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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라오스여행 등 번외

베트남여행6(20-22)

by 자한형 2024.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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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라오스 여행 20: 아시아 최고의 국립공원 쿡 푸엉(Cuc Phuong)/이재형(6)

원래 계획이라면 오늘은 라오스로 떠나는날이다. 그러나 이대로 떠나기는 뭔가 아쉬워 하루 더 있기로 했다.

오늘은 쿡 푸엉 국립공원으로 가기로 했다. 쿡 푸엉 국립공원은 베트남에서 가장 먼저 지정된 국립공원으로서, 면적도 가장 넓다고 한다. 그리고 쿡 푸엉 국립공원은 20235년 연속으로 월드 트래블 어워드에서 아시아 최고의 국립공원으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인도네시아의 코모도, 네팔의 치트완, 일본의 후지산-하코네-이즈, 말레이시아의 카나발루 등 세계적으로 쟁쟁한 국립공원들이 경합을 벌였으나, 결국 쿡 푸엉으로부터 영예를 빼앗을 수 없었다 한다.

숙소에서 거리가 60킬로 정도 되어 오토바이로 가기에 좀 부담이 되었지만 가기로 했다. 구글 지도상으로는 가는 길이 크게 3가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거리는 좀 더 멀지만 한적해 보이는 길을 선택하였다. 역시 오토바이에 휴대폰 거치대가 없으니 너무 힘이든다. 갈라지는 길만 나타나면 핸드폰을 꺼내어 길을 확인하여야 한다. 신호를 기다리다 푸른 신호가 떨어졌는데, 핸드폰이 갑자기 주머니에 걸려 잘 들어가지 않아 한동안 빵빵거리는 차들을 뒤에 두고 길을 막아선 적도 있었다.

출발한지 30분 정도 지나니 한적한 길이 계속된다.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둑길을 달리기도 하고, 논 가운데로 난 사멘트 포장길을 달리기도 했다. 물이 출렁이는 논들을 바라보자니 풍요한 자연을 느낄 수 있다. 또 어떤 습지에서는 수천, 수만 마리의 집오리가 놀고 있다. "물의 나라 베트남"이란 말이 정말 실감있게 다가온다. 오랜만에 햇빛도 나,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논 사이로 난 길을 달리는 기분은 뭐라 말할 수 없를 만큼 상쾌하다. 쿡 푸엉 국립공원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지만, 가는 도중의 풍경만으로 이미 본전은 다 찾은 것 같다.

공원입구에 도착했다. 우리나라라면 국립공원 앞은 인파로 붐비겠지만, 여긴 내방객이 거의 없다. 서양인 남녀가 서너명 있을 뿐이다. 입장료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8만동 정도였던 것 같기도 하다. 어쨋던 전혀 부담이 되지 않는 금액이었다. 표를 파는 직원에게 오토바이를 타고 들어가도 되냐고 물으니, 오토바이를 타고 20킬로미터 들어가 거기서부터 걷던지 하란다.

국립공원에 들어서니 숲 속으로 시멘트로 포장된 길이 나있다. 폭은 승용차 2대가 겨우 교차할 수 있을 정도이다. 길 양쪽은 울창한 숲이며, 하늘을 찌를듯한 키큰 나무들이 마치 가로수처럼 길 양 옆에 서있다. 햇빛으로 따뜻하던 기온이 갑자기 서늘해진다. 시멘트 포장 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아 속력을 낼 수는 없다. 아니, 속력을 낼 필요가 없다.

길은 한없이 계속된다. 가끔가다 길 양쪽에 숲속으로 들어가는 좁은 길이 나온다. 특별한 나무가 있다거나, 아니면 특별히 관찰할만한 동식물이 있는 곳으로 안내하는 길이다. 오래된 나무가 있다는 길로 들어가 보았다. 가다보니 아름드리 나무가 쓰러져 길을 막고 있기도 하고, 또 길도 점점 좁아지고 있어 그만두기로 했다. 사람하나 찾을 수 없는 이곳에서 사고라도 만나게되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숲길은 너무 아름답다. 그렇지만 거의 같은 모습의 길이 계속 연결되다 보니 그 풍경에도 곧 익숙해져 버린다. 나무가 뿜어내는 정기가 온몸으로 스며드는 느낌이다. 그런 길을 매연을 내뿜으며 오토바이로 달리니 한편으론 미안한 생각도 든다. 오토바이로 천천히 달리다가 잠시 세우고 구경도 하다보니 20킬로 남짓한 길을 가는데 거진 한시간 반이 걸린다. 탐방객은 거의 없다. 어쩌다가 다녀오는 사람과 한번 마주칠 뿐이었다.

