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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일보 연재물 ( 일본이 선진국이었던 이유9)32

정동분 4(2/3) 나는 1982년, 스물둘의 동분을 생각했다. 매일 같이 술에 절어 제대로 된 가장 노릇 한 번 안 해본 아버지, 그런 아버지 대신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바깥일 해야 했던 어머니, 거기에 줄줄이 딸린 식구들까지. 그 구질구질한 생활이 싫어 언니 집으로 도망치듯 오긴 했지만, 머무는 공간이 바뀌었다고 동분의 삶이 버라이어티하게 변화하진 않았을 거다. 밥벌이해야 했던 어머니 대신해 동분은 일찍부터 막내 여동생을 돌봤다. 동분이 국민학교 5학년 때 학교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그 뒤로도 여러 공장을 전전하며 집안 살림을 보태왔다. 그렇게 스물둘이 되었다. 국민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동분은 그때 어떤 미래를 꿈꿨을까. 앞으로 펼쳐질 자신의 삶이 대단하게 혹은 눈부시게 빛날 거라고, 스스로에게 기대할 수 있.. 2023. 5. 17.
61년생 정동분 4 61년생 정동분 4 : 엄니 다 끝났어, 나 그 남자랑 잤어/꼬마목수추천 포니를 끌고 나타난 남자 시간은 다시 흘러 동분 나이 스물둘이었다. 그때 동분은 언니 집에 얹혀살고 있었다. “야, 말도 말어. 그 좁은 집에 아부지, 어무니 있지, 니네 큰 외삼촌이랑 외숙모 있지, 그 사이에 새끼가 둘이나 있지, 거기에 나, 내 밑으로 여동생 있지. 여덟 명이 한 집에서 바글바글하는데, 얼마나 답답했겄냐. 니네 작은이모야 그때 초등학생이었으니까 상관없지만, 엄마는 스물이 훌쩍 넘은 처녀인데, 그 집에 있고 싶었겄냐. 그래서 니네 큰이모 집으로 들어간 겨.” 그때 동분의 언니는 서른. 결혼해서 남편과 함께 시어머니 모시며 살았다. 그래도 그 집은 형편이 좀 괜찮았다. 식구도 적었다. 무엇보다도 형부가 동분을 친동생.. 2023. 5. 16.
그리운 나의 아버지, 어머니 그리운 나의 아버지· 어머니/ 강지윤 기자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4·19와 5·16, 민주화운동… 근·현대사의 아픔을 그대로 견디셔야 했던 부모님 이제 꿈에도 잊지 못하던 나라의 품에 잠드시길 육군본부 감찰감실에서 열린 결혼식. 얼마 전 대구에 있는 올케에게서 전화가 왔다. “형님 보훈처에서 연락이 왔는데 아버님을 대전의 현충원이나 영천의 호국원에 모실 수 있다고 하네요. 어머님도 함께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생각하다마다. 거기야말로 아버지가 제일 있고 싶어 하는 곳일 것 같아.” “그럼 그렇게 신청할게요. 호원 아빠도 그게 좋겠다고 하고요.”. 전화를 끊고 나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빈집에서 오래도록 소리 내어 혼자 울었다. 오랫동안 아버지를 잊고 살았다는 자책과 살아생전 .. 2023. 5. 5.
편견과 선입견이 꼰대로 만든다 편견과 선입견이 꼰대로 만든다/ 김교환 기자 여우가 자기 생일을 맞아 맛있는 음식을 한상 차려놓고 두루미를 초청한다. 음식들은 모두 납작하고 예쁜 접시에 담겨져 있다. 여우는 맛있는 음식을 혀로 핥아 먹으면서 두루미에게 권하지만 두루미는 긴 주둥이로 접시에 얇게 담긴 음식을 먹지 못해 그냥 구경만 할 수 밖에 없다. 해님이 어느 날 달님에게 말한다.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일이 그렇게 바빠서 저리도 분주하게 움직일까요? 달님은 아니 내 보기엔 잠만 자는 데요 하면서 해님에게 나뭇잎을 보라고 한다. 은빛으로 반짝이는 모습이 얼마나 예쁩니까? 해님은 아니 그냥 푸르기만 한데요? 이때 지나가던 바람이 말한다. 해님과 달님의 말이 다 맞네요. 해님은 낮에 본 사람들의 모습이고 달님은 밤에 본 나뭇잎의 모습이기 때.. 2023. 4.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