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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라오스여행 등 번외

베트남여행5(16-19)

by 자한형 2024.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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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라오스 여행 16: 베트남 해방전쟁의 출발점 팍보(Pac Bo)/이재형

오늘은 정월 초하루, 이국 땅에서 홀로 새해를 맞는다. 까오방에 하루 더 눌러 앉아 팍보 동굴을 가보기로 하였다.당초 까오방에서 1박을 할 계획이었으나 4박을 하게 되었다. 팍보 동굴은 호치민이 베트남을 지배하고 있는 프랑스에 대항하여 민족해방전쟁에 나선 출발점이다. 이후 프랑스와 미국이라는 서방 강대국을 맞아 장장 30년이 넘은 장열한 전쟁끝에 승리한 베트남인들의 영광은 바로 이곳에서 시작되었다.

숙소 근처 로터리 옆에 코코넛과 음료 등을 파는 행상 아줌마가 있는데, 며칠 지나는 동안 단골이 되었다. 매일 이곳에서 코코넛 한 두개를 마신다. 카오방을 중심으로 운행되는 모든 로컬 버스가 바로 이 앞에 선다. 그래서 코코넛을 마시며 앉아서 기다리다가 버스가 오면 타고가곤 하였다. 한 개 15,000동으로 우리돈 800원 정도에 불과하다.

카오방에서 팍보까지 60킬로가 조금 못되는 거리이다. 택시나 오토바이 택시로 가는 방법이 있지만 너무 비싸다. 호텔을 통해 알아보니 택시는 약 2백만 동, 오토바이는 100만동 정도이다. 혹시 다른 방법이 없을까하여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로컬 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이 있다. 이에 대해 2개의 글이 올라와 있는데, 한 개는 내게 팍보에 가보라고 추천한 페친분의 블로그 글이다.

이들 글에 따르면 로컬버스를 타고 하광까지 가서 거기서 택시나 오토바이 택시를 타고 8킬로 정도 더 가면 된다고 한다. 그런데 두 분 다 무슨 재수인지, 모두 친절한 베트남 사람을 만나 아주 편하게 그곳으로 간듯하다. 페친분은 친절한 호텔직원의 도움을 받았고, 다른 한분은 버스에서 우연히 만난 아주머니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거다.

하광행 로컬 버스를 탔다. 차장이 내게 차비를 달라하긴 해야하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른다. 그때 옆에 앉은 젊은 아가씨가 차장을 대신하여 내게 어디까지 가는냐며 유창한 영어로 묻는다. 그 아가씨 덕분에 차장과 커뮤니케이션이 되어 차비도 무사히 지불하였다. 그 아가씨가 내게 어디 가느냐고 묻길래 팍보에 간다고 하니까 자신도 두 친구와 함께 팍보로 간다며 함께 가자고 한다.

그 아가씨들은 이미 택시도 예약해놓아 하광에 도착하자마자 택시로 옮겨탔다. 기아 모닝이다. 8킬로 정도 달려야 한다. 내가 택시비를 지불하겠다고 하자 그 아가씨들은 펄쩍 뛰며 아니라한다. 결국 염치 불구하고 그 아가씨들의 신세를 져 공짜 택시를 탔다.

이곳 입장료는 1인당 5만 동이다. 택시를 공짜로 타고 온 보답으로 입장권은 내가 끊겠다고 제안했지만, 아가씨들은 한사코 거절한다. 주차장에서 경내로 트램이 운행된다. 경내에 들어서서 그 아가씨들과 헤어졌다.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가 먼저 호치민 좌상이 모셔져 있는 사당으로 갔다. 높은 계단 위에 정사각형의 건물이 세워져있고, 그 안에 등신 크기의 호치민 좌상이 모셔져있다. 조금 화려하다는 느낌도 있지만, 과하지 않은 화려함이다.

사당을 내려오면 길 건너편에 제법 큰 탑이 있다. 아마 호치민과 독립전쟁을 기리는 탑같은데, 무엇을 기념 혹은 상징하는 탑인지는 모르겠다. 이 구역은 사당과 탑을 중심으로 완전히 공원화되어 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흥미거리를 주면서도 기품을 잃지 않으려는 배려가 보인다.

