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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취(6권 수필집)

프롤로그

by 자한형 2023.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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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지난해 연말로 31년여의 직장생활이 마무리 되었다. 이제는 자연인으로 돌아와 생활하는데 익숙해져야한다. 언젠가 그런 얘기를 들었다. 오랜생활이후 갑남을녀의 평범인으로 돌아가는데 소요되는 기간이 최소 2년이 걸린다. 누구네 아버지 라고 명명되는데 대하여 그렇게 적응하는 시간이 그렇게 필요하다는 얘기다. 직장내에서 윗사람으로 대우받고 예우받는 것에서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져 일반인으로 생활을 해나가야 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세상이 달라보이고 세상이 돌아가는게 신기할 뿐이고 이리저리 둘러보아도 만만한 일거리가 없어보인다. 1년 여동안 심혈을 기울여온 옥고들이 한 권의 책으로 역여져 나온다는 것에는 항상 뿌듯한 보람을 느낀다. 여섯 번째 산문집 해취를 펴내고 보니 감회가 새롭다. 이제는 언제 이렇게 책을 펴낼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본래 옛사람들이 하는 말에 늙으면 말이 많아진다고 했다. 하나씩 버리고 하나씩 지워나가고 불필요한 것들을 치우는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세상은 온통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로 인해 정신이 없다. 세계적인 축제가 될 것이고 평화올림픽이 될 것이다. 남북한 단일팀도 구성이 되었고 모처럼 맞는 남북한의 화해무드가 계속 지속되어 올림픽 후까지 계속 이어지질 기대해 본다. 설 명절도 얼마남지 않았다. 차가운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오늘은 그런대로 한파가 물러간 듯한데 또 주말이 오면 한파가 몰려올 것이라 하니 마음을 편하게 가질 수가 없다. 겨울의 소중함을 다시 느끼고 왔었던 남쪽지방 여행이 있기도 했다. 겨울이 없는 나라가 얼마나 편안하고 좋을까 라고 생각하면 크게 오산이라는 것이다. 그곳에서는 눈도 구경할 수 없고 혹한이라는 것도 없지만 또다른 애로와 걱정이 많았다. 어디에서 어떻게 살든 사람에게는 모두 번뇌망상이 있고 오욕칠정이 똑같이 상존하는 것이 세상사 이치임을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혹독한 추위와 엄동설한의 고통이 있어야 찬란한 봄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을 깨우쳐야 하리라. 왜 그렇게도 사람의 심금을 울리고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세계적인 명작들이 러시아에서 많이 나왔는가를 생각해보면 겨울이 주는 인간의 내면의 정화 또는 통찰의 힘을 느껴볼 수 있으리라.

이제는 충분히 휴식하면서 재충전의 기회를 가져야 하리라. 내인생에 가을이 온다면이라는 전제를 달면 많은 회한과 아쉬움을 토로하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다. 이제는 충분히 세상을 겪었고 경험했으니 경거망동할 것이 아니라 자중자애하고 자신의 행동거지에 생의 연륜이 묻어나도록 처신하고 운신하는 것이 필요해질 것이다. 이제는 세상을 사는 지혜가 무엇인지 어떻게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자연적으로 터득하게 되지 않았을까. 미혹되지 않고 천방지축으로 분노하고 절제되지 않은 감정에 휩쓸려 일을 그르치는 행동에는 이르지 않을 수 있으리라.

자식을 낳고보면 자식이 자신을 닮아가는 부분에 관해 자신이 얼마나 제대로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느끼게 되리라. 자신이 자신의 삶에 관해 명확하고 분명한 철학을 가지지 못하면 자신의 자식도 그렇게 되리라는 부분에서 삶의 위험성을 직감했을 것이다. 이제는 더 나이들고 보면 그 자식에게서 또다시 손자가 태어난다면 그리고 그 손자가 할아버지를 닮는다고 가정하면 얼마나 자신의 삶에 철두철미해야 하는지를 새롭게 느껴보게 되지 않을까.

자식들을 위해서 부모로서 어떻게 훈육했고 어떻게 세상을 살아야 한다고 가르쳤다면 그다음 손자에게는 어떻게 삶을 살도록 가르치고 키워야 할런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요즘 세상을 살면서 그런 것을 느껴본다. 우리에게 기본이라든가 원칙이라는 것이 얼마나 제대로 교육되어져 왔는가 하는 부분이다. 너무나 급속한 성장 발전을 이루면서 원칙과 기본이 무너지는 것이 당연시되고 무조건적으로 최대의 성과나 결과만을 강조해왔던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게 되는 것이다.

무조건적으로 승부에서는 이겨야 하고 어떤 방법과 과정을 거치더라도 승리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우리를 정당화해 왔지 않는가. 제대로 규칙과 과정을 밟아서 정상적인 성취와 목표달성을 이뤄야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았던가. 고속도로를 세계에서 최단기간내에 건설해서 급속한 성장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과정을 거치고 안전하고 탄탄한 도로를 건설하고 그것에 합당한 재료를 투입해서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그런 기반공사 그런 것이 기초를 다지는 초석으로 이뤄졌다면 계속해서 고치고 보수하고 새롭게 고속도로를 만드는 일이 있었을까. 100년을 내다보고 50년 후를 내다본 먼 안목에서의 기반 산업의 육성이나 기초를 튼튼히 한 안정적 성장이 보다더 장기적이고 거시적 관점에서 바람직한 나라의 발전방향은 아니었을까.

누구라도 한사람 만이라도 제대로 한국사회의 발전에 관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갈 길을 제시했더라면 그것에 합당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을까. 아직도 갑론을박하고 방향을 잡지 못하는 것을 보면 어쩌면 공염불일 수도 있으리라. 200년씩 걸린 서구의 민주화나 산업화를 50년만에 성취해낸 부분에 대해서는 그 위대성을 격하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제는 새롭게 우리를 돌아보고 제대로의 발전지향적인 국가로의 진입을 위해 우리의 위상과 앞으로 가야할 길을 되짚어봐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제 올해가 지나면 국민소득 3만불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제대로된 선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 그리고 국가 기타 등등 모든 것이 제대로된 국격을 갖춘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지나온 50년만큼 그렇게 또 앞으로 50년동안 우리를 성장시키고 발전시켜나가야 할 것이다. 문화예술에 융성을 기대할 수 있고 세계문화국가로서의 위상을 갖추기 위해서 끊임없이 천착해나가야 하리라. 우리가 자만하고 잘못되거나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면 다시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으며 더 힘들어질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잘사는 나라가 아니라 살고싶은 나라 행복한 나라 모두가 즐겁게 세상을 살고 살아가는 것이 기쁨을 가질 수 있는 나라로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리라. 인문학적 가치가 각광받고 그런 부분에 더욱 깊은 관심을 가지고 선진국 위상에 걸맞는 그런 일류국가로의 발전을 이뤄내야 하리라.

이제 세상은 노인이 엄청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는 세상이다. 새삼스럽게 건처사재우(健妻事財友)가 생각나는 요즘이다. 나이가 들면 필요한게 건강과 아내가 아닌가 한다. 모든 노인들이 편안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올지 모를 일이다. 아무튼 세상은 변화하고 있고 나아가고 있다. 정체되어 있을 수는 없는 것이 세상이치 아니겠는가. ‘해취를 통해서 세상의 섭리를 깨우치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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