

여인들과 아이들은 성당으로 몰려갔다.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파수병들이 나타났고 그 뒤를 따라

오래 갇혀 있던 아카디 농부들이

침울한 표정으로 행렬을 지어 나왔다.

 

마치 자기 집과 고향을 뒤에 두고 떠나는

순례자(巡禮者)들이

노래를 부르며

나그네 길의 피로와 괴로움을 잊어버리듯이

농부들은 입을 모아 노래 부르면서

아내와 아이들 사이를 지나

성당에서 해변쪽으로 걸어내려갔다.

 

젊은이들이 맨 앞에 서서 목소리를 드높여

가톨릭 성가를 떨리는 입술로 불렀네.

구세주, 거룩하신 마음이여!

, 끊임없는 생명의 샘이여!

우리들 가슴을 힘과 순종과 인내로써 채워주소서.!

걸어나가던 노인들과 길가에 서 있던 여인들이

이 성가에 따라 합창하니

위에서 빛나는 햇빛을 받고 있던 새들도

이 세상을 떠난 영혼들의 목소리와 같은 음조로써

화합했다.

 

에반제린은 해변으로 가는 길중간에서

슬픔을 억누를 수 없었지만,

고난 속에서 한층 더 튼튼한

자세로

묵묵히 기다리고 서 있었다.

고요하게

쓸쓸히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행렬이 가까이 다가오자

감정으로 창백해진

가브리엘의 얼굴이 그녀 앞에 나타났다.

 

그녀의 두 눈에 눈물이 그득하고

열렬히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달려가

그의 손을 잡고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속삭였다.

가브리엘 ! 기운을 내세요.

우리 두 사람의 사랑이 굳으면

어떤 불운이 일어나더라도

우리에게는 아무 일이 없을거예요.’

미소를 띄며 이렇게 말했을 때

천천히 걸어오는

아버지를 보고 갑자기 말을 멈추었다.

 

! 너무도 달라진 아버지의 모습.

그의 볼에는 핏기가 가시고,

눈에는 광채가 사라지고,

발걸음은 가슴 속에 깃든

무거운 마음의 무게로써 한층 더 무겁게만 보였다.

미소와 한숨으로

그녀는 아버지의 목에 매달려 얼싸안고

위안의 말로는 못다하여

애정어린 말로 위로하였다.

이리하여 슬픔의 행렬은

가스페로 하구를 향하여 갔다.

 

거기에는 배에 오르느라 법석이었고

소란스러웠다.

짐을 실은 종선이 바삐 왕래하고, 그런 북새통에서

아내는 남편과 헤어지고,

어머니가 미처 모르고

육지에 남겨놓고 온 걸 알고

팔을 내밀고 울부짖고 있었다.

 

바씰과 가브리엘은

각각 다른 배에 나뉘어 타게 되었고,

에반제린은 실망에 싸여

아버지와 함께 해안에 서 있었다.

해가 질 때까지는 일은 절반도 끝나지 않았고

황혼은 짙어져 주위는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빠져나가는 바닷물은

황급히 해변에서 물러나 모래밭에는

미역과 감태 미끈미끈한 해초들이

파도에 밀려나와 널려 있었다.

 

멀리 뒤에는 가재 도구와 마차들의 한가운데

집 잃은 아카디 농부들이

앞에는 바다가 가로막고, 뒤에는 보초들이 지키어

도망칠 길도 없이 집시의 노숙처럼

하루밤을 새기 위하여 천막을 치고

잠을 자게 되었다.

 

울부짖는 파도 소리가

저 멀리 아래쪽 동굴 속으로 울려나오며

바닷가의 요란한 소리를 내는

자갈을 굴리며 이끌고 나가면

멀리 바다 언덕 위에는 수병들의 배들만이 남아 있었다.

 

해가 저물고 소들이 목장을 떠나

돌아갈 때

습기어린 고요한 대기는

젖꼭지에서 흐른 젖냄새가 향기로왔다.

 

소들은

음매하며 울면서 낯 익은

앞마당의 말뚝 곁에서 오래오래 기다렸지만,

젖 짜는 아가씨의 손도 목소리도 찾을 길이 없었다.

 

마을은 고요 속에 잠겨 있을 뿐,

성당에서는 종소리도 울리지 않았고

지붕에서는 연기가 오르지 않았으며,

창문에는 불빛이 흐르지 않았다.

 

그러나 해변에서는 폭풍에 난파된 배에서 떠내려와

모래밭에 밀려올라온 나무들로

여러 화톳 불이

여기저기 피워졌다.

그 주위에는 침울하고 슬픈 얼굴들이

모여 있었다.

여자와 남자들의 이야기,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황량한 멜리타 해변에서 난파한

사도 바울처럼

충실한 신부는 자기 교구의 신자들

집집마다 방문하고 다니던 때처럼

모닥불에서 모닥불로 위로하며,

축복하며, 원기를 북돋우며,

돌아다녔다.

 

에반제린이 아버지와 함께

앉아 있는 곳까지 왔을 때 그녀는

펄럭이는 불빛 속에 여위고 바늘을 떼낸 시계처럼

생각도 감정도 잃은 노인의 얼굴을 보았다.

에반제린은 아버지를 위로하려고 말도 하지 않고

시중을 들어도

음식을 권해도 허사였다.

