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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속 마음의 정화 (4권)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며

by 자한형 2023.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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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며

 

 

 

대망의 청양해가 밝았다. 파란만장했었던 갑오년 한해를 보내고 을미년(乙未年) 새해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뭐니 뭐니 해도 416일에 있었던 세월호 참사가 가장 뼈아픈 일이었을 것이고 여타 여러 가지 사건 사고도 많았던 한 해였었던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2월에 안성에서 이곳 고양의 원당골 농촌사랑지도자 연수원으로 보직을 옮겨와 생활하게 되어 4년간의 주말부부 생활이 청산되었고 그런대로 평온 일상으로 되돌아올 수 있었다. 여러 가지로 생소한 분위기에서 연수원 생활을 이어나갔다. 다문화라든가 마을지도자 육성이라는 부분에 차츰 적응해 가고 앞으로의 농업 농촌을 살릴 수 있는 대안이라는 것이 자리잡아가기 시작하기도 했다. 교육원과는 일맥상통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상당한 것으로 여겨졌다.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에서 마음껏 생활할 수 있었고 근무할 수 있었던 한 해를 보냈다. 여러 곳을 둘러보았고 아직까지 마을 사업으로 정착되지 않은 곳들도 많은 듯했다. 교육만으로 마을을 활성화시키고 한 단계 더 도약시켜 놓는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절감할 수 있었다. 주기적으로 중앙회에 연수원의 하는 일을 보고하고 주지시키는 것도 하나의 업무였다. 가을의 체육행사 등은 마을을 컨설팅하고 지원하는 것과 병행해서 실시하는 부분이 특이한 점이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인사적체로 인해 연수원 직원들의 사기가 많이 침체되어 있는 부분도 있었지만 각자 나름대로 자기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고자 했고 자기계발도 게을리 하지 않는 모습들을 보여주기도 했다. 가정적으로 큰 아들은 대학의 전 학기를 마쳤고 어학연수를 7월부터 떠났다. 연수비와 생활비를 지원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었지만 좋은 경험을 쌓게 하는 기회라고 여겼고 흔쾌히 그 어려움을 감내해 냈다. 아들은 짬짬이 유럽의 각국을 구석구석 둘러보는 기회를 가졌고 세계와 소통해보는 멋진 경험도 했으리라 짐작이 된다. 작은 아들은 7월에 전역해서 9월부터 복학하므로 다시 일상적인 대학생활로 적응해 나갔다. 착실하게 학업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여 그런대로 철이 든 모습을 보여 안심하게 만들어 주었다. 한창 천방지축으로 세상에 내던져져 있었던 듯한데 이제는 제법 어른스러워졌고 어느 만큼의 사리분별력도 갖추고 있는 듯 여겨져 안도감이 든다. 집사람은 조직개편 등으로 인해 업무에 과부하가 걸려 계속적으로 허우적거리는 모습이었고 거의 만성피로를 달고 사는 형태를 띠었다. 이제 오랫동안의 교육청 장학사 생활을 접어야 할 때를 맞이하고 있다. 조만간 일선으로 나갈 것으로 예견이 되고 있었다. 얼마 전 연말과 연초에 걸쳐서 두 건의 병마소식이 전해졌다. 한 사람은 직장 동료였었는데 갑자기 심근경색이 온 것으로 보였다. 아직까지 제대로 운신을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 또 한분은 모임을 같이하는 회원이었는데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었고 그렇게 통증도 느껴지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단다. 동네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아보니 신장에 종양이 있다는 정도였단다. 그래서 병원에 근무했었던 지인에게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고 자문을 했더니 조언을 해주었다. “삼성병원을 가보는 것이 좋겠다.” 라고 했단다. 그래서 동네병원에서 삼성병원에 진료의뢰서를 받고 삼성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받기 전에 여러 가지 검사를 해보니 신장암 3기에 도달해 있었고 임파선까지 암이 퍼져있는 상황이었다. 현재는 신장을 제거해 내고 집에서 요양을 하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남의 일로만 알았던 병마가 이렇게 가깝게 주변에서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참으로 건강의 중요성을 새롭게 느껴보게 된다. 언제 어떻게 이런 식의 병마가 찾아올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암과 심혈관질환은 가장 치명적인 병으로 손꼽히고 있는 부분이고 한국인 사망률에 있어서도 가장 흔하게 거명되는 부분이다. 암에 있어서는 조기발견이 가장 중요한데 이렇게 3기까지 진행된 후여서 그 결과를 선뜻 예측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보인다. 또 다른 소식의 하나는 처조카의 둘째 임신 소식이 있었다. 임신 초기이기는 하지만 입덧이 심해 아이를 보살피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란다. 그래서 첫째 아이를 시부모인 처형네에 맡길 심사인 듯한데 처형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요즘 세태의 한 단면을 보는 듯하다. 자신들이 기꺼이 자식을 키워야 함에도 그 의무를 부모에게 전가하는 것이 결코 바람직한 형태는 아님에도 대부분의 젊은 사람들이 그렇게 부모에게 아이를 맡기는 경우가 허다한 듯하다. 어떤 지인 한분은 아예 친정엄마가 딸네에 살면서 아기를 돌봐주는 상황이다 보니 친정아버지의 홀아비 생활의 고충이 깊어지고 있다는 소식도 있었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일정한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지니기 마련이다. 그 속에서 하루하루의 일상이 그냥 그렇게 아주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하루의 단조로운 일상들이 어쩌면 무척이나 소중하고 값진 나날들임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가족과 함께 단란하게 식사를 하는 장면도 정말 손쉬운 듯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부분일 것이라는 게 현대인들의 일상이다. 하루의 의미를 값지게 만들어 가고 그 의미 있는 하루가 축적되고 쌓였을 때 생의 완성을 이루는 것이 아닐까. 권태롭고 무미건조한 생활에서 헤어나려고 발버둥을 치기도 한다. 그러나 막상 그렇게 떠나고 자신의 일상에서 일탈해보면 그렇게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같아 보이는 일상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의미 깊은지 새삼스럽게 느끼게 될 것이다. 프랑스의 비평가 폴 부르제가 얘기했단다.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중국의 유명한 선승(禪僧)인 임제선사는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머무는 곳마다 주인이 되어야 한다. 지금 서있는 곳이 바로 진리의 자리다. 주체적이고 역동적으로 주인으로서의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 정도이고 올곧은 삶을 사는 자세이리라. 자신이 주인으로서의 삶을 살고 능동적으로 생을 끌고 나가야 한다는 의미이리라. 인간은 결코 불안에 안주하지 않는다고도 한다. 그런 불안한 상태를 벗어나고자 하고 안정을 구하고자 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고도 한다. 대망의 한 해 을미년에는 제대로 주체로서의 삶을 가꾸고 살아낼 수 있는 그런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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