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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취(6권 수필집)

화순에서

by 자한형 2023.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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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에서

 

 

지난 주말이었다. 화순 금호리조트에서 가족행사가 있었다. 금년 들어 두 번째 회합이었다. 우리와 처제네가 유사였다. 본래 계획은 5월에 하는 것으로 일정이 있었는데 나의 사정으로 인해 한 달가량 행사가 미뤄졌다. 당초에는 경주, 세종 등 여러 곳이 물망에 올랐었는데 최종적으로 정해진 곳이 화순이었다. 거의 30명 가까운 대가족이 모이는 행사이니만큼 여러 가지로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176개를 당초 예약했는데 굳이 그렇게 많은 숙소가 필요 없다고 해서 두 개는 취소를 한 상황이었다. 주말에 출발을 하려고 보니 결제를 먼저 해야 숙소의 입실이 가능하다는 얘기가 있었다. 결국 직접 전화를 했다. 그랬더니 예약자 명의를 대면 숙소의 키는 수령할 수 있다는 회답이었다. 그러니 먼저 도착하는 팀에서 키를 수령해서 호실로 입실하면 되었다. 오후 2시부터 입실이 된다고 해서 대전팀은 그 시간에 맞춰 도착을 하고 아이들을 그곳의 부속시설인 아쿠아리움에 입장을 시켜 신나게 물놀이를 즐기게 해 주었다. 워터파크 형식이었다. 실내 물놀이장이니 별도의 비가림 시설 등은 필요가 없었고 아이들도 직접적인 햇볕을 받지 않고도 신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었다. 문제는 수영모자와 안경이 필수적인 지참 품목이었다. 제대로 준비물을 챙겨오지 않은 아이들은 입장을 불허하니 낭패였고 발을 동동 굴렀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판매대에서 비싼 수영모자와 안경을 구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가족팀의 건이도 결국 수영모와 안경을 찾다가 실패하고 하는 수없이 모자와 안경을 구입해서 입장을 했다. 얼마 후 가족들이 속속 도착했다.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난 후에는 큰아들과 그 여자 친구도 도착해서 모임에 합류했다. 아들은 따로 방으로 가서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여자 친구를 소개하고 인사시켰다. 외할아버지의 덕담이 이어졌다. 좋은 인연으로 부부의 연을 맺고 결혼하게 되는 것은 인생사에서 최고의 행운임을 명심하라는 취지였다. 그래서 혼인은 인륜지대사라고 하지 않았던가. 식사가 차려진 방으로 이동해서 식사를 하면서 가족들을 소개하고 인사를 나눴다. 워낙 많은 식구들이라 혼비백산할 만큼 혼란스러웠으리라. 다음에는 아이들 방으로 가서 각각 아이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제는 다들 초, , 고 학생들이니만큼 자기들의 앞가림을 할 정도로 성장한 아이들이었다. 인사를 마친 아들과 여친은 작별을 고하고 전주로 출발했다. 본격적인 가족의 회합이 있었다. 그리고 자리를 파하고 화순 리조트를 한 바퀴 돌아본 뒤 최종적으로는 건물 2층에 위치한 노래방에 집결이 되었다. 방이 여럿이었지만 곳곳이 투숙객들로 만원이었다. 마이크를 잡는 사람이 임자였고 주인공이었다. ‘달의 몰락’ ‘립스틱 짙게 바르고’ ‘천년을 빌려준다면등 각자 자신의 18번을 찾아서 불렀다. 박수갈채를 받았다. 기나긴 여흥의 시간이 지나고 모두들 숙소로 돌아왔다. 이제는 각자 방으로 가서 여장을 풀고 잠자리에 들었다. 밤사이에 여러 우여곡절이 많았던 모양이다.

다음날 날이 밝았다. 장인어른의 생신잔치가 있었다. 아이스크림 케이크에 촛불을 밝히고 손자, 손녀, 아들, 며느리, 딸네들, 사위들이 막내 손녀 지윤 양의 우쿨렐레 연주에 맞춰 생일축하 노래를 합창했다. 케이크는 아이들의 몫이었다. 막내 손자, 손녀는 학교에서 받은 상장을 자랑하며 할아버지로부터 직상금을 받기도 했다. 손자는 5장의 상장을 받아왔고 손녀도 2장의 상을 받았다. 박수를 많이 받았다. 본래 리조트의 퇴실시간은 11시였지만 그곳을 나오는 시간은 꽤 지난 시간이었다. 거의 정오에 가까웠다. 대전의 두 팀이 먼저 출발하고 모두들 작별을 고했다. 광주로 돌아오는 길은 무등산 국립공원의 주변 길을 통과하는 길이어서 무척이나 정취가 넘쳤고 아름다웠다. 수풀이 우거져있었고 전혀 더위를 느껴볼 수 없을 만큼 시원스럽게 여겨졌다. 인근의 저수지는 바닥을 보이고 있어 가뭄의 실상을 떠올리게 해 주었다. 겨우 바닥이 드러나지 않을 정도의 물만 담겨 있는 상황이었다. 길을 가던 길에는 트랙터를 만나 한동안 지체되기도 했다. 아직도 모내기를 끝내지 못했는지 트랙터 뒤에는 묘판이 가득 실려져 있기도 했다. 광주집에 도착해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가 상경길을 서둘렀다. 그러나 어차피 서울로 가는 길은 정체와 지체를 반복하기 마련임을 감지하고 있었다. 천안논산간이 막힌다고 해서 당진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당진에 도착해서 서해안으로 접어들었더니 첩첩산중이었다. 24킬로미터 정도가 정체구간이었다. 송악IC에서 빠져나와 국도를 달렸다. 삽교호 방향으로 해서 서평택 IC로 다시 진입했는데 여전히 정체는 계속되고 있었다. 서평택서평택 IC에서 서평택 JC까지 거북이걸음으로 갔다. 그리고 평택 충주 간으로 고속도로를 바꿔 탔다. 그런 후 10킬로미터를 달렸다가 화성-평택간 고속국도로 올라왔다. 그리고 사당까지는 그런대로 무난하게 올라올 수 있었다. 12일간의 가족행사로 인해 이틀간의 휴일이 완전히 소모되었다. 집에 도착하니 7시경이었다. 저녁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했다. 화순에는 적벽도 있고 여러 관광지도 많고 먹을거리도 풍부한 시골이었는데 제대로 그 흥취를 느껴보지도 못한 채 후다닥 보내고 오고 말았다. 아무튼 가족의 안위를 확인했고 모두들 열심히 세상살이를 하고 있고 자식들을 키우느라 애를 태우고 있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했다. 오늘의 우리나라의 보통의 사람들의 삶을 느껴볼 수 있는 기회였던 듯하다. 모두들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을 계속 구가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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