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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노을

프롤로그

by 자한형 2023.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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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그 오래전 어렸을 적에 꿈과 야망, 이상, 경험 등을 설파하던 선생님들을 보면서

참 행복하고 즐거운 직업 중의 하나라 생각했다. 일생을 살면서 자기에 관한 여러

일들을 세상 사람들에게 드러낸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닐 텐데 하는 마음에서

말이다. 그리 내세울만한 이력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뚜렷하게 남들에 비해 과

시할만한것도없으면서외람되게사소한인생사를엮어세상에내놓고자하니천

학비재(淺學菲才)한 사람으로서 송구함이 앞선다. 혹여 어떤 이에게는 누를 끼치지

나 않을까 또는 결례를 범하거나 무례를 안겨주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평소에

생각하고 느껴왔던 삶의 단편들을 필설로 꿰어보았다. 세상만사가 그렇게 호락호

락하고 가소로운 일이 아님은 물론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단칼에 쾌도난마(快刀亂

)하는 것만큼 단순명료하지 않음은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흑 아니면 백이고 도

아니면 모라는 이분법을 우겨가며 오랜 세월을 살아온 것만 같다. 타인에게는 최

대한피해를주지않고원망을듣지않으려노력했으며세상살이를기꺼워하며감

사하는 마음으로 선을 쌓고자 했고 덕을 베풀려 했던 한 범부의 넋두리라고 여겨

준다면 참으로 고맙겠다.

 

이런 삶도 살아볼만 하겠구나, 아니면 그런 자세로 세상을 사는 것도 나쁘지 않

겠구나 라고 고개라도 끄덕여주고 공감해준다면 더 이상 바랄 나위가 없겠다.

골 산간벽지의 가난한 농군의 아들로 태어나 천신만고의 각고와 노력 끝에 나름

의 교육을 받고서 정상적인 사회계층 속에서 자신의 몫을 일궈온 한 직장인의 살

아가는 이야기가 무덤덤하게 파노라마처럼 펼쳐질 것이다. 항상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고 베품과 나눔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여겨 이를 실

천하고자노력했던이의삶의편린(片鱗)이녹아있는것들이라생각하고편안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감상하길 바랄 뿐이다. 오랫동안 휴식이 주어질 때마다 한 편씩

써온 여러 습작들을 모아서 만든 것이다. 그중에는 미처 생각지도 못하게 지인에

게 누를 끼칠 내용이 포함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넓은 아량

과 하해(河海)와 같은 포용력으로 널리 양해해 주길 바란다.

세상사를 물 흐르듯 생각하고 순리(順理)대로 살아라 고하는 뜻의 상선약수(上善

若水)라는 말이 있다. 물은 모든 것을 포용하고 안고 더없이 넓은 세계로 순리를 좇

아 흘러간다. 세상의 모든 더러움과 정제되지 못한 것을 흡수하고 빨려 들어가게

만들고 새롭게 정화까지 시켜준다. 도도한 강물이나 엄청난 부피의 바닷물이 다

그 물인 셈이다.물이 지닌 포용력이나 관조의 습성을 닮아가는 게 이 세상을 살아

가는데 가장 먼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장기레이스란 인생마라톤을 달리다보면 목 타는 갈증과 더위 끝에 만나는 생수

한 모금이면 세상을 다 가진 듯한 마음이 들 것이다. 그렇게 따스한 정리(正理)

품고 더불어 기쁨을 나눌 수 있는 생수 같은 사람이 되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더

다가가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끝으로 졸저(拙著)를 만드는데 물신양면으로 지

원을 아끼지 않은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또한 오랫동안 곁에서 내조하느

라 고생한 내자와 자식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부모님에게 다시 한 번 이 자리를

빌려 깊은 감사를 드린다.

 

 

2011.12.

 

새의 천국 안성골에서 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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