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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2021신춘 문예 단편소설 , 수필, 시 등 당선작137

115. 박연의 피리 박연의 피리 성현 『대제학(大提學) 박연(朴堧)은 영동(永同)의 유생이다. 젊었을 때에 향교(鄕校)에서 학업을 닦고 있었는데 이웃에 피리 부는 사람이 있었다. 제학은 독서하는 여가에 겸하여 피리도 배웠다. 온 고을이 그를 피리의 명수(名手)로 추중(推重)하였다. 제학이 서울에 과거보러 왔다가 이원(梨園)의 피리 잘 부는 광대를 보고 피리를 불어 그 교정(校正)을 청하니, 광대가 크게 웃으며 말하기를, "소리와 가락이 상스럽고 절주(節奏)에도 맞지 않으며, 옛 버릇이 이미 굳어져서 고치기가 어렵겠습니다." 고 하였다. 제학이 말하기를, "비록 그러하더라도 가르침을 받고자 합니다." 고 하고, 날마다 다니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수일 후에 듣고는 말하기를, "규범(規範, 법도)이 이미 이루어졌으니 장차 대성.. 2022. 1. 31.
114. 민족주의자의 길 민족주의자의 길 / 장준하 1 민족주의자가 가야 할 길은 무엇인가? 한 인간이 민족적 양심에 따라 자기의 생애를 살아가는 길은 무엇인가? 그것은 자기의 개인적인 인간적인 삶, 고달픔과 보람을 민족의 그것과 함께 하는 것이리라. 민족적인 삶이 헐벗고 굶주리고 억압받고 있을 때 민족적인 양심에 살려는 사람의 눈물과 노력은 모두 이런 민족적인 간난을 극복하려는 데 바쳐진다. 하물며 민족이 민족으로서의 존재조차 없어지려 할 어두운 시절에는, 민족이 외세의 침략에 눌리어 그 마지막 숨통이 끊어지려는 암울한 시절에는 민족주의자는 자기의 생명조차 민족적인 삶을 되찾는 싸움 속에 서 불태우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민족의 생명, 민족의 존재가 이미 없어져 버릴 때는 민족의 한 사람인 그의 개인적인 인간적인 생명과 존.. 2022. 1. 30.
113. 들사람 얼 들사람 얼 함석헌 사실, 사실은 사실의 전부가 아니다. 소위 사실이란 것은 현실(現實)을 가지고 말하는 것인데, 현실은 결코 참이 아니다. 현실이라지만 현(現)이야말로 실(實)은 아니다. 씨는 언제나 뵈지 않는 속에 있다. Things are not what they seem! 씨가 피어나온 것이 잎이요 꽃이지만, 잎과 꽃이 그 씨가 품었던 전부는 아니다. 씨가 품은 것은 영원이요 무한이다. 그러므로 꽃마다 잎마다 열매를 내기 위하여는 떨어져야 하고 (현실은 없어지고), 그 씨는 또 더 많은, 더 새로운 씨를 위해 땅속에 들어가야 한다. 사실이 중요하지만 사실(事實)은 사실(史實)이 되어야 하고 사실(死實)에 이르러야 한다. 호랑이 담배 옛날엔 호랑이가 담배를 먹었단다. 그때는 사람과 호랑이가 마주 앉아.. 2022. 1. 30.
112. 독서 개진론 독서 개진론 안재홍 일생을 일하고 일생을 읽으라. 황국단풍(黃菊丹楓)이 어느덧 무르녹아 달 밝고 서리 찬 밤 우러예는 기러기도 오늘 내일에볼 것이다. 독서하기 좋은 계절이다. 하늘 높고 바람 급한 적에 호마(胡馬)가 길이 소리쳐 장부의 팔이 부르르 떨치면서 넌지시 만리의 뜻을 품는 것은 가을의 감정이다. 그러하매, 옛사람이 가을밤 벽상에 장검(長劍)을 걸고 홀로 병서(兵書)를 읽었다고 하니 가을의 숙살한 기운이 무한 정진의 의도를 충동일 제 그 기(機와 경(境)이 알맞게 의도를 펼 수 없는 것이 인세에서는 더욱 천하의 뜻이 굽일어 나아가는 것이니 독서의 의의와 영감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가을이 아니니, 언제나 독서는 자아(自我)인 일생을 객관의 경(境)에서 새로 발견하는 것이요, 졸고 있.. 2022. 1.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