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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노을

정문일침

by 자한형 2023.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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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일침(頂門一鍼):현대시문학

중국 전국시대에 한()나라 재상가의 후손인 장자방(자는 자방, 시호는 문상)이 조국을 멸망시킨 원수를 갚기 위해 진시황을 박랑사에서 저격하다가 실패했다. 그러자 장자방은 크게 노한 진시황의 수배령을 피해 하지현으로 숨어들었다. 그러던 때에 시간을 내 하지현에 있는 이교(泥橋: 진흙으로 만든다리)위를 산책하고 있었다. 삼베옷을 입은 노인이 다가와 일부러 신을 다리 밑으로 떨어뜨렸다. 장자방을 돌아보고 애야, 내려가서 내 신을 주워오너라.했다. 장자방은 화가 났지만 상대가 노인인지라 억지로 참고 다리 아래로 내려가서 신을 주워왔다. 그러자 노인이 나에게 신겨라.했다. 장자방은 기왕에 노인을 위해서 신을 주워왔으므로 울며 겨자 먹기로 꿇어앉아 신을 신겨주었다. 노인은 발을 뻗은 채 신을 신기게 한 후 웃으면서 자리를 옮겼다. 얼마쯤 가던 노인이 넋을 잃고 바라보는 자방에게 다가와 너 이놈 참으로 가르칠 만하구나. 닷새 뒤 새벽에 여기서 다시 만나자꾸나.했다. 기이하게 여긴 장자방이 꿇어앉아 예 잘 알겠습니다.하고 대답하자 노인은 사라졌다.

닷새째 되는 날 장자방이 그곳으로 갔다. 노인이 화를 내며 늙은이와 약속을 하고서 늦게 나오다니 어찌 된 노릇이냐?꾸짖고 되돌아가면서 닷새 뒤에 좀더 일찍 나오너라.했다. 닷새 째 되는 날 새벽, 닭이 울 때 장자방이 다시 그곳에 도착했다. 벌써 나온 노인이 화를 내며 또 늦게 오다니 어찌 된 거냐?했다. 닷새 뒤에 밤이 반도 지나지 않아서 그곳으로 갔다. 조금 뒤 노인이 나왔다. 노인이 마땅히 이렇게 해야지.라며 기뻐했다. 책 한 권을 내놓으면서 이 책을 읽으면 제왕의 스승이 될 수 있다. 10 후에는 그 뜻을 이룰 것이다. 그리고 13년 뒤에 제수(濟水) 북쪽에서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인데 곡성산 아래의 누런 돌(黃石)이 바로 나니라.하며 그곳을 떠났다. 그 책이 바로 황석공의 소서와 태공망의 병서이며 노인을 황석공이라고 한다. 장자방은 그 책을 늘 익히고 송독(誦讀)한 끝에 그 묘리를 깨달았으며 한고조를 지혜롭게 도와 천하를 통일했다. 한고조를 도와 위급할 때마다 계책을 세워 공로를 세웠다. 한고조가 그를 보고 군의 정세를 분석해 군영 안에서 계책을 세워 천리 밖의 승부를 결정짓는데에

나는 자방(子房)만 못하다.”고 할 정도로 높이 평가했다. 13년 후에 장자방이 한고조를 따라 제북(濟北)을 지나갔는데 과연 곡성산 아래에서 누런 돌을 보게 되었다. 장자방이 신기하게 여겨 가지고 돌아와 보물처럼 받들며 제사까지 지냈다. 장자방이 죽자 그 돌을 같이 안장했다. 장자방, 소하, 한신을 한()의 삼걸(三傑)이라고 일컫는다. 그 후 태공망병서는 장자망의 무덤 속에 있었는데 500년 뒤 도둑이 그것을 훔쳐내어 세상에 퍼지게 되었다고 한다. 황석공의 가르침도 대단하고 그것을 받아내고 참고 인내하며 공

경한 장자방의 덕도 본받을 만 한 듯하다. 이러한 것이 정문일침(頂門一鍼)의 된서리가 아닐까한다. 최근에 겪었던 한 일화 속에서 그 의미심장함을 한번 되새겨 보고자 한

