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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석산책

by 자한형 2023.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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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석의 산책 - 우리의 세상 - 오청원의 21세기 바둑

나의 반상 일기(712) - 포석의 산책 - 우리의 세상 - 오청원의 21세기 바둑 아침 725. 책상에 책 두 권. 21世紀(1997) 吳淸源布石構想 (1964) 오늘 일찍 일어났다. 약간 잠에 짓눌리긴 했지만, 아직껏 오청원의 21세기 바둑에 대해서 어떻게 써야할지 감도 못 잡았다. 분명히 쓸 이유는 있다. 가치가 있다. 하나 하나의 포석 구상에 다들 독특한 초점 하나를 잡아두고 있다. 언젠가 말했지만, 모순은 없지 않다. 의 포석 의 포석 구별해서 강의했는데, 과연 흑에게 좋은 포석이 있고 백에게 유리한 포석이 따로 있을 수 있느냐?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길이 쉽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찾아본다. 基本布石事典(上下)(임해봉, 1996) 上卷은 화점에 관한 것으로 43가지 기본형을 제시했다. 下卷은 소목에 관한 것으로 역시 43개의 기본형을 제시했다. 권당 500page가 넘는 大作이다. 그래도 충분치 못하다. 우리의 착점은, 비록 그것이 단 몇 수에 머물지라도 그 조합은 놀랄 만하게 커진다. 예를 들어. 1부터 백4까지 진행되었을 때만 생각해보자. 경우의 수는 모두 얼마나 될까? 소목과 화점만에 국한하더라도, 서로 다른 12개의 숫자에서 4개를 택한 순열의 수는 12P4 = 12!/(12-4)! = 12*11*10*9 = 11,880. 3이나 외목, 고목을 추가한다면 그 수는 훨씬 커진다. 하긴 방향을 고려한다면 꽤 줄어들겠다. 그래도 그렇다. 포석에 대해서 책을 쓴 기사는 그렇게 많지 않다. 이름 있는 기사들은 다들 한 권씩 강술했지만, 과연 무엇에 초점을 두고 강술했을까? 포석 과정에서 나타나는 요점에 초점을 두었다. 그러므로 이런 경우엔 이렇게, 저런 경우엔 저렇게 그리 두어야 한다고 강술했다. 그렇지만 11,8801,188, 1,188118, 11811, 111로 줄여가는 방법은 없을까? 아니면, 하나의 명제로부터 11, 118, 1,118, 11,880을 연역하는 방법은 없을까? 연역을 하더라도 단순히 기계적인 것이라면 그건 무의미하겠다. 물론 넓게 바라본다면, 무의미하다고 말할 수야 없겠지만. 오청원이 우리에게 준 하나의 방법이 있다. 단 하나의 명제 axiom 대신에 모든 포석의 지침이 될 개념 하나를 갖자는 것. 1960년대의 책에서는 調和. 1990년대의 책에서는 全體. 조화와 전체는 사실 구별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조화가 무엇인지 좀더 설명하고 싶을 때 전체를 제시하며, 전체적으로 본다는 안목이 무엇인지 말하고 싶을 때 조화를 말하면 도움이 되는 것이다. 바둑은 복잡한 것이다. 그러나 중반 이후로 접어들면 오히려 그 복잡성은 줄어든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종반으로 가면 더욱 더 복잡하지 않고. 종반으로 갈수록 조건은 분명해지며, 계산의 여지 또한 점차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비록 반상이 복잡한 듯 보이지만, 분명히 좁아진다. 19줄에서 18, 17, 16, , 3, 2, 1. 그렇게 반상은 좁혀진다. 결국은 상대적인 걸까. 흑의 포석과 백의 포석이란 것은 흑과 백의 이름만 바뀐 거 뿐일까. ‘너와 내나와 너로 바뀐 거 뿐일까. 승부를 다투는 반상에서 너와 나는 이름만 가진 거 뿐일까. 그렇게 본다. 내가 이리 두면 너는 저리 두고, 네가 이리 두면 나는 저리 둔다. 또는 그렇게 두고 이렇게도 둔다.

 

흑의 포석 대체 다음 흑의 포석에서 백이 못 둔 수가 있는가? 65까지 진행된 국면의 형세는 흑이 매우 우세하다. 2와 백6 두칸높은걸침은 오청원 선생이 강력히 주장하는 수법. 대부분의 기사들은 고개를 가로 젓는다. 오청원 선생의 제자인 예내위는 가끔 애용하지만. 아니, 다른 기사들도 더러 써고 있다. 나는 일리가 있다고 본다. 언젠가 저에 대해서 하나 쓸 수 있을까, 그런 맘을 가질 정도로 일리가 있다고 본다. 하나는 분명하다. 오청원 선생의 포석 강의는 매우 맑다. 간명하다. 설명에 모호함이 없다. 흑의 포석, 백의 포석이 따로 있고, 또 실수는 거의 나오지 않지만, 好手는 자주 지적된다는 점에서, 우리의 앞길을 일러준다고 할 수 있다. , 이런 경우엔 이런 착상이 좋구나! 그런 길을 일러준다. 포석에 답은 없는 법. 그러나 길은 때로 찾아야 하는 것. 무심코 살아가는 우리 인생에서도 결단의 순간은 가끔 온다. 바로 그 때, 결단의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면 우린 괜찮은 인생이리. 포석에 답이 없으나, 어느 순간 답을 말해야 할 시간이 주어진다. 바로 그 때,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全體와의 調和를 염두에 두면서. 그것이 오청원 선생의 포석강의이다. 나는 이보다 더 마음에 와 닿는 포석 강의, 포석의 길에 대해서 읽은 적이 없다. 답을 제시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실력이다. 제시하는 언어를 찾느냐? 그것도 실력이지만, 그건 우리 모두의 몫이 될 것이다.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큰 가치를 지닌 강의록이다. 아침 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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