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색다른 낯설음 저너머

서강대MBA와 교육

by 자한형 2023. 3. 10.
728x90

서강대MBA와 교육

 

 

얼마전 농협에서의 직장생활(職場生活)28년째로 접어들었다. 27년간의 직장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여럿 있겠지만 교육을 받으러 갔던 2001년의 6개월간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고 즐거웠던 순간이었다. 처음으로 중견직원에 대해 장기간에 걸친 외부위탁교육이 이루어진 것이었다. 각자 교육비를 일정액을 납부하고 교육을 받았다. 금융쪽이 25명이었고 유통쪽은 20명이었다. 금융은 다른 은행과 합쳐져 교육을 받았고 유통은 별개로 농협만 위탁교육을 대학에 맡겨하는 것이다. 15명은 3급이었고 5명은 2급이었다. 석박사도 몇 분이 있었다. 나이차이도 10여년에 이르렀다. 7주씩 6개월을 나누어 3기로 분할해서 교육했다. 첫 번째 기에는 기초적인 경영학의 일반적인 이론을 중심으로 한 교육이었다. 경영학, 회계학, 통계학 등 경영 에 관계된 일반적인 이론교육에 중점이 주어졌다. 오전 두 강좌 오후 두 강좌였다. 처음에는 9시에 시작이 되었다가 지방에서 올라오는 사람들 때문에 30분이 지연되었다. 그때 당시에는 대전에서 왔다 갔다 하는 분도 있었다. 기숙사비로 일정부분은 보조가 되었다. 고시원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분들도 있었다. 유통반은 5개조로 조를 나누었고 조별로 과제가 주어졌다. 테마를 정하고 그것에 맞는 논문을 협업해서 완성시켜야 했다. 기별로 시험이 치러졌고 그것은 상당한 스트레스로 작용이 되었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특강이 있었다. 경영학과 무관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강의하는 것이었다. 금융쪽과 같이 듣는 것이 보통이었다. 금융쪽에서는 다른 은행과의 직급차이 또는 교육목적의 차이에 의해 상당한 갈등이 있었다. 그래서 결국은 강의실을 별도로 해서 2기부터는 농협과 일반은행 쪽으로 이원화되어 강의가 진행되었다. 금융쪽에서는 각종 경영여건이 제시되고 계속적인 경제상황의 변동에 따라 자산을 운용하고 투자하고 결과를 내는 것을 시뮬레이션화해서 지점의 경영결과를 산출하는 것이 각 조별로 협의하여 운영하는 것으로 진행이 되었다. 중간 중간에 각종 과제도 제시가 되었다. 소규모 그룹별로 모임도 활성화되었다. 취미를 같이 하는 이들끼리 테니스를 치는 팀도 있었고 골프에 집중하는 팀도 있었고 인간관계를 돈독히 하는 모임도 있었다. 나의 경우에는 수영강습을 4개월 정도 받았다. 수영의 실력향상에 도움이 되지는 않았지만 그런 기회를 가졌었던 것에 감사할 뿐이었다. 일반 강의를 듣는 것 외에 워크숍시간도 가졌고 밖으로 나가서 회합을 가지기도 했었다. 체육행사를 해서 하루를 보내기도 했었다. 워크숍의 경우에는 수도권의 SK의 연수원에 가서 12일간 진행이 되기도 했었다. 강의도 듣고 축구를 하기도 했고 저녁에는 화합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처음 자기소개를 하면서 회장과 총무가 선출되었다. 나는 졸지에 어렸던 관계로 총무를 맡았다. 회계를 담당해야 했고 교수들과의 가교역할을 하느라 수고를 해야 했다. 중간 중간에 컴퓨터 교육도 있었고 영어를 원어민에게서 배우는 시간도 있었다. 가장 기대했고 관심을 끌었던 부분은 해외연수였다. 다른 곳과는 달리 일정이 빡빡하게 짜였고 짧은 일정이었지만 중국을 다녀오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상해와 소주, 항주를 둘러보고 오는 것이었다. 캠코더를 가지고 가서 주요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을 했고 그것을 압축해서 하나의 50분 분량의 VTR로 편집해서 각자에게 배부해 주었다. 2기 부터는 농산물유통 등에 대해서 교육이 이루어졌다. 대부분의 교수들이 외부에서 오는 관계로 인해 강의시간이 늦어졌고 제시간에 이루어지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일방적인 강의도 있었지만 발표시간도 있었다. 