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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향취(2019.10 7권)

홈카밍 40주년

by 자한형 2023.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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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카밍 40주년

 

계절의 여왕인 5월의 마지막 주말이었다. 오전 9시발 KTX로 서울역에서 부산역으로 가서 다음날 오후 240분에 부산역을 출발해 귀경하는 일정이었다. 모두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재경동창회 32회 동기 등 일행 25명이 출발했다. 대체로 날씨는 화창했고 다소 무더운 날씨였다. 동창생들은 다들 간편한 복장이었고 어떤 이는 손가방 하나만 간단히 들고 가는 여행이었고 또 어떤 친구는 해외여행이라도 가는 지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왔다. 차장 밖으로는 산천의 푸르름이 눈부셨다. 모내기를 해 놓은 곳도 있었다. 2시간 15분 만에 부산역에 도착했다. 동창생인 이문영 등 2명이 마중을 나왔다. 부산역에 도착해서 곧바로 준비된 전세버스에 올랐다. 부산역에서 학교까지는 30분 정도 소요되었다. 오랜만에 만난 동창들은 지난 20주년, 30주년에 이어 10년 만에 또다시 모교를 찾는 감회에 젖었다. 20주년에는 비행기로 30주년에는 새마을호를 전세 내어 귀향했었는데 이제는 이렇게 KTX로 내려오게 되었다. 버스가 모교에 들어서자 모두들 탄성을 자아냈다. 40년 전의 까까머리 고교생들이 60세가 되어 귀향하는 것이다. 만감이 교차하지 않을 수 없었다. 40년 성상(星霜)을 보내고 다시 모교를 찾은 것이다. 아치형의 교문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입구쪽 건물 한쪽 벽면에 새겨진 글귀는 우리는 자랑스런 慶高人이었는데 낯설게 느껴졌다. 버스가 원형관 한켠에 주차를 했다. 환영 플랭카드가 덕형관에 커다랗게 걸려 있었다. 식사시간은 오후 1시부터였고 아직 시간이 일러 우리는 식당 접수대에 준비된 명찰을 목에 걸고 학교 순례에 나섰다. 예전에 못 보던 동상, 흉상들이 우리를 반겼다. 동상은 연못가 옆에 있었다. 이태석 신부 동상이었다. 아이와 같이 세워져 있었다. 아프리카에서 성자처럼 그렇게 봉사하는 삶을 살았던 자랑스러운 경고인이었다. 연못에는 비단잉어, 금붕어 등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며 유유자적하게 유영하고 있었다. 연못가의 소나무 등은 아름드리 거목으로 성장해 있었고 40년 세월을 묵묵히 지켜왔음을 증명하는 듯하게 우람한 모습이었다. 모교는 이제 개교 76주년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여전히 용마상이 자리하고 있었다. 동창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흉상은 초대교장 안용백 선생이셨다. 또 다른 흉상은 고 김영삼 대통령이셨다. 또 한쪽에는 성찰의 집이라 해서 승효상 선배 건축가의 작품이 설치되어져 있었고 또 한편에는 6.26 한국전쟁 당시 참전했었던 선배들의 명단이 적혀져 있었다. 동창들은 학교순례를 하면서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원형관에도 들러보았는데 거의 사용을 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결국은 교사(校舍)로 사용 중인 건물의 화장실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점심식사는 도시락으로 준비되었다. 반찬은 LA갈비, 샐러드, 멸치복음, 계란말이, 산적 등이었고 국은 미역국이었다. 후식으로 식혜까지 깔끔하게 준비되었다. 모두들 시장했는지 맛있게 식사를 했다. 한 시간쯤 지난 후 본격적으로 공식적인 행사가 있었다. 국산관에서 있었다. 80명쯤 되는 동창이 참석한 것이었다. 사회는 이웅길 교수가 했다. 동창회기가 입장했고 축사(동창회장, 동기회장, 재경동기회장, 교감선생님), 공로패전달, 학교발전기금 전달, 동창회발전기금 전달 등이 이어졌다. 