이곳의 특이한 점은 모든 설명문들이 베트남어로 되어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같은 외국인들은 여러 조형물이나 시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다. 이곳은 베트남의 특별 국가역사유적지이다. 그래서 이곳은 베트남 국민들의 자존심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그래서 모든 표기를 베트남어로 고집하는지, 아니면 외국인들이 이곳을 찾지 않기 때문에서 인지 알 도리가 없다.

그런데 이곳이 팍보 동굴이라면, 어딘가 동굴이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 한참을 헤매다가 경내를 벗어나는 트램이 보이길래 올라탔다. 트램은 잘 포장된 산길을 10분 정도 달려 올라가서는 산자락에 있는 넓은 공원에 세워준다. 이곳에 팍보 동굴이 있는 모양이다. 사람들이 가는 곳을 뒤따라 올라갔다. 아주 아름다운 계곡이다. 풍부하고 깨끗한 계곡물은 동남아 특유의 코발트 빛을 띠고있다.

돌로 잘 정비된 평평한 산길을 1킬로 남짓 걸어가자 조금 급한 경사길이 보인다. 그곳을 올라가니 두세개의 작은 동굴 입구가 보인다. 석회암 동굴인데, 입구는 몇개 있지만 안으로는 서로 통하는 것 같다. 입구는 어른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이다. 그러나 안쪽은 조금 더 넓은 것 같다. 호치민은 1941년 중국을 통해 이곳에 몰래 숨어 들어와 독립전쟁을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이 동굴은 오늘의 베트남의 출발점이라 할 것이다.

이곳 팍보지역은 베트남의 영광스런 역사유적으로서 아주 잘 정비되어 있다. 사당과 인근 공원, 그리고 동굴 지역으로 연결되는 도로, 동굴 지역의 주차장 및 주변 공원, 그리고 그곳에서 이곳 동굴에 이르기까지의 산길 등 모두가 베트남에서는 드물 정도로 잘 정비되어 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 이곳 동굴은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주위도 좀 지저분하고 보전에도 신경을 제대로 못쓰고 있는 느낌이다.

지금까지 이 세상에는 수많은 정치 지도자들이 있었지만, 호치민 정도의 인물을 정말 찾기 어려울 것이다. 조국에 대한 사랑과 애국심, 청빈과 자제심, 인자함과 친밀함 등 정치 지도자들이 갖추어야 할 덕목을 그처럼 골고루 갖춘 인물을 또 어디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호치민을 바라보면 모든 면에서 그와 대비되어 보이는 인간이 있다.

이승만

팍보 지역은 그 역사성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기 위해서도 한번 찾을만한 곳이다. 오래 걸었더니 피곤하다. 그러고 보니 오늘 지금까지 아침에 사과 한 알 먹은 것이 전부다. 트램 주차장으로 내려와 한 가게 앞에 앉아 사탕수수 즙을 주문하였다. 조금 앉아있자니 오전에 신세를 졌던 아가씨들이 옆자리에 앉는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그녀들은 차시간이 급하다며 먼저 자리를 뜬다.

아픈 다리를 쉬면서 집으로 페이스 톡을 했다. 마침 손자도 깨있고, 유학 가있는 아들도 돌아와 함께 있다. 손자를 얼르기도 하고 아들과 이야기도 하며 한참 떠들다가 일어섰다. 계산을 하려는데, 좀 전의 아가씨들이 내 것까지 계산하고 갔다고 한다. 오늘은 무슨 신세를 이렇게나 지는지 모르겠다. 이름도 모르는 아가씨들이라 신세를 갚을 길은 없고, 대신 다른 베트남 사람 누군가에게 이 신세를 대신 갚아야겠다.

까오방으로 돌아와 내일 하노이로 갈 버스를 예약하였다. 예약 방법을 몰라 주위의 큰 호텔에 무작정 뛰어들어가 사정을 얘기했더니, 내가 묵고있는 호텔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호텔 여직원이 수배를 해서 예약을 해준다. 정말 친절한 사람이다.

