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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로(2021. 8권)

한자와 나오키와 도게자

by 자한형 2023.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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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와 도게자


한자와 나오키는 일본 드라마로 2013년에 방송된 것이다. 어떻에 이런 드라마가 히트를 쳤는지 하는 것이 초점이다. 원작소설이 2019년에 우리나라에 소개되었다. 어느 날 한 지인이 그분이 들고 다니는 조그만 가방속에 들어있는 책이 한자와 나오끼란 소설책이었다. 어느만큼 일본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고 여겼는데 한방 맞은 셈이었다. 내년 4월에 다시 방송이 될 것이란 예상이다. 
지난 주말에 도서를 찾던 중에 그 책을 발견하긴 했는데 아직도 낯설어 주저주저했다. 그러다 주말에 10편의 드라마를 섭렵했다. 주인공을 열연한 배우가 낯익었다. 일본 사극 사나다마루의 주인공으로 사카이 마사토란 배우다 와세다대학을 중퇴한 배우다. 리갈하이, 신센조, 아츠히메 등에서 열연했었다. 일본 유수 은행원으로 취업한 한자와는 은행원으로서 기업을 지원하고 돕고 국민경제에 이바지하고자하는 일념으로 은행원이 되었다. 은행의 융자과장으로 승승장구하는 엘리트였다. 어느 날 지점장에게서 오더가 떨어진다. 유수 철강회사에 5억엔을 대출하라는 것이다. 철강회사의 사장을 만나 상담을 하고 품의서를 제출하고 융자회의를 진행시킨다. 오사카 은행지점으로서 최우수 점포가 될 수 있는 것이 융자실적 거양에 달려 있었다. 본점의 심사부를 찾아가고 융자는 순조롭게 이루어진다. 그런데 호사다마랄까. 언제든 문제는 터지게 마련이다. 철강회사는 거대한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부도가 나고만다. 입사를 할 때 세 명의 입사동기가 있었다. 곤도, 한자와였다. 곤도는 홍보부에 근무를 희망했다. 00는 은행원으로서 긍지가 높은 이였다. 10여년이 지난 후 한자와는 융자과장의 자리에 올랐다. 아들과 부인을 둔 가장으로 충실한 직장생활을 영위해 나가고 있었다. 융자과장으로서는 당시의 융자를 할 때의 상황을 살펴보면 지점장이 융자를 추진하고 했고 그에 따른 모든 문제에 관해서는 자신이 다 책임을 지겠다는 전제하에 융자가 실행되었다. 그런데 이것이 문제가 되고 은행의 부실로 남게되자 너도나도 모두 책임을 융자과장에게 떠넘기는 식이 되었다. 5억 엔의 대출금을 회수하지 않으면 좌천의 인사조치를 당할 수 없는 위기에 빠진다. 그는 어린시절 중학교때 은행의 융자가 실행되지 못해 제조업을 하던 아버지는 궁지에 빠지게 되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비운의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비가 내리는 날에 무릎을 꿇고 융자를 호소하던 아버지를 매몰차게 뿌리치고 유유히 우산을 쓰고 걸어가던 은행원을 그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로인해 아버지는 결국 자살을 하게 된다. 그리고 다행히 다른 은행의 융자를 받아 어머니가 기업경영을 하게 된다. 그는 가볍고 단단한 나사를 신주처럼 갖고 다닌다. 그리고 그것을 손아귀로 꽉 움켜지면서 손가락 안에 깊은 상처를 입게 되기도 한다. 그는 일단 5억 엔을 회수하기 모든 수단을 강구한다. 첫 번째는 철강회사의 부도로 인해 같이 영업을 중단하게 된 하청업체의 사장을 찾아간다. 하필 그는 공장 천정에 줄을 매달고 자살을 시도하던 중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철강회사의 사장 히가시다을 찾기위해 같이 동분서주하게 되고 동지가 된다. 지점장과 히가시다 사장은 고교동창이었다. 그리고 대출을 추진하고 그리고 도산을 시키고 자금을 해외로 빼돌린 상황이었다. 지점장은 모든 것이 드러나자 결국 사죄하고 용서를 구한다. 그러자 한자와는 그를 용서하는 대신 자신의 진급과 융자팀원들의 원하는 부서 배치를 요구한다. 지점장은 필리핀으로 전출을 간다. 참으로 조직생활이란 것이 어떤 것인가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일본 도쿄 중앙은행의 융자과장 '한자와 나오키'는 평범한 은행원이다. 기업의 대출을 담당하고 있다. 대출을 해도 손해가 없는지 검토하고 대출 실행을 결정하는 업무다.이 평범한 은행원에게서 어떠한 이야기가 나오게 될지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이러한 기우는 잠시였고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이야기 전개로 단숨에 끝까지 빠져들게 되었다. '한자와 나오키'에게서 우리의 평범한 직장인의 애닮은 모습을 발견한다. 평범한 회사원에게 무슨 힘이 있겠는가. 그저 조직이 정하는 방향대로, 상사가 지시하는 방침대로 할 수 밖에 없고 거부할 수 없다. 우리는 모두 이렇게 살아간다. 이미 한자와와 같은 배를 타고 있는 우리는 그의 힘겨운 복수를 응원하게 된다. 한자와에게 부당한 일이 발생한다. 서부오사카철강이 도산 위기에 처했다. 5억엔 영업 손실이 나게 되었다. 그런데 어치구니없게도 이 모든 책임을 융자과장 한자와가 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된다. 대출이 실행될 때 한자와가 충분히 검토할 시간을 의도적으로 주지 않은 지점장이 한자와의 잘못이라고 몰아간다. 이 대출과 관련된 상사며 관련 부서도 책임지지 않고 한자와를 집중적으로 겨냥한다. 자신의 귀를 의심하고 싶다는 말은 이런 상황을 가리키는 것이리라. 한자와는 공을 세우기 위해 조바심을 낸 나머지 시간도 주지 않고 잡아채듯이 품의서를 올린 건 누구냐고 따지고 싶었다. 자기들 사정으로 여신 판단의 시간을 생략해놓고 문제가 터지면 책임을 지라는 것은 너무도 비열한 짓이 아닌가! 