한 교육생은 스페인의 몬드라곤 협동조합에 대해 발표를 잘해 학부생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는 기회를 갖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교수들과의 자리가 마련되기도 했고 식사자리도 한 번씩 있었다. 모두들 열의를 갖고 충실히 수업에 임했고 나름대로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였다. 개인적으로 6개월의 교육기간은 충분히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가장 보람되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낸 것 같았다. 어떤 교육생은 이것을 계기로 바로 대학원과정에 입학해서 석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또 한 교육생은 중국의 성장에 큰 충격을 받고 중국어에 정통하게 되는 계기를 갖게 되기도 했다. 이제는 교육을 받은 지가 12년이 흘렀다. 대부분이 퇴직을 했고 남아있는 이들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가 되었다. 수료자 중 임원으로 승진하는 영예를 안은 분도 나오기도 했다. 이후 오랫동안 조직에서 MBA에 관한 선호도가 높아졌고 중견간부로서는 필수코스로 인정이 되기도 했다. 이제는 일반 농축협에까지 파급이 되어 상호금융 MBA를 가야 지점장으로 활약할 수 있을 정도까지 되었다. 본래 정상적인 과정의 MBA를 받으려면 최소 2년이 소요되는 것을 압축해서 받은 것이었다. 수료식은 가족까지 참석한 가운데 엄숙하고 장엄하게 치러졌다. 본인뿐만 아니라 부인에게까지 수료증이 수여되는 영광을 누렸다. 회장과 총무에게는 공적패가 수여되었다. 서강대 MBA과정은 이후에도 계속 모임은 이어져 오늘날에 이르고 있고 일 년에 한 두 차례 정기모임을 하고 있는 모임이 되었다. 교육이라는 것은 인간에게 있어서 필수적인 부분이다. 정규교육 이외에도 여러 부분에서 교육의 기회를 갖는 것이 오늘날의 현상이다. 우리국민의 교육열이라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부분일 것이다. 높은 교육열이 오늘날의 한국경제의 부흥의 기초가 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것이다. 나도 교육이라면 남 못지않게 받았고 지금도 교육원에 근무를 하고 있지만 인간의 실력을 향상시키고 내면을 변화시킨다는 것이 쉽지 않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한 성인교육에 있어서는 더욱더 힘든 부분일 수 있다. 피교육자에 대한 열정을 가져야 하고 자신의 혼을 불어넣고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게 하는 것이 간단치만은 않는 일임에 분명하다.

혹자는 교육이 미래다.’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우리의 앞날이 교육에 달려있다고도 한다. 과연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하는 부분은 많은 난제를 안고 있는 듯하다. 서구유럽 등에서는 교육에 최선을 다하고 교육자를 최고의 예우로 존경을 다하는 풍토가 되어 있는데 반해 우리는 아직도 그런 풍토와 환경이 조성되기에는 미흡한 부분들이 있는 것이 사실일 것이다. 요즘은 교육의 장도 정치화되고 선거화 되다보니 각종 난맥상들이 줄지어 일어나고 있다. 아무든 교육은 소중한 것이고 그것이 핵심적이지 못하거나 도외시될 때 우리는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고 밝고 아름다운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교육에 힘을 실어주어야 하고 교육자가 우대되는 풍토와 환경이 조성될 때 건강하고 풍요로운 미래와 희망을 가져볼 수 있지 않을까.

 

'색다른 낯설음 저너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당한 실수  (0) 2023.02.23
홀딱새의 울음  (0) 2023.02.23
혀끝 유감  (1) 2023.02.23
허름한 식당에서의 단상  (0) 2023.02.23
행복을 찾아서  (0) 2023.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