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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해설40

30. 난초 이병기(李秉岐) 난초1 한 손에 책(冊)을 들고 조오다 선뜻 깨니 드는 볕 비껴가고 서늘바람 일어오고 난초는 두어 봉오리 바야흐로 벌어라. 난초2 새로 난 난초잎을 바람이 휘젓는다. 깊이 잠이나 들어 모르면 모르려니와 눈뜨고 꺾이는 양을 차마 어찌 보리아. 산듯한 아침 볕이 발틈에 비쳐들고 난초 향기는 물밀 듯 밀어오다 잠신들 이 곁에 두고 차마 어찌 뜨리아. 난초3 오늘은 온종일 두고 비는 줄줄 나린다. 꽃이 지던 난초 다시 한 대 피어나며 고적(孤寂)한 나의 마음을 적이 위로하여라. 나도 저를 못 잊거니 저도 나를 따르는지 외로 돌아앉아 책을 앞에 놓아두고 장장(張張)이 넘길 때마다 향을 또한 일어라. 난초4 빼어난 가는 잎새 굳은 듯 보드랍고 자줏빛 굵은 대공 하얀 꽃이 벌고 이슬은 구슬이 되어 마.. 2021. 12. 5.
29.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백석과 김영한) (길상사, 김영한) (말년 북한의 백석과 남한의 나타샤) 블로거가 선택한 이詩의 .. 2021. 11. 30.
27. 나그네 나그네 박목월 강나무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을 외줄기 남도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 gratte, 출처 Unsplash 박목월 나그네 해석(해설) 박목월님의 나그네는 조지훈님의 완화삼에 화답한 시이다. 박목월은 청록파,자연파로 불리는 시인으로서 그 유파의 이름에 걸맞게 시인 특유의 자연에 대한 관심이 드러나 있다. 식민지 현식 속에 주권을 상실한 민중들의 비참한 삶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그려내는 데는 상당한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는데 주권을 잃고 '나그네'로 전략한 백성으로 국토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이 나라 사랑의 한 방편이었을 수가 있다. '구름에 달 가듯이','남도 길'을 외롭게 떠도는 나그네의 모습을 통해 체념과 달관.. 2021. 11. 30.
26. 그리움 그리움 - 청마 유치환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뭍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통영 앞 바다에서 바위를 때리고 있는 청마의 시 청마 유치환과 이영도의 세기의 사랑 [참고] 이영도(李永道/1916~1976) 시조시인의 삶: http://blog.daum.net/djcho1212/5344 http://www.sijomunhak.kr/gnu4/bbs/board.php?bo_table=jihik&wr_id=22 청마(靑馬) 유치환(柳致環, 1908.7.14(음)~1967.2.13) 경상남도 통영 츨생. 이영도 : 시조시인. 호는 초기 정향(丁香)이었으며 훗날 정운(丁芸). 경상북도 청도(淸道) 출생. 시조 시인 이호우(李鎬雨)의 여동생이다. 1945년 [죽순].. 2021. 11.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