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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마주친 100개의 인생(딴지일보연재물 등)29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소설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임권산 ‘기자’가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자질 “나의 글을 쓰는 유일한 목적은 진실을 추구하는 오직 그것에서 시작되고 그것에서 그친다. 진실은 한 사람의 소유물일 수 없고 이웃과 나눠져야 할 생명인 까닭에 그것을 알리기 위해서는 글을 써야 했다.” - 리영희, 『우상과 이성』 中 - long long time ago, 옛날 아주 먼 옛날, 우리나라에도 ‘기자’라는 분들이 있었다. 진실 보도와 권력 감시에 대한 사명감으로 직장을 잃거나 심지어 감옥에 가는 것까지 마다하지 않았던 분들 말이다. 조선일보(놀랍게도) 기자 출신인 리영희 같은 분은 박정희 정권부터 전두환 정권까지 4번의 해직과 5번의 구속을 당했다. 지금까지도 명저로 평가받는 ‘전환 시대의 논리’라는 책을 .. 2023. 4. 17.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3 소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3/임권산 티타와 페드로는 손을 잡고 ‘어두운 방’으로 들어갔다. 그동안 둘은 오랜 시간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기 위해, 임신하지 않기 위해, 상대방의 몸 속에서 쾌락에 떨며 소리 지르지 않기 위해 조심하며 전전긍긍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 모든 게 옛일일 뿐이었다. 둘은 기쁨에 취했고 페드로는 티타의 옷을 하나하나 천천히 벗겨 냈다. 격렬했다. 티타는 두 눈을 감고 있었는데도 모든 게 밝게 빛나고 환한 터널이 나타난 것을 볼 수 있었다. 페드로의 격렬한 심장 고동이 그녀의 가슴에 부딪히는 소리가 생생히 느껴졌다. 어느 순간 그 소리가 멈추자 티타는 페드로가 죽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티타는 불타오르고 싶었다. 터널 입구에서는 환한 광채에 휩싸인 페드로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 2023. 4. 16.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2 소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2/임권산 떠난 언니의 가족과 로베르토의 죽음 「토막 낸 소꼬리는 양파, 마늘, 적당량의 소금과 후추를 넣고 함께 끓인다. 수프이니만큼 평소 스튜를 만들 때보다 물을 조금 더 붓는다. 맛있는 수프는 너무 묽지 않으면서도 맛이 진해야 한다.」 따뜻하고 맛있는 수프는 몸의 병이건 마음의 병이건 뭐든지 다 고칠 수 있는 것이었다. 티타는 존 브라운 박사의 집 침실 창에 기대어 존의 아들인 알렉스가 안뜰에서 비둘기를 쫓아다니며 뛰어노는 모습을 바라보며 삼 개월 전, 농장의 하녀 ‘첸차’가 마마 엘레나 몰래 가져온 소꼬리 수프를 떠 올렸다. 예전 나차가 살아 있었을 때 그 맛과 똑같았다. 그 수프가 티타를 다시 일어서게 했다. 「“자, 어머니 명령대로 하고 있으니까 잘 보세요! 나도 .. 2023. 4. 15.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소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임권산 음식남녀(飮食男女) “음식과 남녀 간의 사랑은 사람들이 크게 바라는 일이고, 사망과 빈고(貧苦)는 사람들이 크게 싫어하는 일이다.” (飮食男女 人之大欲存焉, 死亡貧苦 人之大惡存焉) - 예기(禮記) 中 예운(禮運)편 - ‘내 남자의 결혼식’에서 벌어진 사건 「커다란 양푼에 달걀노른자 5개와 달걀 4개, 설탕을 넣는다. 반죽이 걸쭉해질 때까지 휘젓다가 달걀 2개를 더 집어넣는다. 계속 휘젓다가 반죽이 다시 걸쭉해지면 달걀 2개를 더 첨가한다.」 ‘데 라 가르사’ 집안의 세 자매 중 막내딸인 ‘티타’는 바로 위 언니인 ‘로사우라’의 결혼식에 쓰일 웨딩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 농장 부엌에서 반죽을 젓고 있었다. 요리의 달인인 ‘나차’가 메인 요리사였고, 티다는 보조였다. 그런.. 2023. 4.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