 

베트남, 라오스 여행 17: 어디로 갈까?

오늘은 까오방을 떠나는 날이다. 며칠 사이에 거리에 정도 들었다. 닭우는 소리에 짐을 깼다. 베트남에 와서 매일 내 잠을 깨우는 것은 닭울음 소리이다. 오전 6시반에 출발하는 차이므로 어둑한 거리를 나섰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일단 하노이로 가긴 가지만 그 다음 행선지를 어디로 할지 아직 정하지 못한 것이다. 닌빈으로 갈까, 아니면 라오스로 넘어갈까? 라오스로 간다면 비엔티안으로 갈까, 아니면 루앙프라방으로 갈까? 모두 일장일단이 있어 어느쪽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지 결정하기 어렵다. 이럴 때는결정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 그때가서 마음내키는 쪽으로 가면된다.

차를 탔다. 밴을 개조한 차량인데, 그런대로 좌석은 넓고 편안하다. 승객은 나를 포함 8명인데, 모두들 연말연시를 이용하여 고향집에 다니러 온 대학생들인 것 같다. 하노이까지 6시간이 걸린다. 기사가 어디로 갈거냐고 묻는다. 여기 시외교통은 도어 투 도어 서비스이므로, 운전사가 승객의 행선지를 모두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닌빈으로 간다고 했다. 라오스로 가는 버스 터미널로 가도 괜찮다고 했다. 이제 다음 목적지는 운전사에게 맡겨버렸다.

출발한지 5시간 정도가 되어 하노이로 들어왔다. 한강 너비의 두 배도 넘을 것 같은 큰 강을 지난다. 널찍이 죽죽 뻗은 도로가 나오고 큰 빌딩이 드문드문 널찍이 자리잡고 있다. 새로운 개발지역인 것 같다.이 지역만을 본다면 어떤 선진국 도시 못지 않다. 고급 아파트로 보이는 건물들도 좋은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발전하는 하노이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운전사는 닌빈행 버스가 출발하는 터미널에 나를 내려주었다. 이것으로 결정되었다. 다음 행선지는 닌빈이다. 닌빈은 하노이 아래쪽으로 90킬로 정도 거리에 있는데, 하노이와 닌빈의 관계는 우리나라의 서울과 수원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닌빈은 베트남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다. 이곳은 동양의 환상적인 신선세계를 연상케하는 그런 절경을 가진 곳이다. 아무데나 셔터를 눌러도 그림이 되는 그런 도시이다.

닌빈은 이번으로 3번째 방문이다. 숙소는 땀콕으로 정하기로 했다. 아름다운 호수를 끼고 있는 곳으로서, 작년에도 이곳에서 4일을 묵었다. 혼자 지내는데 좋은 방을 잡을 필요가 없다.조식 포함 하루 17,000원짜리 방을 얻었다. 호수 뷰가 나오지 않는 것이 흠이긴 하다. 널찍한 더블 침대에 천장도 높고, 탁자와 의자도 구비되어 있는 괜찮은 방이다. 무엇보다 방의 분위기가 밝아서 좋다. 그리고 이제 고산지대를 벗어나 조금 더워진 기온도 좋다.

건기라 호수 물이 조금 줄어든 것 같다. 그 때문인지 보트 투어를 즐기는 사람은 많아 보이지 않는다. 사공이 젓는 배를 타고 논으로 이루어진 습지를 따라 왕복 4킬로 정도 즐기는 보트 투어는 난빈이 자랑하는 투어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이다. 오늘은 느긋하게 쉬며, 내일 즐길 거리를 생각해 봐야겠다.

닌빈이 자랑하는 명소는 웬만큼 가보았다. 항무아, 땀콕, 짱안, 바이딘 사원, 호알라 옛수도, 빅동 파고다 등 모두 다녀왔는데, 그렇지만 이곳은 또 찾으면 명소는 무궁무진 나올 것이다. 또 이곳에서는 명소를 찾아다닐 필요도 없다. 숙소 근처를 산책하거나, 생맥주 한 잔을 앞에 두고 호수를 바라보며 멍때리고 있어도 힐링이 된다. 이곳은 외국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거의 찾기 어렵다.