숲길이 끝나고 넓은 지역이 나온다. 이곳에는 몇채의 건물도 있고 운동장과 리크리에이션 시설도 있다. 공원 관계자인듯 보이는 사람이 몇명 있을 뿐이었다.

시멘트 도로는 폭이 좁아진채로 계속되지만, 그 폭은 줄어들고 더이상 차량이 들어갈 수 없도록 차단시설을 해놓았다. 오토바이를 세워두고 길을 따라 들어갔다. 여전히 울창한 숲이다. 날파리 비슷한 벌레들이 얼굴로 달려들어 성가시다. 오토바이를 타고 오던 때와 달리 이젠 숲의 향기를 바로 지척에서 느낀다. 싱싱한 공기가 가슴가득 밀려 들어온다.

20분쯤 그렇게 걸어 들어갔을까? 다시 길은 오솔길처럼 좁아지고 옆에 작은 팻말이 서있다. 이 안쪽으로 16킬로를 더 들어가면 부락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더이상 들어가려면 꼭 공원 직원과 동행하여야 한단다. 조금 정도야 들어가도 상관없겠지? 안쪽으로 들어가 보았다. 오솔길에는 사람이 다닌 흔적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더이상 들어가면 어떤 위험이 있을지도 모른다. 발길을 돌렸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은 빠른 길을 선택하였다. 갈 때와는 다른 길로, 이번엔 변두리 시가지를 많이 통과한다. 숙소에 돌아오니 오후 5, 딱 알맞은 시간에 돌아왔다.

저녁식사를 하고 내일 차표를 예약하였다. 비엔티안보다 루앙프라방으로 가기로 했다. 그쪽으로 가는 것이 아무래도 동선이 좋기 때문이다. 버스는 내일 저녁 8시에 출발한다. 25시간에 걸치는 대장정이다. 작년에는 올해와는 거꾸로 루앙프라방에서 이곳 닌빈으로 왔다. 낡은 버스라 그 고생이 말도 못할 정도였다. 버스가 나아졌는지 물어보니 달라진게 없단다.

 

베트남, 라오스 여행 21: 반롱습지 자연보호구역

이곳 닌빈을 한 마디로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있다면 바로 "무릉도원"이란 말일 것이다. 그리고 인간세상에 정말 무릉도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 닌빈을 가리키는 말일 것이다. 어디를 가더라도 그 빼어난 절경에 넋을 잃고만다.

오늘은 베트남을 떠나 라오스로 이동하는 날이다. 저녁 8시 버스이므로 하루종일 시간이 있다. '반롱습지 자연보호구역'에 가보기로 했다. 숙소에서 30킬로 정도의 거리라 좀 부담이 되지만 달리 할일도 없어 갔다오기로 했다. 이곳은 교통량은 많지 않지만 난폭운전을 하는 대형트럭이 많아 항상 위기를 늦긴다. 오토바이에 능숙한 사람이야 괜찮지만, 나같이 서툰 사람은 위기를 느끼는 순간 핸들이 제멋대로 꺾인다.

내비가 가리키는대로 한시간 남짓 달리니 제방길로 안내를 한다. 제방길로 올라서니 장관이 펼쳐진다. 제방길 건너편에 아름다운 산들이 줄지어 늘어서있고, 제방길과 산 사이는 모두 습지이다. 보동 이곳 닌빈에는 습지가 논으로 되어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인간의 손이 전혀 닿지 않은 자연그대로의 습지이다. 습지는 산맥과 제방길 사이에 위치해있다. 제방길은 산맥과 평행하여 나있으며, 그 사이에 습지가 아름답게 펼쳐져있다.

