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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일본 대하소설 ) 관련 사항 등[기타 일본대하 소설]소설

대망에 관하여

by 자한형 2022.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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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대단히 반갑습니다. 

대망에 관하여

일본 대하소설 대망에 관해 소개해 보고자 한다.. 순전히 주관적인 감상으로 의견을 표한 것이니 곡해 없기를 바란다. 내가 대망을 접하고 읽은 것은 대학시절이었다. 거의 한달 여를 매달려 몰입했다. 새벽녘까지 빠져 있었기에 일상생활이 지장이 있을 정도였다. 5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읽어야 하는 것에서 매몰되었다. 책을 직접 구입했던 것은 아닌 듯하고 아마도 책 대여점이나 도서관 같은 곳에서 빌려 읽었던 듯하다. 이웃집에 살던 한 고교 선배에게서 일본에 관해 얘기하던 중에 듣게 된 내용이 대망이었다. 일본의 전국시대에 관해 이해를 하려면 대망을 읽어야 한다는 취지였다. 유신시대의 일본에 관해서는 발군이란 대하소설을 읽어야 하고 현대 일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벌이란 대하소설을 읽어야 한다는 식이었다. 대망은 20권으로 된 대하소설이다. 야마오카 소하치(1907~1978)란 작가가 쓴 대하소설로 1950년에서 67년까지 썼다. 원고지 3만 매 분량이라했다. 일생에 걸쳐 세 번을 읽어야 한다는 속설이 있었다. 초년에 중년에 만년에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집필 동기로 언급된 것은 전후 일본인들이 실의에 빠졌는데 그들에게 새로운 삶의 의욕과 희망을 불러일으키기 위함이 목적이었다고 했다. 확인된 얘기는 아니지만 작가가 본래 전쟁에도 참전하고자 했었는데 몸 상태가 부실해서 입대가 되지 못했다고도 했다. 그로인해 직접 전쟁에 참전할 수는 없었지만 종군기자로 활약을 펼치기도 했다. 소문에는 가미가제 특공대를 지월하고자 희망하기도 했단다. 본래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별칭으로는 간토의 너구리라 해서 좋지 않은 이미지로 그려졌다. 왜냐하면 막부시대가 유신시대로 이어지면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고 이제는 현대 일본에서 전국시대의 과거 역사가 그렇게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망이 나온 이후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대한 이미지가 새롭게 형성되었다. 막부를 창건한 인물이고 덕장으로 처세술의 달인이자 인내의 화신이며 제대로 국가를 경영해낸 지도자로서 가장 현명하고 유능한 지도자였다는 식이다.

2001년에 서강대에서 6개월간 MBA 과정으로 교육을 받던 중에 한 교수가 대망에 관해 언급을 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손자에게 대장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언급하는 내용을 묘사했다.

대장이란, 존경받고 있는 것 같지만 실은 잘못이 없는지 부하들에게 언제나 탐색당하고 있는 거야. 두려워하는 것 같지만 깔보이고, 친밀한 것 같지만 외면당하고, 좋아하는 것 같지만 미움받고 있는 거지. () 그러므로 부하란 녹으로 붙들어도 눈치를 봐서도 안되고, 멀리 해서도 가까이 해서도 안되며, 화내게 하거나 방심시켜서도 안 되는 것이다. () 부하란 반하게 하지 않으면 안돼. 다른 말로도 심복이라고도 하는데, 심복은 사리를 초월한 데서 생겨난다. 감탄시키고 감복시켜 좋아서 어쩔 줄 모르게 만들어야 해. ()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행동거지가 가신들과 다르지 않으면 안 된다. () 가신들이 쌀밥을 먹으면 너는 현미나 보리밥을 먹어라. 부하들이 5시에 일어나면 너는 4시에 일어나라. [대망 8권 중에서]

다음으로 유명한 얘기는 전국시대 33 영걸과 두견새에 관한 예화였다. 두견새를 울려야 하는 임무가 주어진다면 3명의 영걸은 어떻게 하겠는가 라는 부분이다. 오다 노부나가는 두견새를 울려보다가 울지 않으면 죽여버린다. 토요토미 히데요시는 두견새를 울리려고 갖은 지혜를 모아 두견새를 울게 한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두견새가 울 때까지 인내하고 기다린다. 3명의 영걸의 성격 또는 자세를 명약관화하게 표현해낸 예화로 회자(膾炙)된다. 노부나가에 관해서는 노부나가가 과단성이나 결단력 혹은 잔혹함을 묘사한 것이라고 여겨지고 이에야스의 두견새 부분은 히데요시 사후에 5대로의 한 분이었던 마에다 토시이에의 죽음을 기다렸다가 정권을 잡는 움직임을 보인 이에야스의 얄미운 행동을 빗댄 것으로 볼 수 있다. 꾀가 많은 히데요시는 갖은 방법을 동원해 어떻게든 지혜롭게 결국은 새를 울게 할 것이라고 추정한 부분이리라.

