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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속 마음의 정화 (4권)

필로미나의 기적

by 자한형 2023.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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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미나의 기적

 

 

늦은 밤 시간이었다. 동창생 녀석이 클라우드에 올려놓은 영화 한 편을 보았다. 한 시간 37분이라는 긴 시간이었다. 중간쯤만 보고 다음에 보려고 작정을 했었는데 결국 다보고 말았다. 필로미나의 기적이라는 영화였다. 스트븐 프리어스 감독 작품이었다. 주연은 스티브 쿠건(마틴 식스미스)와 주디 덴치였다. 주디 덴치는 80세의 고령인 배우였다. 시작은 필로미나가 아들의 50회 생일날에 어린 시절의 사진 한 장은 딸 제인에게 주면서 그를 찾겠다고 얘기하는 것에서 시작이 된다. 미혼모로 아기를 낳았다. 어린 시절 놀이동산에 놀러갔다가 훤칠한 멋진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졌고 그것은 곧 임신으로 연결이 되었다. 아이가 거꾸로 자세를 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통제도 없이 수녀원에서 출산을 하게 된다. 그리고 4년 후 잘 지내던 여자 아이 한명과 같이 앤서니는 입양되어 먼 길을 떠나게 된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필로미나는 울부짖으며 앤서니를 목청껏 불러보지만 결국은 기약이 없는 이별을 하게 된다. 세탁일 등을 하며 오로지 한 시간의 면회시간에만 아이를 볼 수 있었던 그녀는 이제 그 만남도 갖지 못하게 된다. 딸 제인은 오빠를 찾기 위해 파티에서 만난 전직 BBC기자 출신인 마틴 식스미스에게 오빠를 찾아주길 부탁한다. 일언지하에 거절한 마틴은 집에 돌아와 곰곰이 생각한다. 그리고 두 여인을 만나 사정얘기를 듣고 아들 찾기에 돌입한다. 필로미나와 마틴은 차를 몰고 수녀원을 전격 방문하지만 입양에 대한 기록을 찾을 수 없었다. 모두 불탔다는 것이다. 마을 주민에게서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었던 시절이라 수녀원에서 돈을 받고 미국으로 입양을 보냈다는 정보를 입수한다. 미국에서는 친모에게 입양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법조문을 갖고 있다는 것에 희망을 건다. 그리고 언론사의 협조를 받는다. 아들을 찾는 얘기를 시시각각으로 보도하고 연재를 하는 조건이 부가된다. 둘은 미국비행기에 오른다. 목캔디를 건네기도 하고 하느님을 믿느냐는 질문도 던진다. 필로미나는 믿는다고 하는데 마틴은 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미국에 도착한 그들은 아들이 앤서니에서 마이클로 이름을 바꿨고 대통령의 법률자문역을 맡아 일했다는 등의 정보를 알아내게 된다. 같이 활동했던 여성을 만나 그의 활동내역이 들어 있는 사진 등을 보게 된다. 그는 동성애자였다. 그리고 40대 초반의 나이에 에이즈로 사망했다는 것을 듣게 된다. 여동생에게 찾아가 그에 관한 얘기를 듣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동성애 상대였던 친구에게 찾아간다. 문전박대를 당한 마틴은 분노한다. 그러나 필로미나가 찾아가자 문을 열어준다. 그리고 영상물을 보여준다. 그가 찾아간 곳은 수녀원이었다. 그리고 그 수녀원에 묻혀있었다. 둘은 다시 수녀원을 찾는다. 그리고 왜 그들이 친모의 존재를 숨겼는지를 추궁한다. 필로미나는 수녀를 용서한다. 그리고 그 무덤을 찾는다. 아들이 얼마나 고향을 그리워했는지를 회상한다. 겔틱하프뱃지를 양복에 달고 있었다. 그것은 아마도 아일랜드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마틴 식스미스는 수녀에게 그들이 그렇게 숨기고 은폐한 것에 대해 분노를 쏟아낸다. 참으로 안타까운 모습이었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원작은 필로미나의 잃어버린 아이라는 제목이었다고 한다. 2013. 2월에 아일랜드 엔다케 총리가. “과거 아일랜드 강제 노역시설에서 고통 받는 피해자들에게 사죄한다라는 공식적인 사과를 한 바 있었다. 50년 동안 숨겨져 왔던 일들이 끈질긴 집념에 의한 진실규명에 의해 샅샅이 드러나게 되었고 진실이 규명되었다. 왜 기적이라고 제목을 붙였는지는 의아했다. 그런 것보다는 오히려 잃어버린 아이라는 것이 더 설득력을 갖지 않았을까 여겨지기도 했다. 조직적으로 인간의 근본을 숨기고 자신들의 과오를 덮으려는 것에 분노하게 만드는 듯했다. 50년간 친모를 그리워했을 아이의 아픔이 절절했을 듯 했고 그것을 묻어두려 했던 친모의 아픔도 오롯이 전해지는 듯했다. 절제되고 성숙하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죄업을 지은 이들을 용서하는 것에서 진정으로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나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 아이들이 해외로 입양되고 그리고 그들이 생모를 찾아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이 비일비재했던 때를 다시 되돌아보게 만드는 듯했다. 정말 미워해야 마땅하고 분노해야 마땅함에도 결코 그들에게 책임을 추궁하지 아니하고 그것을 포용하고 용서하는 것에서 또 다른 인간미의 정수를 보는 듯했다. 당초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결코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초연한 자세로 꿋꿋하게 과연 그의 자식은 엄마를 그리워했을까 라는 화두를 가지고 출발했고 그렇게 아들이 원했고 간구해서 수도원까지 방문했고 수도원에 묻히기를 원했던 것에서 인간의 본성이 항상 하나로 통해있다는 것을 느껴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주디 덴치라는 배우의 진면목을 느껴볼 수 있었고 8순의 노배우의 관록과 절제된 연기를 통해 생의 원숙함을 느껴볼 수 있었다. 예전에 우리 영화에 화제작으로 떠오른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밀양이라는 것이었다. 자신의 자식을 죽인 살인마를 용서해가고 그 끔찍했던 기억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전도연의 처절함도 빛났던 영화였는데 그와 유사하게 인간에게 용서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를 되새겨보게 만드는 것이 필로미나의 기적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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