 

베트남, 라오스 여행 18: 땀콕에서 즐기는 느긋한 하루

어제 아침 6시반 차를 탄다고 밤에 일찍 잠이 깨는 바람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엤다. 그 때문에 어제는 일찍 잠에 들었다. 요란한 빗소리에 잠을 깨보니 아침 9시가 다되었다. 비가 반갑다. 밖에 나가지 않고 방안에서 뒹굴거릴 핑계거리가 생겼기 때문이다. 어제 이곳으로 오기로 정하긴 했지만, 와서 무엇을 할지는 전혀 생각해두지 않았다.

늦으막이 아침 식사를 한 후 호수나 한 바퀴 산책할까 해서 나왔다. 가는 빗방울이 얼굴에 떨어진다. 방안에서 뒹굴거리며 보내고싶던 차에 잘 되었다. 다시 숙소로 들어왔다. 뜨끈뜨끈한 전기 매트 위에 누워있으니 기분이 최고다. 하루종일 비가 왔으면 좋겠는데, 아쉽게도 오전에만 비가 온단다.

배가 고픈데 나가기가 싫다. 어제 저녁 사둔 파인애플로 떼우기로 했다. 동남아에서는 모든 열대과일이 싸지만, 특히 파인애플이 가장 싼 것 같다. 어제 한 개 15.000(800)을 주고 사서 1/4을 먹고 나머지를 남겨놓았다. 우리나라에서 먹는 파인애플은 덜 익어서 그런지 좀 시지만 여기 파인애플은 아주 달다. 파인애플을 먹을 때 제일 귀찮은 일이 파인애플을 깎는 일인데, 여기서는 그런 번거로움이 없다. 과일장사가 마치 아이스크림처럼 예쁘게 깎아서 팔기 때문에 그냥 먹기만 하면된다.

구글 지도에 이곳에서 1킬로 남짓 떨어진 곳에 버팔로 케이브라는 명소가 있다하여 산책삼아 가기로 했다. 땀콕 호수를 끼고 가는 길인데, 이 길은 작년에도 걸었다. 이 길을 따라 2킬로미터 정도 곧장 가면 사찰이 하나 나오는데, 사찰은 별로 볼 것도 없지만 길 양쪽 풍경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다.

길을 따라 가다보니 오른쪽으로 논 가운데로 난 길이 보인다. 바쁠 일이 없으니 그 길로 들어섰다. 500미터쯤 걸어 들어가니 10여 가구 정도 되어 보이는 작은 마을이다. 마을의 집들은 모두 게스트 하우스와 식당 영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손님은 보이지 않는다. 마을의 모습이 마치 그림 속 풍경같다. 아니, 그림도 이런 예쁜 마을을 그리지는 못하리라. 사람들이 도저히 찾아올 것 같지 않은 깊은 곳에 환상같은 게스트 하우스들이 자리하고 있다.

마을을 나와 다시 큰 길로 들어섰다. 얼마 가지않아 구글 지도가 왼쪽길로 들어가라 한다. 들어가는 길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절로 감탄이 나온다. 가끔 그림들을 보면 몽환적인 느낌이 드는 상상화를 만난다. 이곳이 바로 그런 그림에서나 만날 수 있는 상상의 세상이다. 얼마 들어가지 않아 구글지도가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알려주는데, 구글 지도가 말하는 '버팔로 케이브'는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그깢 버팔로 케이브가 어디 있건 상관없다. 이곳을 찾아오면서 그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한 것 그것만으로 풍분하다. 이곳도 가장 경치가 좋은 곳에 게스트 하우스가 자리잡고 있다.

다시 큰 길로 나가 오던 길로 계속 걸었다. 땀콕에서 출발한 배들이 지나가는 수로와 만난다. 보트의 승객들은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뱃놀이를 즐긴다. 그 승객들은 아름다운 수로 속에서 스스로가 풍경이 된다. 떰콕의 절경을 즐기는 승객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가 풍경 속의 그림이 되는 것이다. 항무아 전망대에 가면 이곳 땀콕의 수로가 눈아래로 펼쳐진다. 그 위를 떠다니는 배와 승객들은 살아있는 풍경을 만드는 것이다.