나는 이미 닌빈의 이름난 명소는 거의 다 가보았다. 짱안, 항무아, 땀콕 어느곳이니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지만, 이곳 반롱습지가 최고다! 오토바이를 달리며 경치를 구경하노라면 입에선 연신 감탄의 한숨이 흘러나온다. 어쩌면 자연은 이러한 아릉다운 풍광을 만들어내는가? 그런데 탐방객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어쩌다 가끔 나처럼 오토바이를 타고 디니가는 관광객을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2-3킬로 정도 달렸을까, 제방길이 조금 섧어진다. 제방아래 습지에는 몇개의 보트가 보이고, 주민인듯한 사람이 관광객에게 보트를 타보라고 권유하고 있다. 그러나 관광객도 몇명 되지않을뿐더러 보트를 타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내게도 권유해왔지만 이미 짱안과 땀콕에서 보트 투어 경험이 있었기에 거절했다. 그런데 나중에 돌아가서 후회가 되었다. 타볼 걸 그랬다.

다시 그곳을 지나 오토바이를 달렸다. 2킬로 정도 더 가니 늪지를 건너가 저쪽 산 아래로 가는 좁은 길이 보인다. 내 오토바이 실력으로는 건너갈 수 있는 길이 아니다. 길 한켠에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걸어서 습지를 건넜다. 제방위에서 내려다 보던 습지 풍경과 눈 높이에서 바리보는 습지 풍경은 느낌이 달랐다. 산 아래쪽으로 건너가니 습지에 연해서 길이 나있다. 길을 따라 걸었다. 길은 끊기듯 끊기듯 계속된다. 그러다가 길이 조금씩 좁아지면서 길은 잡초에 묻히기 시작한다. 더이상 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이 돌아섰다.

다시 제방길로 나와 계속 달렸다. 그러자 습지는 거의 끝나고 오른쪽으로 산 속으로 들어가는 도로가 나온다. 왕복 2차선 정도 되어보이는 괜찮은 도로이다. 산위로 난 도로가 아니라 켭켭이 쌓인 산 아래로 나있는 도로 같았다. 그리로 가보기로 했다. 1킬로쯤 갔을까? 도로 포장이 퍄손되어 울퉁불퉁한 길이 나온다. 이런 길이 상당한 정도 계속되는 것으로 보였다. 위험하다.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

숙소로 돌아오니 오후 2시쯤 되었다. 숙소 체크아웃을 하였다. 조식포함 4박에 오토바이 렌트 3, 세탁 서비스 모두 합해 165만 동, 9만원 정도이다. 주인 아주머니가 아주 착하고 순박하다. 그런데 상업적 마인드가 좀 부족한지 투숙객은 그리 없다. 방도 좋고 시설도 괜찮은 편인데 안타깝다.

오늘 루앙프라방 행 버스가 어떨지 걱정스럽다. 표를 예매하면서 앞쪽 창가 자리를 부탁했는데 안심하라는 말을 들었지만 믿어도 될지 모르겠다. 이 차는 좌석번호가 없는데다 하노이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이미 좋은 자리를 다른사람이 다 차지해 버렸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왼쪽열 자리는 두 좌석이 같은 공간에 나란히 붙어있다. 운수가 나쁘면 모르는 사람과 어깨를 맞대고 나란히 누워 25시간 동안 버스를 타야할 수도 있다.

25시간 버스를 타려면 준비를 단단히 해야한다. 군것질 거리로 바나나를 한 통 샀다. 그리고 사파에서 산 말린 괴일도 준비했다. 맛이 시원찮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태블릿 PC와 휴대폰 2개를 풀로 충전하였다. 그리고 보조배터리 역시 풀로 충전하였다. 곧 버스가 도착한다. 그리고 내일 저녁 9시 루앙프라방에 도착한다.

 

베트남, 라오스 여행 22: 멀고 먼 파란만장의 30시간 버스 여행

오후 8시가 조금 넘어 루앙프라방행 버스를 탔다. 작년에 탔던 버스와는 달리 3열로 이루어진 좌석으로서, 슬리핑 버스 초기 스타일이다. 내 자리는 가운데 자리였다. 자리에 앉고보니 빈자리가 하나도 없이 승객들로 꽉찼다. 거의가 서양의 젊은 관광객이다.

