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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 일대기. 조훈현론, 조훈현의 생각법 ,기타25

바둑의 전설 조훈현 일대기 21 바둑의 전설 조훈현 일대기 21/김종서 소년 이창호는 예상보다 빨리 스승에게 보은(報恩)의 훈장을 헌정했다. 문제는 그 훈장을 스승으로부터 탈취해왔다는 점. 스승이나 제자나 그 상황 앞에서 표정을 관리하기가 어려웠다. 마찬가지로 바둑계 인사들도 사제 앞에서 어떻게 인사를 건네야 할지 난감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도 난처한 사람은 바로 조 국수의 아내이자 이 최고위의 사모(師母)인 정미화 여사였다. 그날 밤 연희동 집의 분위기는 기묘했다. 피로에 쩔은 조 국수가 힘겹게 현관을 들어섰고 그 뒤로 그림자처럼 소년이 들어섰다. 장한 쾌거를 거두었음에도 소년은 죄 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푹 숙인 채 집안 어른들을 맞았다. 최고위 타이틀전이 벌어질 때 필자는 늦게까지 연희동에 머물고 있었다. 조부모님들이 결과.. 2023. 9. 12.
바둑의 전설 조훈현 일대기 15 바둑의 전설 조훈현 일대기15/ 김종서 “어이구, 대단하십니다. 이십 년 전 바둑을 완벽하게 기억하시다니!” “기억하고 싶어 기억하는 것이겠습니까? 밥줄이다 보니 어찌 기억하게 된 거겠지요.” 겸양의 표현으로 밥줄이란 표현을 썼지만 분명한 것은 그는 사십 년 전의 바둑까지도 맘먹으면 기억해내는 능력을 가졌다는 점이다. 조훈현이 미국에서 게임의 신화적인 존재로 부각된 사건이 하나 더 있었다. 스토리 초반부에 언급한 체스 챔피언과의 친선대국 해프닝이 바로 그 것. 바둑외교의 사절로 어느 날 체스 클럽에 방문한 조훈현에게 클럽관계자가 체스 한 판을 권유했다. 바둑과 체스의 형태는 다르지만 당신이 게임의 고수라면 그래도 뭔가 보여줄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제의였다. 물론 조훈현은 그 때까지 체스의 룰조차도 모른 .. 2023. 9. 12.
바둑의 전설 조훈현 일대기20 바둑의 전설 조훈현 일대기 20/김종서 15수째에서 조훈현이 방향을 틀었다. 녜 웨이핑은 전혀 고민하지 않고 조훈현의 도발에 침착하게 대응했다. 반상의 네 귀는 백의 참호로 변했고 중앙에 담을 쌓은 흑은 악착같이 침투하는 백군 게릴라들의 병참선을 차단하기 위해 초강수로 버티는 형국이었다. 흑돌이 놓이면 흑이 우세해 보였고 백돌이 놓이면 금세 백이 우세해 보이는 난투극-. 일희일비, 검토실의 관전자들은 종국 직전까지 바둑의 승패를 가늠하지 못하고 터질 것 같은 가슴을 진정하느라 애먹었다. 대국자들도 반상에 머리를 박고 동공이 튀어나올 만큼 처절한 계가를 수없이 반복하고 있었다. 끝내기로 승부가 날 바둑이라면 아무래도 뒷심이 강한 녜 웨이핑이 유리했다. 더욱이 덤 8집을 안고 싸우는 입장이니…. 게다가 초읽.. 2023. 9. 12.
바둑의 전설 조훈현 일대기19 바둑의 전설 조훈현 일대기 19/김종서 두 사람만이 공유한 천진난만한 추억을 떠올리며 조훈현은 63세 후지사와 선생의 어깨를 가볍게 주물러주었다. 그들의 과거를 이해하지 못하는 한국의 팬들은 그 장면이 썩 유쾌해보이진 않았으리라. 어쨌거나 서울의 4강전에서 조훈현과 후지사와는 심정적으로 우군이라고 해도 좋았었다. 반면 응씨배 주최 측은 이 4강의 구도가 더 없이 좋은 흥행카드로 여겼다고 한다. 대만의 거부 응창기씨는 상해 출신, 40년 동안 바둑 룰을 연구해 온 집념가로서 바둑문화 창달에 일등공신이지만 본질적으로 응씨배 세계대회는 일본바둑에 대한 중국의 도전이라고 봐야 옳았다. 그 시나리오에 당연히 한국은 들러리였고, 동양 삼국을 제외한 외국대표들은 양념이었다. 대회의 타이밍도 아주 절묘했다. 중일슈퍼대.. 2023. 9.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