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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라오스여행 등 번외

베트남여행8(27-29)[최종]

by 자한형 2024.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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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여행 27: 남우강 물결을 거슬러 무앙응오이로/이재형(8)

농키아우로 오는 관광객 가운데 많은 사람은 무앙응오이로 가기 위한 경유지로서 이곳을 찾는다. 무앙응오이는 동화 속에 나오는 환상의 마을 같은 곳으로 알려져있다. 오늘은 농키아우를 떠나 무앙응오이로 간다. 농키아우에서 배로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무앙응오이는 육로로는 접근이 불가능한 곳인 것 같다. 무앙응오이로 가는 배는 두 곳에서 출발하는데, 하나는 농키아우이고 다른 하나는 무앙카이이다. 그런데 농키아우에서는 1시간 반 정도에 가지만, 무엉카이에서는 거의 6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농키아우에서 출발하는 것 같다. 농키아우에서 무앙응오이로 가는 배는 오전 11시와 오후 1시 두 편이 있다. 수박과 사과로 아침을 때우고 11시 배를 타러 갔다.

농키아우는 공용시설이 아주 부족하다. 더 좋은 관광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업자들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아직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하다 못해 길 안내판이나 관광지 지도 겉은 것도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못하다. 그저 개개 사업자가 내건 숙박업소나 식당 안내 표지판이 난립되어 있을 뿐이다. 무앙응오이로 가는 선착장과 매표소도 제대로 표시되어 있지 않아 조금 헤매었다.

뱃삯은 7만 낍, 5천원에 조금 못미친다. 20명 정도가 탈 수 있는 길죽한 배인데, 승객들이 많아 2척에 나눠타고 한꺼번에 출발한다. 승객들도 다 타고 짐도 모두 실었는데, 무슨 일인지 꾸물대며 출발을 않는다. 1140분이 되어서야 겨우 출발했다.

배는 상류를 향해 힘차게 달린다. 어제 저녁 선셋 크루즈를 타려다 실패했는데 이걸로 충분히 보상이 된다. 배는 푸른 남우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위에서 내려다 보는 남우강의 풍경은 절경이었지만, 배를 타고 가면서 보는 풍경 역시 그에 못지 않다.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면서 가다보니, 무앙응오이는 어찌되어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그곳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곳이라 하더라도 이 아름다운 강 풍경을 즐기며 가는 것만으로 그 대가는 충분하다.

상류로 올라갈수록 강폭은 좁아진다. 강 양쪽에는 물소들이 평화롭게 강 속에 몸을 담그고 있는 광경이 보인다. 그 근처에서는 아이들이 물장난을 하고 있다. 출발한지 40분쯤 되었을까, 배가 강변으로 다가가 멈춘다. 벌써 도착인가 생각했더니, 가족으로 보이는 5명의 라오스 인을 내려준 뒤 배는 다시 출발한다. 이 배는 시내버스처럼 도중에 승객을 태우고 내려주고 하는 것 같다.

그렇게 한 시간 반 정도 달렸을까, 저 앞쪽 강변에 마을이 보인다. 바로 무앙응오이이다.선착장이 변변히 마련되어 있지 않다. 겅가에 배를 댄 후 약 2미터 정도의 거리를 다리를 걷고 건너랴 한다. 앞선 사람들이 신발을 벗고 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나도 신발을 벗고 있자니 누군가가 널빤지를 가져다 걸쳐준다. 덕분에 물을 적시지 않고 배에서 내릴 수 있었다.

배에서 내리니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자기네 집의 방 사진을 보여주면서 숙박을 권유한다. 일부러 숙소를 예약하지 않았지만 서둘 필요는 없다. 먼저 선착장 근처의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식당 주인이 자신의 집에서 숙박하라며 방을 보여준다. 더블 침대 방이 깨끗하고 베란다에서 강도 내려다 보인다. 이곳에서 일단 2박을 하기로 하였다. 1박에 15만 낍(만원)이다.

짐을 풀고 베란다의 흔들의자에 앉아 쉬었다. 지금은 햇빛이 강해 그늘에서 쉬는 것이 상책이다. 조금 있으니 꼭 비가 올듯이 서늘한 버람이 불며 구름이 하늘을 덮는다. 시간을 보니 오후 3시가 좀 지났다. 햇빛도 숨어버려 근처를 둘러보러 나왔다. 이곳 무랑응오이는 바로 앞에 강을 안고, 사방은 온통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러니까 산들이 강을 감싸고 있으며, 그 강 옆에 무랑응오이 마을이 있는 것이다.

