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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향을 향한 여정

휴일 나들이

by 자한형 2023.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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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나들이

 

요즘의 휴일은 며칠간 바람이 많이 불어 야외(野外) 나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봄은 왔는데 봄 날씨가 아닌 게 요즘인 듯했다. 아들과 나는 집사람의 사무실 출근 하는 차에 같이 편승해서 집을 나섰다. 아들은 노량진에 내려주고 난 서대문 신문로에서 내렸다. 그렇게 화창한 봄날은 아니었지만 야외활동을 하기에는 나쁘지 않았다. 오랜만에 휴일 나들이를 감행하게 되었다. 신문로에서 종각까지 도심을 걸었다. 차가운 날씨 탓인지 거리에도 사람들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광화문 광장 쪽으로는 외국인 관광객 등 인파가 조금 보이는 듯했다.

처음 가보는 서점이라 찾을 수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반디 앤 루이스라는 서점이었다. 종각역 지하에 있다고 했는데 제대로 잘 찾아갈지 몰라 아들에게서 대충의 정보를 파악해 놓은 상황이었다. 작심(作心)을 하고 몇 권의 책을 구하는 것이 이번 휴일 나들이의 목적이었다. 지하철역에 도착해서 보니 한쪽에는 영풍문고로 들어가는 곳이 있었다. 분명 다른 곳인데 하며 이곳저곳을 둘러보다보니 한쪽 옆에 입구가 보였다. 상당히 큰 규모였고 교보문고에 버금가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들었다. 지난번에 사당역점과 신림역점을 가본 적이 있어 어느 정도는 익숙해 질 수 있었다. 고객을 위해 비치된 검색용 컴퓨터를 찾아 도서명을 입력해 보았다. 제대로 재고가 남아 있는 것이 없었다. 혹시나 하고 기대했던 우려가 역시나 하고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순순히 물러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서점을 찾기로 하고 이제는 근처에 있는 알라딘이라는 중고서점으로 향했다. 첫눈에 들어온 것은 출간시기가 좀 지났고 목메게 찾았던 김진규 작가의 소설이었다. ‘저승차사 화율의 마지막 선택이라는 책이었다. 지난번에 달을 먹다라는 책을 읽어 보았고 또 남촌 공생원 마나님의 280이라는 것도 읽었다. 정조 시대에 서민의 삶을 아기자기하게 펼쳐 보였던 것으로 일반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였다. ‘달을 먹다는 문학 동네 공모전의 수상작이기도 했다. 연초에 친구가 밤잠을 설쳐가며 빠져들게 만들었다고 심혈을 기울여 페이스북에 올려놓은 내용을 우연찮게 접하게 되어 알게 되었다. 마흔이 넘은 늦은 나이에 소설에 입문한 신예작가(新銳作家)였다. 다음으로 찾은 것은 비명을 찾아서라는 책이었다. 작가 복거일 씨의 작품이었다. 김 작가의 수상작 인터뷰에서 인상 깊었던 책을 소개하는 데에서 나온 것 중의 하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구해야할 책으로 알바니아의 노벨상 수상후보로 매년 오르내리는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의 부서진 사월이었다. 최후에 보루(堡壘)로 기대할 만한 곳은 교보서점이었다. 중고서점에서의 책값은 실로 저렴하기 그지없었다. 온전한 책값의 절반수준이었다. 화창한 날에 이렇게 서점을 세 군데나 순례한다는 것도 이색적인 경험이었지만 오랫동안의 숙제를 해결하고 난 뒤의 홀가분함이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전철을 타고 갔다가 중간에 다시 버스로 갈아타는 수순을 밟았다. 책이 제법 무거워 중간에 들러야 할 곳을 들를 처지는 아니었다. 책을 집에 두고 다시 집을 나섰다.

