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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매일 [매일신문 , 시니어를 위한 기사 등 신문]33

그날 그날 / 김영애 - 2023 매일 시니어문학상 논픽션 대상작 밝은 귀가 얕은 잠을 깨운다. 현관문을 열었다. 앞집 열린 현관에 형광조끼를 입은 구급대원 두 명이 들것을 들고 서 있다. 아이를 안고 겁에 질린 엄마의 얼굴은 눈물범벅이다. 어제 늦은 저녁부터 미열이 있는 아기에게 시럽 감기약을 먹여서 재웠다고 한다. 심한 기침과 계속되는 고열에 119를 불렀다며 아기 아빠가 꺼져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젊은 부부가 2104호로 이사를 온 지 일 년 반이 넘었다. 잡티 하나 없는 하얀 얼굴에 선한 인상의 안주인은 두루뭉술한 배를 내밀고 다니며 이사 정리를 지휘하고 있었다. 그리고 몇 달 후, 공주님 백일이라고 백설기를 들고 벨을 누르더니 지난 10월에는 돌떡이라며 핑크색 하트가 고명으로 얹힌 무지개떡이 들어왔다.. 2023. 7. 29.
심후섭 대구문인협회장 심후섭 대구문인협회장/김외남 [일하는 삶] 심후섭(71) 대구문인협회장은 경북 청송군 진보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영특하다는 소리를 들으면 자란 그는 가정 형편 때문에 국비 보조가 있던 ‘대구교육대학’에 진학했다. 졸업 후, 고향의 산촌초등학교와 모교인 진보초등학교에서 6년을 근무한 후 1978년에 대구로 전입했다. 아버지의 죽음과 문학의 길 그해 아버지가 6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를 잃은 허탈감, 잘 모시지 못했다는 죄책감, 가장의 의무감. 고향에 들렀던 그는 친구들과 어울린 술자리가 끝나고 고향 집을 향해 걷고 있었다. 마을로 들어오는 반변천 잠수교에서 마주 오는 자동차 불빛이 코앞에 닥쳐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지만, 몸은 강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6개월간 누워있어야 했던 병원 생활.. 2023. 6. 26.
미움 받지 않는 노년을 미움 받지 않는 노년을/ 김교환 기자 나는 노인이 되어서 청력을 얻었네/예전엔 그냥 귀만 가지고 있었는데 그리고 시력을 얻었네/예전엔 그냥 눈만 가지고 있었는데/이제 시간을 아껴 살고 있네/예전엔 그냥 지나가는 세월이었는데/그리고 진리를 알았네/예전엔 그냥 학문적인 지식만 알았는데. 미국시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나는 노인이 되어서⟩라는 시이다. 우리나라는 전례 없는 고령인구의 급속한 증가로 벌써 전체인구의 20%에 가까운 노인인구1,000만 시대를 눈앞에 바라보고 있다. 영양과 의술의 발달 등으로 이제 우리 사회에서의 고령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런데 OECD국가 중 노인이 가장 가난하며 노인 자살율 1위의 불명예도 안고 있다. 가정의 변화로 핵가족화 되어가면서 뿌리 깊은 유교문화의 경로효친(.. 2023. 5. 30.
삶은 주고받으며 함께 가는 것 삶은 주고받으며 함께 가는 것/ 김교환 기자 기러기는 몸집이 크고 목이 길며 다리가 짧은 철새로 추운 겨울 먹이를 찾아 10월경 우리나라로 와서 2월쯤 가는 겨울철새이다. 4만Km정도의 먼 거리를 날아야하는 기러기는 철따라 V자 대형을 유지하며 삶의 터전을 찾아 긴 여행을 한다. 대형의 맨 앞에선 리더의 날개짓은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지만 여기엔 기러기만의 지혜와 철학이 숨어있다. 먼 길을 날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울음소리를 내는데 이것은 실제 우는 소리가 아니라, 리더에게 보내는 응원이기도 하고 기러기 간의 의사소통과 통제를 하는 수단이라고 한다.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선두는 구성원 전체가 공동으로 번갈아가며 자리를 하게 되고 어느 기러기가 대열에서 이탈하게 되면 다른 동료 한두 마리도 함께 이탈해서 .. 2023. 5.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