무앙응오이는 마치 동화 속의 마을처럼 환상적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높은 곳에서 마을 전체를 내려다 보면서 보이는 풍경이다. 마을 속에 있는 나로서는 그렇게까지 환상적이라는 느낌은 없다. 그렇지만 산과 강이 어울린 마을 풍경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마을 가운데로 넓은 길이 나있다. 포장은 되어있지 않지만 폭은 왕복 2차선은 충분히 될만한 너비이다. 길을 떠라 걸었다. 아주 매마른 황토길인데, 마치 황토 먼지같은 가는 흙이 길 위에 수북이 쌓였다. 이런 길에 차라도 지나가면 어쩌나 생각하는데, 때맞춰 차가 한 대 지나간다. 삽시간에 누런 황토 먼지가 일어나 주위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길이 황토 먼지로 뒤덮혀 걷기 힘들었지만, 주위 경치는 감탄이 절로 나오게 한다. 완만한 황토길을 걷노라면 어릴 때 할머니 손을 잡고 가던 시골길이 떠오른다. 이렇게 주위의 풍경을 감상하면서, 또 옛생각을 하면서 걷다보니 저 앞에 사람이 여러명 모여 있는 곳이 보인다. 길이 물에 잠겨 공사를 하고 있다. 그리고 옆 산 기슭에는 탐캉 동굴이 있다.

탐캉동굴은 생각보다는 큰 동굴이었다. 입구는 지름이 3미터 정도 되어보이고, 입구를 들어서면 제법 넓은 공간이 있다. 그러나 곧바로 밑으로 꺼진 굴이 나오는데 더이상 들어가진 않았다. 동굴에서 맑은 물이 흘러나와 길을 가로질러 흐른다. 함께 배를 타고온 서양 아이들이 물장난을 하면서 놀고있다.

이곳을 지나 2.5킬로 정도 더 가면 소수민족이 사는 반나마을이 나온다.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반나마을까지 가보기로 했다, 그런데 마을을 1킬로 남짓 남겨두고 갈라진 길이 나온다. 어느쪽 길로 갈까 생각하다 시계를 보니 벌써 4시반이다. 마을까지 갔다오면 어두워질 것 같다. 발길을 돌리는 것이 좋겠다.

꽤 걸었더니 온몸이 땀에 흠뻑 젖었고 목도 마르고 배도 고프다. 돼지고기 바베큐 안주에 라오 비어 큰 병, 그리고 쌀국수로 사치스런 저녁을 먹었다.

어두워지기를 기다려 별을 볼 수 있을까 해서 밖으로 나갔다. 그러나 별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마을 가게의 불빛 때문인지 아니면 구름이 끼었는지 알 수 없다. 불빛이 없는 곳으로 가보려했으나 길이 너무 험해 위험하다. 내일을 기다려보자.

 

베트남, 라오스 여행 28: 무앙응오이 마을 구경하기

강변의 식당에서 커피와 토스트로 아침 식사를 하였다. 커피를 특별히 싫어하진 않는데, 커피를 마시면 밤에 잠을 자지 못하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커피를 거의 입에 대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 몇번 커피를 마셨는데도 잠드는 데는 큰 문제가 없어 며칠전부터는 아침에 커피를 한 잔씩 한다.

어제부터 보아왔지만 어떻게 갈과 산이 이렇게 아름답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신기하다. 어제 저녁에 비해 강물이 확 줄었다. 강가에서 물이 5미터 정도는 물러난 것 같고, 산에서 내려오던 폭 10미터 가량의 개천도 말라버렸다. 하룻밤 사이에 이렇게 물이 많이 줄어든 것이 이상하다. 비가 오지 않고 이 상태가 며칠 계속되면 강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그렇지만 물이 줄었다고 해서 강의 아름다움까지 손상되지는 않는다.

식사를 마치고 숙소 베란다의 흔들의자에 앉아 눈앞에 펼쳐지는 강과 산을 바라보며 멍때린다. 몸과 마음은 더없이 편한데, 집에서 혼자 손자를 보고있는 집사람이 감기가 심하다고 해서 자꾸 마음에 걸린다. 비가 오려는지 날씨가 흐려지더니 서늘한 강바람이 강해진다.