그전에 우리 동기회의 모습이 담긴 슬라이드쇼, 학교소개 동영상 시청 등도 있었다. 최종적인 식순은 교가제창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학교순람을 마치고 덕형관 앞에서 기념촬영으로 공식적인 행사가 마무리 되었다. 동창들은 다시 버스를 타고 또 일부는 개인차량으로 부산국제여객선터미널로 이동해서 크루즈 선인 팬스타에 승선했다. 각자 배정된 호실로 가서 여장을 풀고 옷을 갈아입은 후 행사홀로 집결했다. 처음 시작은 재경동기회장이 협찬한 와인으로 시작되었다. 원형테이블에 빙 둘러앉아서 오랫동안의 회포를 풀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다음은 저녁식사 시간이었다. 선상뷔페식으로 준비된 것을 접시에 가져다 먹었다. 다른 손님들이 있는 관계로 오랜 시간동안 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곧바로 선상으로 올라가 바다위로 떨어지는 낙조(落照)를 감상하며 기념촬영을 했다. 서산으로 지는 해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었다. 바람이 불었지만 결코 춥지는 않았다. 다시 3층의 홀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근황들을 얘기하기도 했다. 일본에서 온 친구 문우식도 있었고 멀리 칠레에서 귀국한 김상권도 있었다. 대단한 애교심이 아닐 수 없었다. 다음의 순서는 행사홀에서의 공연이 있었다. 팬스타 주말 메인 공연(판타지 매직 쇼, 색소폰 연주, 통기타 라이브, 승무원 공연 등)이 펼쳐졌다. 다음 순서는 노래자랑이었다. 승객들이 노래경연을 벌이는 형식이었다. 모두들 흥겨운 기분으로 공연을 즐겼다. 잠깐 선상에서 불꽃쇼도 펼쳐졌다. 여의도에서나 볼 수 있었던 불꽃쇼였는데 휘황찬란한 모습에 장관을 연출했다. 예전 디스코클럽을 연상시키는 식으로 댄스경연이 벌어졌다. 모두들 현란한 춤솜씨를 뽐냈다. 최종 무대는 우리만의 잔치를 벌였다. 사회는 크루즈 유람선의 전문사회자가 입담 좋게 행사를 이끌었다. 각 테이블로 대표를 추첨해서 노래경연을 벌였다. 노래는 한사람이 불렀지만 무대는 테이블에 앉았던 동창들이 모두 나와 무대가 꽉 찼다. 동기회장, 재경동기회장의 노래 내 고향 충청도’ ‘아파트가 관객의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분위기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깜짝 놀랄 여장 분장으로 관객들의 혼을 빼앗은 동창(정현옥)도 우리의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매 노래가 끝날 때마다 참석 동창들에게 상품권이 전달되었다. 식전행사로 33회 후배들의 꽃다발 증정 순서도 있었고 케이크 절단식도 있었다. 첫노래는 임주리의 립스틱 짙게 바르고였고마지막 노래는 노사연의 바램’(김욱)이었다. 일본, 칠레에서 온 친구 문우식, 김상권의 열창도 멋졌다. 마지막 노래를 할 때에는 모든 동창이 다 무대 위로 올라왔다. 노래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는 오른쪽 신발을 들고 총무의 선창(先唱) 하에 후라경고를 했다. 1일차 행사는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이제는 머리가 희끗희끗해지고 연륜도 쌓여 인생을 달관(達觀)하며 관조(觀照)할 정도가 되었다. 아직 왕성하게 활동하는 이들도 있었고 이젠 일선에서 물러나 은퇴 후의 삶을 즐기는 이들도 있었다. 많은 이들이 참석을 하지 못했지만 꿈같은 시간이었고 잊지 못할 추억을 간직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뒷얘기를 남겼으며 오랫동안 회자(膾炙)될 홈커밍 40주년 행사였다. 이번 행사를 위해 물심양면(物心兩面)으로 지원해준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본 행사를 준비한 부산동기회 그리고 재경동기회 회장, 총무 등 모든 분들의 노고에 치하와 감사를 보낸다. 모든 동창들이 항상 건강하고 활력이 넘치는 가운데 남은 생도 멋지고 행복하게 보내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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