그리고 인근 슈퍼를 몇 군데 들렀다. 그러나 원하는 것을 찾을 수는 없었다. 집사람의 부탁으로 사다놓아야 할 것이었다. 플레인이라는 요거트였다. 식사대용으로 즐겨먹는 데 결국은 부근에서 제일 큰 슈퍼로 갔다. 오후 늦은 시각이었는데 슈퍼 안은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요거트 여섯 개만을 사가지고 나오는데 제법 시간이 걸려 곤욕을 치렀다. 요거트를 집 냉장고에 넣어두고 홀로 다시 산책을 위해 집을 나섰다. 집근처의 보라매공원으로 갔다. 공원의 트랙내의 잔디밭에는 잔디의 양생기간(養生其間)임을 표시하는 표식을 붙여놓고 출입금지 팻말을 붙여놓았다. 600여 미터의 트랙 내에는 항시 그렇듯이 건강을 위해 걷는 이들이 운집(雲集)해 시계방향으로 돌고 있었다. 공원 입구에는 철쭉과 개나리 그리고 각종 봄꽃들이 황홀한 자태(姿態)를 마음껏 뽐내고 있었다. 그 화려함에 취해보고자 일부 상춘객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열 바퀴를 쉼 없이 돌았다. 땀이 날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제법 운동이 된 듯하였다. 연을 날리던 사람들도 트랙에서 날리는 바람에 제대로 연을 날리지 못하는 바람에 연실을 방패에 감고 돌아가 버렸다. 일주일에 한번 이렇게 트랙을 도는 일이 다반사인데 그것도 규칙적으로 하지 못하는 적도 많았던 것 같다.

휴일이 주5일제로 이틀이나 되었고 그것에 덧붙여 이제는 대체휴일제(代替休日制)까지 논의가 될 정도의 세상이 되었다. 이제는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휴식을 취하고 재충전을 하는 것도 생활의 일부분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대체휴일제를 추진하고 있는 중이지만 대기업은 이미 자체적으로 실행에 옮겨가고 있는 있다고 한다. 여가경영학이라는 것이 회자되기도 했다. 명지대 김정운교수의 개설학과였다. 뛰는 놈 위에 노는 놈이라고 설파하기도 하며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한참 우리나라가 승승장구해 나갈 때 너무 빨리 샴페인을 터뜨리고 있다는 질책(叱責)을 받은 바 있었는데 그런 전철을 다시 밟게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이웃나라 일본도 그런 기고만장(氣高萬丈)의 도가 지나쳐 자신감만 팽배했던 때가 있었지만 결국 나락에 빠져들고 10년을 잃고 말았다. 알래스카를 거금을 들여 사겠다는 둥 세계경제의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던 때가 있긴 있었다. 하지만 얼마 후 버벌경제의 거품이 꺼지고 불황에 휩싸이게 되자 나라 전체가 내려앉는 불상사를 경험하게 되었던 것이다.

우리나라도 세계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대체휴가까지 시행해도 별 문제가 없을 것인가를 다각도로 검토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휴일도 홀아비처럼 그렇게 지내야 하다 보니 늘 씁쓸한 날들이 아닐 수 없다. 삶이라는 것이 이렇게 외로워질 수도 있고 단조롭고 무의미해질 수 있는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 갱년기의 우울증 등 매너리즘도 다 지난 줄 알았는데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가끔씩 일어나는 의문 중에 하나는 과연 제대로 된 삶을 살고 있는가.”, “과연 생의 즐거움과 기쁨을 느끼고 있는가.” 라는 부분에 대해서 얼마나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으며 확신할 수 있을까. 휴일도 나홀로족이 되어 쓸쓸하게 시간을 보내다보니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게 아닌가 싶다. 마땅한 취미와 소일거리가 절실해진다. 이제는 조만간 닥칠 노년에의 삶도 철저하고 계획성 있게 준비해야할 것만 같다. 자식들도 어느덧 다 자라 자신들의 할 일을 알아서 척척 해나가다 보니 내외간에 함께할 수 있는 취미가 한두 가지정도는 갖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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