햇빛이 나지 않아 강가로 내려갔다. 긴 배들이 어지러이 묶여있다. 모래톱으로도 올라가 본다. 잡초가 우거져 걷기가 쉽지 않다. 혹시 시간을 때울 액티비티 프로그램이 없을까 여행사에 물어보니 적당한 것이 없다. 영세한 여행사에서 저마다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다 보니 성원이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낚시 프로그램이 있어 물어보니 60불이라 한다. 그만 두었다. 돈도 돈이지만 뱃사공과 둘이 나가 낚시를 하는 것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마을 구경이나 하자! 작은 마을이지만 골목도 많고 의외로 아기자기하다. 베트남 사파에서 산 말린 과일을 들고나왔다. 너무 달아 내 입에는 맞지 않던데 아이들은 꽤 좋아하는 것 같았다. 갑자기 굵은 빗방울이 떨어져 길가 집의 처마 밑에 피하였다. 남매로 보이는 두 아이가 놀고 있다. 동생인 남자아이에게 과자를 한 주먹 쥐어 주니, 누나도 가까이 온다. 역시 과자 한 주먹. 이 광경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던 동네 아이들이 쪼르르 달려온다. 한 주먹씩 나누어주다, 결국은 봉지째 주고 나누어 먹으라 하였다. 어린 여자아이 하나가 서툰 우리말로 "감사합니다"라고 한다.

비가 그쳐 골목길을 둘러보다 보니 케이브라고 쓰인 작은 안내판이 보인다. 화살표를 따라갔더니 넓은 계곡이 나오고, 계곡 가운데 네댓명의 남녀가 차를 세워두고 둘러 서있다. 아마 소풍을 나온 것 같다. 밥을 먹고 있었는데, 가까이 가자 함께 먹자고 권유한다. 랩에 싼 주먹밥에 소스와 나물을 곁들여 먹으니 맛이 괜찮다.

"케이브"로 가는 길은 험해 보여 그만두었다. 숲속 오솔길을 걷다보니 넓은 공터가 나오고, 집들이 둥글게 공터를 둘러싸고 있다. 공터는 알고보니 축구장이다. 정규 축구장보다는 작지만, 대나무로 만든 골대도 있고 잔디도 깔려있다. 동남아 국가들은 축구 수준은 낮지만 많은 사람들이 축구에 열광하는 것 같다. 조그만 마을에서도 술집에서 대형 화면에 비치는 축구중계를 보면서 떠들석하게 술을 마시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햋빛은 없지만 덥다. 숙소로 돌아와 시원한 베란다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내일 또 어디로 갈지 결정을 못했다. 두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다시 농키아우로 가서 거기서 루앙프라방이나 방비엥 혹은 비엔티안으로 가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여기서 6시간동안 배를 타고 무앙쿠아로 가, 거기서 무앙싸이나 우돔싸이를 거쳐 루앙프라방 등으로 가는 방법이다. 이것은 순전히 배 여행을 위한 선택지이다. 천천이 생각하자.

선선한 강바람을 맞으며 페북도 하고, 유튜브도 보다 보니까 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오후 3, 뭘 할까? 그래 걷자. 어제 못간 반나 빌리지 다시 가보자!!

어제 갔던 길을 다시 걸었다. 가기 전에 구글맵 위성사진을 통해 가는 길을 확실히 알았다. 가는 도중에는 데이터 통신이 단절되어 길을 확인할 수 없다. 오전에 빗방울이 조금 떨어진 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황토 먼지가 훨씬 적어졌다. 어제 왔다가 돌아선 갈림길까지 왔다. 확신을 갖고 큰 길로 계속 걸었다. 앞과 왼쪽으로 큰 산이 나오면서 경치가 점점 아름다워진다. 오른 쪽으로 저 멀리 다랭이 논이 보이고, 산 사이에 완만한 경사의 넓은 터가 나온다. 저곳이 반나 빌리지라 짐작된다. 정말 아름다운 풍경이다.

한참을 더 가니 큰길 오른쪽으로 반나 빌리지로 들어가는 길이라 생각되는 곳이 나온다. 그런데 그 길을 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도랑물이 막고 있다. 옆으로 돌아가는 좁은 길이 보여 들어갔더니 완전히 정글이다. 내가 갈 수 있는 길이 아니다. 다리를 걷고 물흐르는 길을 건너갈까 생각했으나 건너간다고 해서 어떤 길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다. 더이상 미련을 갖지 말고 돌아가자! 오는 도중 본 아름다운 풍경만으로도 여기까지 걸어온 충분한 보람이 있었다.

