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단편소설389 1. 가해자의 얼굴 가해자의 얼굴 -이청준 1 1950년 6월 하순에서 9월까지―, 당시에 ㄱ중학교 2학년 학생이던 아이가 더부살이로 얹혀 지내던 혜화동의 누님 집으로 그 석 달 남짓간에 아이의 자형을 찾아온 사람은 모두 세 파수였다. 몸을 피하려 했대도 아이의 자형은 어차피 그 중의 누구에겐가 붙잡혀 끌려가고 말 처지였다. 세 번 다 모두 아이의 자형과는 한동안 ㅂ연맹이란 단체에 소속을 함께 해 온 사람들이어서 그의 주변사를 빤히 다 알고 있는 처지들인데다, 마지막 세번째는 경우나 목적이 달랐지만, 첫번과 두번째는 각기 서로 다른 편을 위해서 동지를 붙잡으러 온 위인들이었던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차라리 아이의 자형이 첫번 연행자들에게 일찍 덜미를 붙들려가 버린 것이 어차피 치러야 할 뒷날의 난국을 얼마쯤 앞당겨 겪어버린.. 2022. 4. 14. 이전 1 ··· 20 21 22 2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