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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해설

40. 선운사에서

by 자한형 2021.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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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에서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최영미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

 

 

 

블로거 의견

 

1) 선운사禪雲寺 전라북도 고창군 아산면 삼인리 도솔산(兜率山)에 있는 절

 

2) 동백冬柏은 겨울을 불태우며 피어나서, 칼로 베인듯 목이 부러저 떨어진다. 그리고, 땅위에서 다시 피어나고, 보는 사람들 마음 속에서 허망虛妄하게 진다. 가을엔 그 꽃진 자리에 할머니 머리기름 짜는 동백열매가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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