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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일보 연재물 ( 일본이 선진국이었던 이유9)32

61년생 정동분 10 61년생 정동분 10 : 어느 여린 노름꾼의 생애/꼬마목수 김치죽과 일곱 식구 동분의 아버지 정명식은 1924년, 충청북도 청주시에서 태어났다. 첩의 자식이었다. 정명식 부(父)는 첩이었던 정명식 모(父)에게 방 두 칸과 부엌 딸린 까만 기와집 한 채 줘서 내보냈다. 그런 시절이었다. 정명식 모와 정명식은 그 집에서 둘이 지냈다. 동분의 어머니 김춘자는 1932년 경상북도 상주시에서 태어났다. 김춘자 부(父)는 김춘자가 어릴 때 만주로 돈 벌러 갔다가 죽었다. 김춘자 모(母)는 남편이 죽자, 김춘자를 시댁에 맡기고 재혼했다. 졸지에 고아가 된 김춘자는 친척 집을 떠돌았다. 청주에 사는 고모 집으로 간 건 16살 때다. 고모는 밥 축내지 말고 일찌감치 시집이나 가라며 중매를 섰다. 17살에 정명식과 결혼했.. 2023. 7. 29.
61년생 정동분 8-2 61년생 정동분 8-2/ 꼬마목수 그렇다. 동분에게 김순화는 진짜 슈퍼맨 같은 사람이었다. 김순화는 흔쾌히 지갑을 열 줄 알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으스대지 않았다. “엄마는 뭐 늘 어려웠지만, 40대 때 특히 형편이 어려웠지. 순화 만나봐야 엄마가 사줄 수 있는 건 맛있는 칼국수 정도였어. 근데 순화는 일찌감치 이혼하고 쭉 혼자 살았잖어. 마사지 숍에 손님도 많았고. 아무래도 엄마보다는 여유가 있었지. 그러니까 내가 청국장 사면 순화가 다음에 소고기 사주고, 내가 백반집 데려가면 순화는 다음에 장어 사주고 그랬었지. 엄마가 미안한 기색이라도 보이면 순화가 뭐랬는줄 아냐?” 김순화는 그때마다 동분 등을 ‘찰싹’ 때리면서 이렇게 말하곤 했단다. “동분아, 친구끼리 누가 사면 좀 어떠냐? 여유 있는 사람이 .. 2023. 7. 15.
61년생 정동분9 61년생 정동분 9 : 엄마의 은밀한 하루/꼬마목수추천 예순셋, 여전히 예쁘고 싶다 요즘, 엄마가 낯설다. 내가 37년이나 알고 지낸 그 사람이 맞나 싶다. 엄마와 몇 차례 인터뷰하며, 그런 순간이 제법 많았다. 엄마 얼굴을 빤히 보게 되는 순간 말이다. ‘우리 엄마한테 이런 모습이 있었던가?’ 하면서. 그래서 민망하다. 내가 그동안 엄마를 몰라도 너무 몰랐구나 싶어서. 한편으론 안도한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엄마를 조금 알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에. 그러다 문득, 나는 엄마의 ‘오늘’도 전혀 모른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장성한 두 아들을 품에서 떠나보내고, 남편 송일영과 단둘이 지내는 요즘 말이다. 하루 일과랄지, 쉬는 날 풍경이랄지, 근심과 걱정 또는 소소한 행복과 즐거움 같은 것들. 하여, 예순셋.. 2023. 7. 8.
61년생 정동분8 안녕하세요 대단히 반갑습니다. 61년생 정동분 8 : 엄마의 애인에 대하여/꼬마목수 동분은 그날을 잊지 못한다. 생일이었다. 동분의 예순 번째 생일. 아침 일찍부터 김순화의 큰딸에게 전화가 왔다. 화면에 뜬 번호 보는 순간, 동분은 직감했다. 갔구나, 기어이 갔어. “전화 받자마자 광주로 달려갔지. 가는 내내 차에서도 얼마나 울었나 몰라. 장례식장에 도착했는데, 첫날인 데다가 대낮이라서 아직 조문객이 없더라구. 입구에서 순화 사진 보는 순간부터 또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하는데, 아휴. 내가 얼마나 서럽게 울었는지, 사위들이 물어보더랴. 도대체 저분은 누구시냐고. 순화 딸들은 날 아는데 사위들은 처음 봤으니까, 도대체 장모님이랑 어떤 사이길래 저렇게도 서럽게 우나 싶었겄지. 딸들이 그랬댜. 우리 엄마랑 제일.. 2023. 6.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