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필인간(이응준)14

수필인간 6 신에게 변호가 필요한 것은 인간의 죄 때문이다. 하여 신을 위한 변론은 인간을 위한 변론이다. 모호한 것 같지만, 깊이 생각해 보면 분명하다. 다만 제대로 변호해 줄 누군가를 찾을 수 없을 뿐이다. 이게 인간이 고독한 이유다. 나는 고인(故人)의 것이 아닌 글은 거의 읽지를 않는다. 내 글이 내 생전에 세상 속에서 읽히지 않아도 별 불만이 없는 것은 그래서다. 사람들이 나를 볼 때에 나의 하나님에게 변호가 필요한 것은 그분의 탓이 아니다. 나의 어둠과 허물 때문인 것이다. 지하철 좌석에 앉아 친구를 만나러 가고 있는 저녁. 젊은이도 노인도 아닌 한 사내가 객차 중앙에 피뢰침처럼 꼿꼿이 서서 외계어(外界語)로 무언가를 줄기차게 호소하고 있다. 나 외에 다른 사람들은,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든 그렇지 않든 .. 2021. 8. 26.
수필인간11 수필인간11 이응준 타투가 있는 그 사내는 왜 서쪽으로 갔는가?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이라는 영화가 있다. 1989년, 한국영화계와는 아무 관련 없이 하늘에서 혼자 뚝, 떨어졌던 영화. 조용한 천둥벼락 같은 영화. 감독을 비롯한 대부분의 것들이 수수께끼였던 영화. 그 이후로도 비밀의 안개가 채 다 걷히지 않고 있는 영화. 어쩌면 오히려 더 깊은 질문들 속으로 멀어져가고 있는 영화. 한국대중의 불면증 치료에 큰 도움이 되었을 영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이렇듯 내용보다는 제목이 세상을 지배하는 경우가 있다. 제대로 읽은 이가 몇이 안 돼도, 혁명이라기보다는, 혁명에 관한 영원한 분란을 일으키는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처럼. ‘인간’이 뭔지도 모르면서 ‘인간적인 것'들을 우기고 따져가며.. 2021. 8.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