. 무심코 일상적으로 처리했던 일들이 꼬여진 일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어느 날 낯선 손님 두 분이 내방을 했다. 중후한 나이가 드신 초로의 신사 한 분과 장년인 분이 불쑥 사무실로 들어섰다. 안녕하십니까. 어떻게 오셨습니까?하고 용건부터 물었다. 근처에 볼일이 있는데 조금 일찍 오는 바람에 차나 한잔하려고 들렀다.라고 했다. 응접실로 손님을 모셔두고 일상적인 처리절차에 따라 무심결에 여직원에게 차를 석 잔 가져 오라고 지시를 했다. 아뿔싸 그런데 그것이 큰 과오였고 실례였다. 초면의

손님에게 무턱대고 차를 갖다 밀어붙이니 보통의 손님이었다면 그냥 주는 차를 마시고갔을터이나 이 분은 그리 호락호락 하신 분이 아니었다. 아가씨 무슨 차요여직원이 예 한차입니다그러자 그때부터 일장 훈계가 시작되었다. 기본을 가르쳐 주시면서 곤포차 얘기를 했다. 손님이 오면 제일 먼저 손님의 취향을 여쭌 후에 그것에 맞게 차를 대접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분은 대단히 꼿꼿하고 냉철하게 여겨졌으며 입바른 소리를 잘하실 듯 보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따끔하게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정문일침(頂門一鍼)을 가하는 것이었다.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충격을 받았다. 아가씨 차 접대를 할 때에는 그렇게 차 접대를 하는 것이 아니야.내가 예전 대우그룹 회장실을 자주 드나들던 때가 있었는데 그곳에 가면 팔등신의 미녀들이 차 접대를 하는데 제대로 한다. 손님 무슨 차 드시겠습니까? 차는 커피, 홍차, … … 곤포차 있습니다.라고 한다고 했다. 심지어 어떤 곳은 메뉴판처럼 적어 놓고 체크를 하게 하는 것도 있다고 하는 것이다. 과연 곤포차라를 것이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이 일어 그것을 시켜 보았다는 것이다. 그것은 다시마차의 일종으로 쌉싸름한 맛을 지니고 있고 몸에 상당히 좋다고 정평이 나 있는 차라는 것이다. 그런 연후에는 계속 곤포차만 마시게 되었다는 일화였다. 맛있게 차를 드신 손님은 차 잘 마셨네!하고는 유유히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참으로 아픈 일침이었고 정곡을 찌르는 얘기로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것으로 여겨졌다. 요즘 들어 나이가 들면서 추상같은 그런 훈계의 말씀이 그리울 때가 있다. 그 예전 불호령을 내렸던 아버지의 말씀이나 스승들의 뼈아픈 충고를 이제는 눈을 씻고 찾아보려야 볼 길이 없어진 것이다.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다 보니 제대로 된 예절도 없고 어른에 대한 공경도 땅에 떨어진 것처럼 여겨진다. 일부러 떨어뜨린 신발을 다리 아래에 까지 가서 주워오고 그것을 신겨주기까지 했던 옛 선인들의 공경과 지혜 덕과 예가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버르장머리 없고 어미 아비도 몰라본다고 할 만큼 도덕이 추락해 있고 어른의 권위는 실추되어 있다. 오상고절의 고귀한 기품을 갖고 한 치의 잘못도 따끔하게 지적하고 바른길을 가르쳐 주는 것이 그리워지는 것은 모두의 바람이리라. 근자에 어떤 이는 엄부자모의 전통이 사라지는 것을 애달파한 칼럼이 있었다. 예전에는 엄한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 밑에서 성장을 거듭해 왔다는 것이다. 아버지의 엄한 규율과 가르침 속에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분명하고 확실하게 교육받고 그것이 지상명령인 줄 알고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었다. 어머

니는 그런 아버지의 불호령을 받고 난 뒤 따뜻하게 안아주고 뒤처리를 해주었던 자애로움을 가졌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모든 기본적인 체계 자체가 흐트러져 있다는 것이다.인생은 홀로 먼길을 가는 것이고 등에는 무거운 짐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제대로 된 조언자 자기가 가고 있는 길에 대한 확신이나 회의가 들 때 또는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기댈 언덕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대쪽 같은 인생의 지침을 제시해 줄 만한 조력자를 잘 만나는 것도 풍요롭고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가는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유방이 천하를 제패하게 된 원인의 하나로 꼽히는 부분이 그런 부하들을 잘 만난 것이고 그들을 잘활용한 덕에 항우를 뛰어 넘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본래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고거슬리는 충언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현명한 군주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정문일침의 충고를 잘 받아들일 수 있는 넓은 아량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 또한 필요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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