돌아 서려다가 큰 길로 계속 가면 어디가 나올까 궁금해진다. 큰길을 따라 계속 갔다. 큰 길은 지금 새로이 건설 중인 길인 것 같다. 길이 점점 반 진창 길로 바뀐다. 그 길을 따라 한참을 가니 오른쪽으로 아름다운 초지와 논들이 보인다. 높은 산들에 둘러싸여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는 그림같은 풍경이다. 마치 판타지 영화에 나올 것 같은 풍경이다. 반나 빌리지라 짐작되는데 집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10여호 정도밖에 되지 않는 작은 마을이라 민가가 흩어져 있어 그런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을 확인하니 오후 5시가 넘었다. 숙소까진 5킬로가 넘는다. 서둘러야 한다. 빠른 걸음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숙소를 2킬로 정도 남겨두고 날은 완전히 깜깜해진다. 하늘엔 초승달이 보인다. 길은 완전 깜깜해져 발 아래도 보이지 않는다. 낭패다. 핸드폰 플래시 앱을 켰다. 아쉬운대로 발 아래는 겨우 보인다. 넘어지지 않으려 조심 조심 걷다보니 식은 땀이 난다. 운 좋게 별다른 사고 없이 무사히 숙소에 도착하였다. 핸드폰을 확인하니 오늘 3만보를 넘게 걸었다.

어제는 돼지 바베큐였지만, 오늘은 닭 바베큐로 저녁 식사를 하였다. 비어 라오가 너무 맛있다. 베트남 박하시장에서 산 옥수수 술도 처리하였다. 오늘은 그동안 짐이 되었던 두 가지를 모두 처리하여 속이 시원하다. 하나는 1킬로가 넘었던 말린 열대과일, 또 하나는 옥수수 술, 그동안 상당히 짐이 되었는데, 해방되었다. 이제 남은 짐은 하나다. 베트남 사파에서 산 도자기 술병에 든 술. 내일부터 빨리 이 술을 처치하도록 해야겠다.

 

베트남, 라오스 여행 29: 지옥같은 여행끝에 방비엥으로

어제 술을 좀 마신 때문인지 일찍 잠이깼다. 갑자기 밖에서 비가 퍼붓듯이 쏟아지는 소리가 들린다. 이렇게 세찬 비가 오면 배를 타고 나가지 못할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비는 곧 그쳤다. 아직까지 어디로 갈지 정하지 못했다. 다음 목적지는 타케크로, 비엔티안에서 4시 방향에 위치하고 있다. 농키아우로 가면 브엔티안 언저리서 1박을 하고 갈 수 있지만, 무앙쿠아를 거쳐가면 2~3박을 해야한다.결심이 섰다. 농키아우로 가자.

오전 9시반 농키아우로 가는 2척의 배가 함께 출발했다. 각각 20명 정도의 승객이 승선하였다. 오늘은 어제보다도 강물이 더 줄었다. 올 때는 강을 거슬러 오므로 1시간반이 걸렸지만, 갈 때는 물결의 흐름을 따라 내려가므로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출발한지 10분 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배가 어디에 부딪힌 듯 심하게 흔들린다. 강물이 줄어들어 배 바닥이 땅에 닿는 것이다.

선장의 말에 따라 승객들은 모두 배에서 내렸다. 그리고 승객들이 배 양쪽에서 배를 밀고 내려가게 되었다. 성가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서양 젊은이들은 아주 신이났다. 소리를 지르며 배 양쪽에서 배를 밀며 물보라를 튀긴다. 얼마전에 본 캐나다 드라마 <바이킹>이 생각난다. 200미터 정도 그렇게 배를 밀고 가다가 다시 배를 탔다.

다시 얼마만큼 가다가 이번엔 배를 강변 자갈밭에 대더니 또 내리라 한다. 승객들이 모두 내린 후 선장과 서양 젊은이 둘 해서 셋이서 배를 밀고가고 나머지 승객들은 자갈밭을 걸어간다. 맨발로 내렸더니 발도 아프고 걷기도 힘들다. 어릴 때 강에서 멱감던 일이 생각난다. 300미터 정도 그렇게 걸은 후 다시 배를 탔다. 얼마 안가 다시 내리라 한다. 이번에는 500미터 이상 걸었지만 다행이 신발을 신고 내려 큰 어려움은 없었다.

