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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마주친 100개의 인생(딴지일보연재물 등)29

고래2 고래 2/임관산 세월은 흘렀고 소년은 어른이 되었다. 그리고 그는 드디어 라이벌 조직원에게 칼을 꽂아 정식 야쿠자가 되었다. 입단식에서 손가락 하나를 잘라 충성을 맹세한 그는 여덟 개의 손가락으로 다시 나오코를 찾았다. 한참 후 그를 기억해낸 나오코는 다시 거절했다. 그가 아직은 자신을 보호할 힘이 없다는 것이었다. 어른이 된 소년은 다시 그녀 앞에서 손가락 하나를 잘랐고 늘 앞장서 칼을 휘둘렀다. 조직의 이인자가 된 그를 나오코는 또 거절했다. 그녀가 원한 것은 오야붕이었다. 그는 다시 손가락 하나를 잘라 그녀에게 바쳤다. 세월은 흐르고 상사의 고통은 더 심해져 갔다. 그는 결단을 내렸다. 그는 라이벌 조직의 표식이 새겨진 칼을 오야붕의 가슴에 꽂았다. 그리고 사죄의 의미로 그 시체 앞에서 손가락 하나.. 2023. 4. 20.
고래 책에서 마주친 100개의 인생 35: 천명관의 고래 /임관산- 인생이라는 이름의 펄프픽션 소설 『고래』 금복이의 탄생, 싸구려 이야기가 시작되다 이 싸구려 이야기는 한 아이의 탄생으로부터 시작된다. 뭇 남자들을 뒤돌아보게 하는 요상한 냄새(누군가는 배란기 암컷 냄새라 했고 좀 더 배운 사람들은 페로몬 냄새라 했다)를 가진 아이가 태어났고 그 아이의 이름은 금복이다. 금복이의 가슴이 복숭아만 할 때, 금복이는 달밤에 비린내가 몸에 밴 생선 장수의 삼륜차 옆자리에 올라탔다. 이로써 금복이의 다사다난한 인생은 본격적으로 막을 올리게 된다. 「오래전 금복의 엄마가 아이를 낳다 죽은 이후, 그는 밤마다 욕정과 홀로 싸워야 하는 외로운 수컷이었다. 그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피붙이를 끔찍이도 사랑했지만 금복이 조금.. 2023. 4. 20.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3 소설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3/임권산 토요일, 어머니의 죽음과 그녀의 통곡 「살인범 약혼녀 여전히 완강! 괴텐의 소재에 대한 언급 회피! 경찰 초비상!」 「여러분에게 종합적인 정보를 드리고자 항상 노력하는 ‘차이퉁’은 블룸의 성격과 불투명한 과거를 밝혀 줄 진술을 추가로 수집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모든 게 분명해집니다. 우리의 소박한 행복에 그녀는 만족하지 못했던 거죠. 그녀는 출세하고 싶었던 겁니다. 어떻게 올곧고 소박한 노동자가 포르쉐를 탈 수 있겠습니까?」 토요일 아침에도 ‘차이퉁’의 1면은 카타리나 차지였다. 이번에는 헤어진 전 남편의 인터뷰 기사까지 실려 있었다. 카타리나의 인생은 변질되었다. 세세한 그녀의 일상 하나하나가 모두 파괴되었다. 그녀가 볼터스하임 부인의 부축을 받으며.. 2023. 4. 17.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2 소설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2/임권산 목요일, 체포된 카타리나 목요일 오전, ‘바이츠메네’ 수사과장은 중무장한 여덟 명의 경찰관과 함께 블룸의 아파트를 덮쳤다. 그들이 일 년간 추적해온 은행강도이자 살인 용의자인 괴텐이 그녀의 아파트에 있는 것이 확인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들 앞에 괴텐은 없었고 블룸만이 속옷 없이 목욕 가운을 걸치고 서 있었다. 바이츠메네가 블룸에게 던진 첫마디는 “그자가 너랑 붙어먹었지?”였다. 「카타리나 블룸은 욕실에 들어가 플레처 여경이 보는 앞에서 옷을 입어야 했다. 그런데도 욕실 문을 완전히 닫지 못하게 했다. 그 문 앞을 무장한 경찰 두 명이 삼엄하게 감시하고 있었다.」 경찰은 블룸의 아파트를 샅샅이 뒤졌다. 몇 가지 물건, 특히 서류 종류는 전부 압수했다. .. 2023. 4.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