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2 -2021신춘 문예 단편소설 , 수필, 시 등 당선작/현대수필3

123. 구름카페

by 자한형 2022. 1. 31.
728x90

구름카페/ 윤재천

나에겐 오랜 꿈이 있다.

여행 중에 어느 서방(西方)의 골목길에서 본 적이 있거나, 추억어린 영화나 책 속에서 언뜻 스치고 지나간 것 같은 카페를 하나 갖는 일이다.

그곳에는 구름을 쫓는 몽상가들이 모여들어도 좋고, 구름을 따라 떠도는 역마살 낀 사람들이 잠시 머물다 떠나도 좋다. 구름 낀 가슴으로 찾아들어 차 한 잔으로 마음을 씻고, 먹구름뿐인 현실에서 잠시 비켜 앉아 머리를 식혀도 좋다.

꿈에 부푼 사람은 옆자리의 모르는 이에게 희망을 넣어주기도 하고, 꿈을 잃어버린 사람은 그런 사람을 바라보며 꿈을 되찾을 수 있는 곳- ‘구름카페는 상상 속에서 늘 나에게 따뜻한 풍경으로 다가오곤 한다.

넓은 창과 촛불, 길게 드리운 커튼, 고갱의 그림이 원시의 향수를 부르고 무딘 첼로의 음률이 영혼 깊숙이 파고드는 곳에서 나는 인간의 짙은 향기에 취하고 싶다.

눈만 뜨면 서둘러 달려와 책장을 뒤적이고, 사람을 만나는 조그만 연구실이 있는 곳은 서초동 꽃마을이다. 2,30년 전부터 그렇게 불렸으니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변화의 물결에 휩쓸려 지금은 정치 1번지니, 강남의 요지니 하는 요란한 수식어가 붙어 있지만, 나이 든 사슴의 뿔처럼 실속도 없이 교통만 혼잡하고 하늘을 향해 치솟는 고층건물로 숨이 막힐 지경이다. 꽃마을은 꽃을 가꾸어 생계를 유지하던 사람들이 풀더미 같은 땅을 거름삼아 하루하루를 살던 곳인데, 지금은 문화와 진리의 요람, 예술과 학문의 메카다. ‘예술의 전당국악연구원’, ‘국립중앙도서관학술원’, ‘예술원이 이곳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꽃과 문화는 생존이 해결되고 난 후에 생활의 질적 향상을 위한 요소이고 보면 서초동과 문화적 여건은 필연인 것도 같다.

집을 떠나 문화의 거리라 일컫는 서초대로를 지나 연구실에 이르는 동안, ‘구름카페에 대한 동경심은 가로수가 늘어선 길목에 눈길을 머물게 한다. 플라타너스가 손에 잡힐 듯한 길목 찻집을 지나면서, 은은한 조명에 깊은 의자가 편히 놓여 있는 찻집 앞을 지나면서, ‘구름카페가 현실로 이루어질 것 같은 기분 좋은 착각에 빠진다.

프랑스의 되마고 카페문학상은 상장과 메달만 수여한다. 작가들은 그 상을 받기 위해 창작에 열중한다.

이 상의 권위는 주최측이 작품과 작가 선정에 엄격하여, 오해의 소지를 제거함으로써 객관성을 재외에 과시한다.

되마고 카페에서 수여하는 문학상과 같이 프랑스에는 누구나 인정하는 작가와 작품을 선별하고 조촐한 자리를 마련하여 정()을 나눌 수 있는 카페가 많다.

만약 내가 한 묶음의 장미꽃을 상품으로 수여하는 상을 만들 수 있다면 시상식 장소는 구름카페가 제격일 것이다. 이 자리에 참석하는 사람은 장미꽃 한 송이씩 들고 와 수상자에게 마음을 함께 전함으로써 상금을 대신하는 구름카페 문학상을 만들어 상을 받는 사람과, 시상하는 주최측이 자랑스러움에 벅찰 수 있는 문학상을 뿌리내리고 싶다.

구름카페’ - 천장과 벽에는 여러 나라의 풍물이 담긴 종을 매달아 문이 열리거나 바람이 불 때면 신비한 소리가 들려 사람들의 영혼을 일깨워주고, 다른 한편에서는 세계의 파이프와 민속품을 진열해 구름처럼 어디론가 흘러가야 하는 사람들의 발길을 머물게 하고 싶다.

그 장소가 마련되면 한 시대를 함께 지냈다는 사실만으로도 영원히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초대하여 향기 짙은 차를 마시며 비 내리는 날엔 비를, 눈 내리는 날엔 눈밭에 마음을 씻으며 함께 보내고 싶다.

구름카페는 나의 생전에 존재할 수 없는 것이어도 괜찮겠다.

아니면 그곳은 숱하게 피었다가 스러지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어 어디서나 만날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행복의 장소인지도 모른다. 구름이 작은 물방울의 결집체이듯, 이러한 현실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기에 더 아득하고 아름다운지도 모른다.

나는 꿈으로 산다.

그리움으로 산다.

가능성으로 한다.

오늘도 나는 구름카페를 그리는 것 같은 미숙한 습성으로, 문학의 길과 생활 속의 레일을 걸어가고 있다.

 

 

 

'2022 -2021신춘 문예 단편소설 , 수필, 시 등 당선작 > 현대수필3'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2. 골목길  (0) 2022.01.31
121. 검댕이  (0) 2022.01.31
120. 개똥벌레의 꿈  (0) 2022.01.31
119. 가침박달  (0) 2022.01.31
118. 이게 낙 아인기요  (0) 2022.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