이젠 강폭도 넓어지고 물 깊이도 어느정도 되는 것 같다. 보트는 속력을 내며 시원하게 달리고, 강변 양쪽과 그리고 앞쪽 저멀리 절경이 펼쳐진다. 정신없이 경치를 감상하노라니 농키아우 선착장에 도착한다. 배에서 내리니 터미널로 가는 툭툭이 기다리고 있어 탔다. 그런데 툭툭의 승하차는 선입후출법이라, 제일 먼저 탔기에 제일 나중에 내렸다. 그 때문에 루앙프라방행 차표사는 줄 맨끝에 설 수밖에 없었다.

차는 밴인데, 차에 오를려고 해도 빈자리가 없다. 운전수가 작은 방석을 하나 가져오더니, 고정의자와 승하차문 옆의 보조의자 사이에 방석을 깔더니 거기에 앉으란다. 미치겠다. 왼쪽 자리엔 덩치 큰 남자가 아들을 데리고 앉아있다. 차가 출발하자 남자는 졸기 시작하며 내게 기댄다. 등받이도 없는 보조의자에 앉은 나는 이 남자에게 밀려 오른쪽으로 몸이 기울어질 수밖에 없다.오른쪽에는 여자가 앉아 나보고 밀지 말라고 한다. 이런 상태로 악몽같은 3시간을 달려 루앙프라방에 도착했다.

루앙프라방 터미널에서 브엔티안으로 가는 차표를 끊었다. 슬리핑 버스인줄 알았는데 또 밴이다. 오후 4시 차인데, 브엔티안까지 8시간이 걸리니까 밤 12시쯤이면 도착할 것이다. 직원에게 버스 승강장을 물으니 야외 대합석에 앉아있으면 알려주겠다고 한다. 그런데 출발시간이 다 되어가는데도 소식이 없다. 혹시 해서 승강장을 돌아보니 이미 뒤쪽에 차가 들어와있고 사람들이 타고있다. 얼른 허둥지둥 달려갔다.

차안을 보니 이미 빈자리가 하나도 없다. 황당해서 차밖에 서 있으니 운전사가 나와 또 작은 보조의자를 밀어넣더니 거기에 앉으라 한다. 딱 봉고만한 차인데 운전사 포함 20명이 탔다. 내 자리는 또 등받이도 없는 보조의자이다. 이걸 타고 8시간을 달려야 한다. 화가 치밀었지만 말도 통하지 않으니 어쩔 수가 없다. 기차를 탈 걸 그랬다.

차가 출발했다. 이번엔 루앙프라방에 올 때보다 사정이 더 나빠졌다. 오른쪽 자리에 아주 뚱뚱한 라오스 여자가 앉았다. 이 여자의 몸통이 내가 앉은 보조의자를 반쯤 침범했다. 왼쪽으로는 덩치 큰 서양 젊은이 둘이 앉아 더이상 밀고 들어갈 수가 없다. 여자에게 밀려 의자 모서리에 앉을 수밖에 없는데, 그곳엔 철제 고정장치가 달려있어 엉덩이를 찌른다. 의자 등받이가 없으니 몸의 균형을 잡기가 힘들다. 최악이다. 정말 지옥같은 여행이다.

이런 상태로 몇시간을 달리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루앙프라방에서 방비엥 사이는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로 도로상태가 엉망이다. 이런 길을 불편한 자리에 앉아 가려나 정말 미칠 지경이다. 차가 출발한지 6시간이 다 되어간다. 곧 방비엥에 도착한다. 도저히 이 상태로 2시간 이나 더 차를 타고 비엔티안까지 갈 수 없다. 방비엥에서 내리기로 하였다.

10시가 조금 지났다. 숙소부터 구하여야 한다. 이왕 여기 내린 김에 한 이틀 정도 있다 가자는 생각이 들었다. 야시장 쪽으로 오니 제법 규모가 큰 홈스테이가 보인다. 숙박료를 물으니 일박에 25만낍이리 한다. 2박에 40만 낍으로 깎았다.

샤워를 하고나니 좀 살만하다. 정말 지옥같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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