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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언론사 연재물 등14

천사같은 방송인 이금희 천사같은 방송인 이금희의 푸근함/ 유인경 세상의 아름다운 단어를 한데 뭉쳐보면, 그녀가 어느새 손아귀에 들어온다 평균의 세상은 결코 평균적이지 않다. 강박적으로 마르고 불쾌하게 쏘아대는 방송인과 방송 언어 속, 그저 수더분한 미소로 사람들의 말에 귀기울이고 고개를 끄덕이는 이가 있다. 방송인 이금희, 아나운서라는 단어보다 방송 그 자체로 연상되는 그녀는 전파에 향기를 싣는 재주가 있다. 그 향기를 음미한다. 번지르르한 입보다 쫑긋 세운 귀로 방송한다 방송에 등장하는 이들을 사석에서 만나면 대개는 실망한다. 화려한 조명과 화장발이 사라지고 그저 평범한 모습을 보면 “속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화면에선 그렇게 근사한 매너를 보이더니 실제론 인간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이들도 있고 이야기를 나눠볼수록 `‘.. 2023. 5. 15.
할머니란 세계 할머니란 세계/유인경 방송인 나에게 새로운 호칭이 생겼다. 하는 일에 따라서 기자, 작가, 방송인 등으로 불렸는데 이제 친지들 사이에서 ‘시하 할머니’로 불린다. 22개월 전 손자가 생긴 덕분이다. 어떤 친구는 할머니가 되니 폭삭 늙은 노인네가 된 것처럼 느껴져 억울하다고도 하지만 나는 손자가 ‘할머니’라고 불러줄 때마다 아이스크림처럼 사르르 녹아내리는 기쁨을 느낀다. 누워만 있던 신생아에서 아장아장 첫걸음을 떼고 혀짜래기 발음으로 말을 시작하더니 이젠 뛰어다니고 춤도 추고 문장으로 말을 한다. 이 과정을 지켜보면 ‘귀엽다’ ‘사랑스럽다’ ‘예쁘다’란 표현으로는 부족한,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느낀다. 수시로 딸에게 손자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내 달라고 비굴하게 구걸하고 카카오톡으로 영상통화를 한다. 물.. 2023. 5. 15.
한 설움이 가면 다음 봄꽃들이 피어나 한 설움이 가면 다음 봄꽃들이 피어나/김병익 “살아가는 데 잠이 꼭 필요하듯이 죽음도 생명에게 꼭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그의 말에서 나는 육체의 소멸을 넘어 생명의 본원을 가리키는 손짓을 보았고 “누군가는 죽어서 살아 있는 자들에게 길을 터주는 것” “생명은 죽음을 통해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지혜에서 ‘생명의 법칙’을 읽었다. 지난해, 내가 존경하는 분들이 유달리 많이 작고하셨고 그래서 그분들을 추모하는 마음이 간곡했다. 그럼에도 그 한풀이는 밝은 새해의 첫 글로 미루었다. 먼저 가신 분들이 나와 한 또래 나이들이어서 바로 나 자신을 미리 조문하는 듯 묵지근한 느낌에 눌리기도 했지만, 한 해가 지고 있다는 우수에 젖어, 자주 뵙지는 못하지만 말로나 글로나 세상 이야기를 나누고 싶던 분들을 다시 뵐 수 .. 2023. 4. 23.
이 바쁜 흐름 속의 작은 틈 이 바쁜 흐름 속의 작은 틈/김병익 그런데 이제 드디어 컴퓨터가 말을 하고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다니! 나는 뉴스로만 알고 실제 경험은 못 한 채 이 멋진(!) 세상을 떠나겠지만, 모스부호로 전자 소통이 이루어진 지 한세기 반 만에, 기계가 스스로 사람과 말을 하게 됐다는 사실, 석판·목판에 이은 인쇄된 책자로 읽던 문자가 화면의 영상으로 기록 전달 보관되는, 생활사의 새로운 비약을 치렀다. 내가 [한겨레]에 이 칼럼을 쓰기 시작한 지 이제 꼭 10년, ‘2013년에 만나는 빅 브러더’로 운을 뗀 이 글쓰기는 예순편을 넘기며 재미있는 세상을 재미없는 글로 개칠하며 사람과 삶, 세계와 세상의 움직임들에 말거리를 이어왔다. 덕분에 그 칼럼들을 묶어 이편의 한계를 벗어나 ‘저편’의 의식을 열어보려는 .. 2023. 4.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