계속 걸어 올라가면서 옆으로 빠지는 길이 있으면 빠짐없이 들어가 보았다. 어느 곳에나 숨겨진 비경이 있었고 , 또 그런 곳에는 어김없이 게스트 하우스가 들어서 있었다. 옆길이 보이는 곳마다 다 들어가 보았기 때문에 어디를 갔는지 다 기억을 할 수 없다. 이 글을 쓰면서 그저 생각나는 것은 모두다 절경이었다란 것밖에 없다.

많이 걸었다. 돌아가기로 했다. 뉘엇뉘엇 떵거미가 지기 시작한다. 어디선가 음악소리가 들린다. 낮에는 아무 인적이 없던 길따라 들어선 게스트 하우스와 레스토랑에 하나 둘 불이 들어오기 시작하고 손님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숙소 근처까지 와 얼마나 걸었나 확인해 보았다. 25천보, 꽤 걸었다. 갑자기 고기가 먹고 싶다. 삼겹살이 먹고 싶다. 독한 술도 한 잔 하고싶다. 숙소로 가서 가지고 다니던 옥수수 술을 꺼냈다. 식당마다 가웃 거렸지만 바베큐를 하는 집이 좀채로 보이지 않는다. 하다못해 장작 통닭이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결국 한 집에 들어가 돼지고기 꼬치를 주문했다. 45도 옥수수 술을 두어잔 마시니 취기가 돈다.

 

베트남, 라로스 여행 19: 닌빈의 숨겨진 비경 찾기

어제는 도보로 근처를 돌아 다녔지만 좀 떨어진 곳을 돌아보기 위해선 역시 교통편이 필요하다. 이것저것 생각해 보았지만 역시 오토바이 렌트 뿐이다. 이곳은 대중교통은 기대할 수 없으며, 택시는 돈도 돈이지만 효율이 너무 떨어진다. 숙소에 부탁해 오토바이 1대를 렌트하였다.하루 10만동, 하장의 1/4에 불과하다.

어제 버팔로 케이브를 찾아갔다가 아무 것도 보지 못했다고 했는데, 확인해보니 잘못 찾아갔다. 다시 팢아갔다. 숙소에서 1.5킬로 정도 되는 곳에 위치해있는데, 구글 지도가 안내하는대로 따라가니 왠 외딴 홈 스테이 앞에 세워준다. 별게 없어 돌아 나오려는데 홈스테이 입구에 작은 팻말이 보인다. 홈 스테이의 상호가 적혀있고, 그 아래에 홈 스테이에서 운영하는 간단한 프로그램과 함께 버팔로 케이브라는 글이 적혀있다. 집 안쪽 절벽에 조그만 굴이 있는데, 그걸 '버팔로 케이브'라는 이름을 븉인 모양이다. 좋은 경치를 차지하고 예쁘게 꾸민 홈 스테이지만 손님은 전혀없다.

조금 떨어진 곳에 구글 지도가 소개한 명소로서 오리농장(ducks farm)이 있어 가 보았지만, 물이 가득 찬 논에 오리 몇마리가 놀고 있을 뿐이었다.

비경 찾기 실패의 연속이다. 근처에 빅동파고다라는 절이 있어 들리기로 했다. 이미 이전에 두번씩이나 다녀온 절이었지만, 아름다운 절이라 언제 봐도 좋다. 큰 연못 가운데 있는 아치형 돌다리를 건너면 돌로 만든 빅동파고다 정문이 나온다. 오리지널 이름은 '벽동사'(碧山+同寺)이다. 빅동 파고다는 깎아지른 절벽 아래에 위치해 있으며, 대부분의 건물이 석조로 되어있다.

대웅전 뒤로는 몇개의 탑이 있으며, 그 옆으로 절벽을 올라가는 돌계단이 있다. 돌 계단으로 잠시 올라가면 석불과 작은 절집이 나온다. 이곳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오늘도 관광객이 제법 있지만 이전에 비해서는 많이 줄어든 것 같다.