떡과 관련된 예화도 떠돈다. 쌀을 찧어 떡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이가 오다 노부나가이 고 찧은 쌀로 떡을 만든 것이 도요토미 히데요시이다. 그리고 그 떡을 맛있게 먹고 있는 이가 도쿠가와 이에야스란 것이다. 이에야스는 천하를 얻은 오사카 전투 후 161674세를 일기로 죽음을 맞이한다. 숨지기 전에 남겼다는 사세구로는 두 수가 전해진다.

기뻐하다가 다시금 잠을 깨어 다시 잠든다. 덧 없는 세상 꿈은 새벽하늘과 같네 ““

먼저 떠남과 뒤에 남겨지는 건 결국 같은 것 함께 가지 못함을 이별이라 여기네 ““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가졌던 좌우명은 다음의 말에서 느껴볼 수 있다.

사람의 일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감과 같다. 서두르지 마라. 부자유를 늘 있는 일이라 생각하면 부족함이 없다. 마음에 욕망이 일거든 곤궁할 적을 생각하라. 인내는 무사함의 기반이다. 분노는 적이라 여겨라. 이기는 것만 알고 지는 일을 모른다면 몸에 화가 미친다. 자신을 책할지언정 남을 책하지 말라. 부족함이 지나침보다 낫다. “.“

일본에서는 새해 첫 꿈에 보면 좋은 것이라는 속설이 있는 것이 세 가지 있다. 후지산, , 가지다. 이것이 이에야스가 좋아했던 것이라는 설이 있다. 후지산은 시즈오카현(옛 슨푸 성)에서) 이에야스가 은거해 노년에 즐겼던 경치였고 또한 매사냥을 즐겼다. 세 번째의 가지는 그가 즐겨 먹었던 음식이다. 뜻풀이를 하면 후지산은 부유함을 상징하고 매는 고귀함과 발음이 같고 가지는 이루다(나스)와 발음이 같다. 즉 부귀와 꿈을 이루는 것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어찌 보면 행운을 불러오는 상징과도 같은 것이다.

2000년대 중반에 모셨던 상사분이 대망을 탐독하고 있었다. 얘기를 나눠보고 싶었지만 워낙 고위직이라 만날 기회가 별로 없었다. 70년대쯤에 대하드라마로 방영이 되기도 했다. NHK에서 방영되는 사극의 50% 이상이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다고 한다. 마에다 토시이에에 관한 드라마도 있었고 아케치 미쓰히데에 관한 드라마도 있었다. 쿠로다 칸베에에 관한 것도 방영되었고 사나다 유키무라의 사나다마루도 대하드라마도 나왔다. 야마모토 간스케에 관한 풍림화산도 있었다. 주로 다케다 신겐과 우에스기 겐신의 전투가 주내용이었고 야마모토 간스케는 핵심 책사였었다. 다테 마사무네에 관한 것도 방영이 되었다. 너무 많이 나왔던 드라마여서 일일이 열거하기도 난망할 노릇이다. 역사적 평가에 있어서도 근대의 일본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막부가 제대로 역할을 했는가에 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듯하다. 하지만 새롭게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에서는 막부 시대의 여러 제도와 시스템이 근대로 넘어가고 국가로 재정립되는데 이바지한 것으로 시각이 변화하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막무가 제도화했던 참근 교대제 같은 것도 지방과 수도 간의 도로망과 교역망을 구축하는데 도움이 되었다는 식이다. 또한 서구 문물과 과학기술을 받아들이기 위해 막부에서 유학을 보내기도 했었다. 아무튼 260여 년(1603~1867) 지속된 에도 막부시대가 그렇게 퇴행적이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대망은 전후 일본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으리라. 전후 폐허가 된 일본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선진국 화하는데 일조를 한 측면을 배제하기는 어려우리라. 예전에는 우리가 일본을 따라잡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하고 추격의 고삐를 멈추지 않고 쉼 없이 노력했는데 요즘은 일본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대상이 아니라고 여기는 게 대세인 듯하다. 이제는 일본을 추종하거나 본받으려는 노력보다는 그들이 잘못 갔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으리라. 최근의 잃어버린 10년이나 버블경제의 폐해 등은 결코 우리나라에서는 일어나서는 안될 일일 것이다. 우리의 일본의 과오를 반면교사로 삼아 일본이 가는 길을 가서는 결코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 딴지일보에서 기획 연재물로 나온 대망으로 바라본 전국시대를 계기로 다시 한번 대망에 대한 희구가 생기는 상황이다. 어려운 때를 생각하고 안이함에서 안주하지 말고 제대로 삶을 영위하고 역경을 헤쳐가는 사람으로 변모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