이러한 부당하고 막막한 상황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모든 화살이 내 자신에게 향하고 어떻게 된 일인지 혼란스러운 이 상황에서 잘못된 상황을 바로 잡기 위해 자신의 독불장군처럼 외로운 처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일까. 한자와는 포기하지 않고 현 상황에 맞선다. 평범한 직장원이라면 대부분 포기했을지 모르겠다. 작정하고 잠적해버린 서부오사카철강의 히가시다 사장을 찾아가 원상복구에 나서보지만 탈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가키우치는 안에서 꺼낸 자료 다발을 높다랗게 치켜들더니 돌덩이처럼 굳어져 있는 오기소 앞에 힘껏 내리쳤다. 인사부의 검열에 탈탈 털리는 한자와의 모습에서 동질감을 느꼈다. 감찰이 필요한 일임에는 동의하지만 사소한 트집을 잡으며 의욕을 떨어뜨리는 그 효율성과 효과에 대해서는 참 의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의도적으로 한자와를 겨냥해 나온 겸열이라면 그 부당함은 더하다. 오기소는 의도적으로 서류를 숨기고 한자와를 지적하지만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한자와가 그냥 지나칠리 없다. 처음으로 통쾌함을 느끼는 대목이다. 드라마틱한 요소가 다분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나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통쾌하다. 당한만큼 갚아준다는 부제가 이유가 있었다. 그렇다. 분명 한자와는 이 모든 상황을 이겨내고 당한만큼 갚아줄 것이다. 이 작은 통쾌함의 시작으로 더한 쾌감을 기대하게 된다. 그리고 그 기대를 충족시키는 절묘함이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은행이 이렇게 부조리한 조직인 줄 몰랐군." 한자와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 "그걸 지금 알았어? 그렇다면 한 가지 더 가르쳐주지. 은행이란 곳은 말이야. 인정사정도 없고 피도 눈물도 없는 조직이야. 똑똑히 기억해둬." 부조리한 조직'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다. 우리 사회도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과거의 고리타분한 조직 환경에서 그대로 머무른 회사 및 조직들이 많다. 점점 더 나은 사회가 되기 위해 모두가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쉬운 일이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렇다고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회사의 매입을 부풀렸더군요. 그런 식으로 이익을 속여서 계획도산을 한 게 아닐까 해요. 그래서 지금 한자와 씨와 같이 조사하는 중입니다. 채권자끼리 서로 협조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어쩌면 돈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한자와의 끈기와 집요한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꼬리가 길면 밟히게 마련이다. 조사를 하면 할수록 히가시다 사장의 음모가 드러난다. 계획도산을 했다는 의미는 의도적으로 돈을 숨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 돈의 행방을 찾기만 하면 채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한자와의 역전승을 노릴 수 있는 기회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나도 도쿄중앙은행의 행원일 뿐이지. 즉 당신과 똑같은 일개 직원에 불과해. 경영과는 아무 관계가 없어. 내 주머닛돈이 나가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나는 한 사회인으로서 당신이 저지른 일을 용서할 수 없어. 아무리 귀찮고 힘들더라도 당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선 반드시 책임져야 할 거야." 이 말이 계속 기억에 남는다. 그저 은행의 행원일 뿐이며 일개 직원에 불과하지만 부당한 잘못을 용서할 수 없다는 신념있는 말이 참으로 멋있다. 과연 나는 부당함에 맞서 상대의 잘못을 찾아내고 처벌 받게 할 수 있을 것인가. 그 길이 험난하고 어렵기에 이러한 작품에 대리만족을 할지 모른다. 그래서 그저 작자와 감독에게 고마운 마음뿐이다. 이러한 대리만족을 선사해주는 것만으로 감사하다. 은행과 관련된 용어들이 꽤 많이 나오지만 작품에 몰입하고 이해하는데 어려움은 없다. 자연스럽게 친절한 설명이 함께 나와 이해가 어려운 부분은 없었다. 그 중 '분식회계'라는 단어를 몰라 찾아봤다. 실적을 부풀리는 등의 회사 장부 조작이란 의미였다.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문맥상 이해함에 어려움이 없었다. 이러한 용어들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의 관점을 잘 배려해 작품을 썼다는 점을 칭찬하고 싶다. 그런만큼 우리에게 위안이 되는 것도 없다. 현대판 노예로 살아가는 직장인들에게 이 작품은 카타르시스를 시켜주는 것이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어느 곳에서는  부당한 해고를 당하는 사례가 분명히 우리 사회에도 많을 것이다. 부당함은 처벌받고 부조리한 조직은 변했으면 좋겠다. 또한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대한민국이 그런 상식이 통하는 나라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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