다음 행선지는 닌빈 박물관이다. 박물관은 시가지 안에 있어 좀 멀지만 찾아갔다. 오토바이에 스마트폰 거치대가 없어 보통 불편한 것이 아니다. 달리면서는 휴대폰을 손에 쥐고 있을 수 없으므로 주머니 속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빼다보면 뭔가 하나가 눌려 화면에서 지도가 사라져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러니 지도를 볼 때마다 오토바이를 멈추어야 하고, 또 핸드폰을 조작하여야 한다. 한국에서 사가지고 론 거치대는 규격이 맞지 않아 버려버렸다.

닌빈박물관으로 갔다. 오토바이를 탄채로 정문으로 들어갔는데, 매표소고 뭐고 아무 것도 없다. 문 옆에 있는 수위실 문을 여니, 중년 남자가 비스듬이 누워서는 귀찮은 듯이 그냥 들어가라고 손짓을 한다. 박물관 현관으로 들어갔는데도 아무도 없다. 3미터 정도 크기의 호치민 석상이 서있다. 어슬렁 거리고 있자 옆 방에서 젊은 아가씨가 나와 위층으로 올라가라고 한다.

탐방객은 나혼자 뿐이다. 2층에는 전쟁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프랑스와의 전쟁, 그리고 미국과의 전쟁에 관한 유물들이다. 전시물들은 빈약한 편이었다. 조금 있자니 젊은 베트남인 청년이 한 명 참관하러 들어온다. 하노이에서 출장온 김에 박물관에 들렀다는 38세 청년이다. 통역기를 사용하여 내게 계속 설명해준다. 그러면서 요즘 베트남 젊은이들은 역사에 전혀 관심이 없다며 한탄한다.

이 청년은 호치민에 대한 호칭을 항상 '호 아저씨'라고 한다. 베트남 사람들이 호치민을 호 아저씨라 부른다는 것을 직접 확인하였다. 그럼 노인들은 뭐라 부를까? 3층은 닌빈의 자연과 문화, 역사에 대한 유물과 그림 등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역시 내용은 빈약하였다. 그리고 모든 전시물은 베트남어로만 쓰여져 있어 내용을 알기 어려웠다.

근처에 작은 절이 있어 들렀다. 별로 볼 것은 없는데, 뒷마당에 있는 커다란 열매가 달린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열매의 크기는 코코넛 만한데, 향기를 맡아보니 귤 종류의 과일인 것 같다. 열매가 참 잘 생겼다. 무슨 과일인지 천천히 알아보자.

다음 행선지는 구글 지도가 추천하는 '동 티엔 하'라는 곳이다. 거의 20킬로 이상을 달려가야 한다. 닌빈의 이곳 시가지 쪽은 산 하나 없은 평평한 평야이다. 산들은 도시 한쪽으로 산맥을 이루고 늘어 서 있다. 지도는 나를 산 쪽으로 안내한다. 어딘지 모를 교통량이 거의 없는 도로를 한창 달리다보니 어느덧 동 티엔 하에 가까워진다. 그런데 목적지를 1킬로 정도 남겨놓고 비포장 도로가 시작된다. 이 길을 따라 들어가면 또 어떤 길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그뿐만 아니다. 해도 뉘엇뉘엇 지고 있고, 휴대폰 배터리도 얼마남지 않았다.

그만 돌아가자. 다시 숙소가 있는 땀콕으로 방향을 정하고 달리는데, 날은 점점 더 어두워진다. 숙소까지 거리를 확인하니 20킬로 정도이다. 달리는데 오토바이 상태가 이상하다. 기름이 떨어졌다. 주위에 집들은 전혀 없고 차들만 달리는 길이다. 배터리가 다 되어 핸드폰도 꺼져버린다. 완전 진퇴양난이다. 그러던 중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던 베트남 젊은이의 도움을 받아 천신만고 끝에 숙소로 돌아왔다. 긴 하루였다.

저녁으로 오리 바베큐를 먹었다. 1마리에 155,000(8,000)인데, 보기에는 먹음직스러웠으나 맛은 없었다. 이젠 베트남에선 오리고기 안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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