자리엔 다행히 스마트폰 충전기가 있다. 그리고 와이파이도 되는 것 같다. 조금은 안심이다. 루앙프라방까지는 직선 거리는 500킬로가 조금 못되지만 실제 달리는 거리는 1,000킬로 정도가 된다. 이제 25시간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가 일만 남았다.

일본 대하드라마 <독안룡 마사무네>(獨眼龍 政宗) 두 회를 보았다. 정말 오랫동안 보고 있는 드라마이다. 1년반 전에 보기 시작했는데, 50회 중 이제 30회를 보았다. 자막이 없어서 큰 줄거리를 이해하는데는 문제가 없었지만 세세한 부분에 대해서는 정확한 내용을 알기 어려운 부분이 적지 않아 재미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번에 자막을 구해 왔으니 모두 끝내야겠다. 드라마를 본 후 다큐멘터리 한 편을 더 보고나니 잠이 온다.

잠을 자도 자는게 아니다. 눈을 떠 시계를 보면 겨우 10, 20분 지났을 뿐이다. 아직 갓 출발했을 뿐이다. 느긋해야 한다. 그러는 사이 조금 길게 잠이 들었다. 흔들리던 버스가 조용하다. 시계를 보니 새벽 3시가 좀 넘었다. 버스가 멈춰 서있다. 휴게소인가 생각해 소변을 보기 위해 차에서 내렸다. 버스 주위에는 많은 대형화물차들이 줄지어 서있다.

그렇다. 바로 국경에 도착한 것이다. 출입국 사무소가 닫혀 있으므로 열릴 때까지 차들이 대기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기억을 더듬으니 아마 7시부터 국경사무소가 일을 시작한 것 같다. 4시간 동안 차안에서 기다려야 한다. 차에 들어와 누워있으니 버스 지붕을 때리는 빗방울 소리가 들린다. 비가 오나보다.

잠이 깨버렸다. 더이상 잠이 오지 않는다. 태블릿으로 영화라도 보면 좋겠는데, 깜깜한 차안에서 모두들 잠들어 있는데 그러기도 미안하다. 음악이나 들어야겠다.

음악을 들으며 비몽사몽 상태로 얼마간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이 버스에서 내리기 시작한다. 출입국 절차가 시작된 것 같다. 시간을 확인하니 6시가 좀 못되었다. 내려서 주위를 둘러보니 작년에 통과하였던 곳과는 다른 국경이다. 버스, 승용차, 밴 등과 함께 수많은 대형트럭이 몇 줄로 늘어서있다. 항상 국경은 뭔가 특이한 느낌을 들게한다.

국경을 통과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 일처리가 느리다보니 시간이 한정없이 간다. 안내문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그런 것도 없다. 그러다보니 시간은 더 늘어진다. 겨우 국경을 통과하여 버스에 오르니 오전 9시가 지났다. 국경통과에 대기시간 포함 무려 6시간이 걸렸다. 지금까지 온 거리는 300여 킬로로서 전체의 1/3 정도를 온 것이다.

라오스로 넘어오면서 도로사정은 일변한다. 라오스의 도로 사정은 아주 열악하다. 국경을 넘으면 산간도로가 이어지는데, 비포장 도로와 포장이 파손된 도로가 많아 버스가 제대로 달리지를 못한다.게다가 국경으로 연결되는 이 도로에는 대형 트럭이 많아, 트럭을 만날 때마다 곡예를 하듯이 교차한다. 가다보면 산사태로 인해 도로가 유실 또는 파손된 구간을 수시로 만난다. 그럴 때마다 버스는 곡예를 하듯이 위태위태하게 그 길을 통과한다.

버스는 쉬지 않고 달린다. 그러나 그 속도는 한정없이 느리다. 12시쯤 어느 휴게소 앞에 세워준다. 돼지고기 볶음과 야채를 겯들여 밥을 먹었다. 18시간 만에 먹는 밥이다. 라오스 돈이 없었는데, 베트남 돈도 받아준다.