움직이지도, 보지도, 말하지도 않고

정신나간 눈초리로 오로지

흔들리는 불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축복이 있으시길

하고 신부는 중얼거렸다.

좀더 말하고 싶었지만 가슴이 메어

마치 문턱에 발이 걸린 아이처럼

말이 입술에 걸린 채 나오지 않았고

눈 앞에 벌어진 정경과

엄숙한 슬픔의 존재 앞에서 말이 막혀버렸다.

다만 그는 말없이 처녀의 머리 위에

자기 손을 얹고

눈물에 젖은 눈을 들어

인간들의 죄악과 슬픔에도 흩어지지 않고

묵묵히 갈 길을 가고 있는 별들을 쳐다보면서

그녀의 곁에 주저앉아 말없이 함께 울고 있었다.

 

 

 

 

 

 

 

 

갑자기 남쪽에서부터 한가닥의 빛이 솟아 올랐다.

그것은 가을에 핏빛의 달이

지평선 위에서 하늘의 수정벽을 기어올라

타이탄처럼 풀밭 위에

백 개의 손을 펼쳐서

바위와 시내를 휘어잡고

커다란 그림자를 던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 빛은 점점 더 넓게넓게 빛나서

마을의 지붕을 비치고,

하늘과 바다를 비치고,

항구 밖에 정박한 배들을 비추었다.

빛나는 연기 기둥들이 솟아서 화염의 섬광은

순교자의 손과도 같이

떨며 겹친 연기 사이로

보였다 사라졌다 하고 있었다.

 

이윽고 바람이 불덩어리와

불타는 지붕을 집어올려서

허공에 높이 휘둘러

삽시간에 지붕 꼭대기에서는

화염의 섬광과 어울려

검은 연기가 뭉게뭉게 떠올랐다.

이 광경을 보고

해변과 배 위의 사람들은 실망했다.

처음에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마침내 비통 속에 큰 소리로 울었다.

 

그랑쁘레 마을, 우리 집은

다시 볼 수 없게 됐구나!’

날이 밝은 것으로 알았는지

농장 안의 닭은 갑자기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이윽고 소들의 우는 소리가 저녁 바람결에 들려와

개 짖는 소리와 함께 섞였다.

그때 무시무시한 소리가 일어났다.

그것은 야생마들이 질풍같이 스쳐지나가고

물소의 무리가 소리소리 지르며

강가로 돌진할 때 놀라

저 멀리 서쪽의 초원

또는 네브라스카 강 기슭의 숲에서

야영한던 병사들의

잠을 깨게 한 소리와도 같았고

한밤중에 소와 말들이

우리와 담장을 부수고 뛰쳐나와

미친듯이 목장으로 돌진할 때

일어나는 소리와도 같았다.

 

이 광경에 압도되어

신부와 처녀는

말도 없이

빨갛게 퍼져나가는

무시무시한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윽고 두 사람은

묵묵히 앉아있는 노인에게 말하려고

몸을 돌렸을 때

, 노인은 자리에서 넘어져

바닷가에 길게 뻗어 움직이지도 않고

그 몸은 누워 있었고,

영혼은 이미 몸에서 떠나가 버렸다.

 

신부가 조용히 시체의 머리를 안아 일으키니

에반제린은 아버지 곁에 무릎을 꿇고,

공포 속에서 큰 소리내어 울었다.

그러더니 에반제린은 기절하여 아버지의 가슴에 묻고

넘어졌다.

 

그녀는 긴 하룻밤 동안을 혼미한 잠 속에 빠져들었다.

그녀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그녀의 옆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눈물에 젖은 눈과 동정하는 슬픈 표정을 한

파리한 모습으로 구슬프게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친구들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아직도 불타는

마을의 화염이 모든 정경을 밝게 비추고

머리 위에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주위의 얼굴들을 빛내고 있었다.

그녀의 희미한 정신으로는

그것은 혼미한

그녀의 감각엔 최후의 심판날인듯 싶었다.

그때 사람들에게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 왔다.

이 바닷가에 바닷가에 묻기로 합시다.

즐거운 시절이 다시 찾아와

유랑의 낯선 땅에서

우리들 집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을 때

그의 성스런 유해를

성당묘지로 정중하게 다시 옮기도록 합시다.’

이것은 신부의 말이었다. 재빨리 바닷가에

불타는 마을의

빛나는 화염을 장래의 횃불로 삼아,

종도, 성경도 없이

그랑쁘레 농부를 매장했다.

 

신부의 목소리가 슬픔의 조사(弔詞)를 외자

많은 신자들의 목소리인 양

구슬픈 음조로

장엄하게 바닷가에서 화합하여 파도소리와

만가가 뒤섞였다.

다시 들어오는 밀물은

멀리 황량한 넓은 대양으로부터

날이 밝아옴에 따라서

육지로 향해 몰려와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그러자 또 다시

승선의 소음과 소란은 일기 시작하여,

다시 썰물이 되었을 때에는

죽은 사람과 황폐한 마을을 뒤에 남기고...

 

 

 

 

 

 

 

 

우리 인생은 대동소이하다.

어떤 인생이든 비는 내리게 되어 있다.

 

- 롱펠로우

 

 

 

헛된 사랑이었다고 말하지 말라.

사랑은 결코 낭비되는 것이 아니다.

 

- 롱펠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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