다시 버스가 출발한다. 구글지도로 확인하니 비엔티안을 거쳐 갈 모양이다. 버스는 비엔티안 아래 쪽에 있는 팍산을 경유하여 간다. 팍산-비엔티안 도로라면 우리로 치면 국도1호선에 해당될텐데, 여전히 도로상태는 엉망이다. 벌써 버스를 탄지 24시간이 지났다. 버스가 비엔티안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이제 루앙프라방까지 남은 거리는 360킬로, 아직 1/3이 남았다.

그런데 버스 분위기가 뭔가 이상하다.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내릴 준비를 한다. 황급히 운전사에게 이 버스가 루앙프라방까지 가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여기가 이 버스 종점이라는 것이다. 이런 황당할데가... 나는 루앙프라방에 가는 표를 끊고 이 버스를 탔다고 하니, 자기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투다. 어쩔 수없 이 먼저 급히 짐을 챙겨 버스에서 내렸다. 버스 옆에 있는 버스회사 직원에게 항의하고 있는데, 옆에 있던 서양 아가씨가 자신도 루앙프라방에 간다고 하면서 차를 갈아타야 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남자 둘에 여자 다섯으로 이루어진 젊은이 그룹의 한 명이었는데, 자신들은 휴게소에서 브엔티안에 와서 차를 갈아타야 한다는 말을 전달받았다는 것이다. 하마트면 한밤중에 고아가 될 뻔 했다. 옮겨 탄 차는 봉고보다 조금 더 큰 밴이었는데, 이미 타고 있는 사람도 있어 우리가 타니 승객이 20명쯤 되었다. 그야말로 꾹꾹 눌러 담은 콩나물시루이다. 앞으로 근 7시간을 이걸 타고 가야하는 것이다.

방비엥까진 고속도로가 건설되어 금방이다. 방비엥을 지나면서 산길이 시작된다. 방비엥-루앙프라방 도로는 험하기로 유명하지만 아름다운 주위 풍경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래서 나도 이 길은 꼭 자동차로 지나가고 싶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밤이 되어 주위는 온통 깜깜하여 아무 것도 보이지 않으며, 벌써 24시간 넘게 콩나물 시루같은 차에 시달리고 있다. 다시 내비를 켜본다. 200킬로 정도 남은 것 같은데, 여전히 5시간 이상 달려야 한다고 나온다.

그렇게 밤길을 달리다 잠시 휴식을 위해 차가 선다. 차밖으로 나왔다. 크게 기지개를 켜며 하늘을 올려다 봤다.

세상에!!

하늘에서 별이 쏟아지고 있었다. 희뿌연 은하수도 보였다.

얼마만에 보는 별인가!!

하늘에 가득찬 별을 본 것은 몇십년만인 것 같다. 최근 30년간은 별있는 밤을 보지 못했던 것 같다. 20년전 몽골 여행을 갔을 때, 밤하늘 별을 볼 수 있으리라 잔뜩 기대했지만 날씨가 흐려 보지 못했다. 휴양림에 자주 갔지만 별을 보는데는 실패했다. 그런데 그렇게 보고싶었던 별을 기대하지도 않았던 이곳 라오스 산길 도로에서 보게 된 것이다. 오늘의 고생은 이걸로 보상받았다 치자.

다시 차는 출발한다. 230분 드디어 차는 루앙프라방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였다. 30시간 30, 정말 길고도 긴 여행이었다. 그동안 밥이라곤 한끼밖에 못 먹었다. 그런데 여기는 베트남과 달리 도어 투 도어 서비스가 아니다. 예약한 호텔로 알아서 찾아가야 한다. 내비를 보니 3킬로 정도의 거리다. 그런데 라오스 돈이 하나도 없다. 주위를 찾아보았지만 ATM도 보이지 않는다.

옆에 있던 툭툭이 기사가 다가와 자신의 차를 타라고 한다. 이곳 라오스는 교통요금 바가지가 유명하다. 탈 때마다 흥정을 해야 하는데, 몇번 하다 보면 대단히 피곤한 일이다. 3킬로 조금 넘는 거리이므로 4-5만 낍 정도면 적정하다. 요금을 물으니 20만낍을 달란다. 5만낍에 가자고 했더니 10만낍으로 하잔다. 몸도 너무 피곤하고, 또 라오스 돈도 없고하여 그러기로 했다. 5불을 주고 숙소로 오니 오전 3시이다. 정말 길고도 긴 파란만장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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