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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수필 631

편지 이야기 편지 이야기 / 김애자 누군가에게 편지를 쓸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물론 편지를 받는 이도 행복할 것이다. 나의 전자우편함에는 삼천 통이 넘는 편지가 들어있다. 앞으로도 내가 보낸 횟수만큼 저쪽에서 보내오는 답신은 계속해서 편지함에 쌓일 것이다. 적어도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편지를 쓸 수 없는 불행한 상황이 벌어지기 전까지 우리의 새벽편지 쓰기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나는 가능한 편지를 보낼 때 앞에다 시를 한 편씩 골라 넣는다. 그러 기 위해 웹 서핑을 나서는데 사이버 공간으로 들어가면 참으로 많은 시인들의 시를 접할 수 있도록 사이트를 개방해 놓았다. 진실로 고마운 일이 다. 음악도 “이동활 음악 산책”을 치고 들어가면 해설과 함께 좋은 음악 을 감상 할 수 있도록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나는 .. 2023. 7. 30.
나도 춤추고 싶었다. 나도 춤추고 싶었다 / 최미옥 문학기행을 갔을 때였다. 산정호수에서 하룻밤 묵고 날이 희붐하게 밝아올 무렵 숙소를 나섰다. 아침이면 사라진다는 물안개를 보고 싶어서였다. 더 일찍 나선 글벗 몇몇이 유영하듯 산책길을 걷고 있는 호수는 물안개가 구름처럼 피어올라 몽환적인 풍경을 연출하는 중이었다. 우리도 풍경의 일환이 되어 천천히 걷고 있었다. 건너편에 있던 친구 서넛이 시선을 잡았다. 춤을 추고 있었다. 명성산이 배경이 되고 호수와 물안개가 관객이 된 그들의 춤은 이른 새벽 알싸한 공기만큼이나 신선했다. 영화 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지식인의 고뇌를 비웃으며 ‘지금, 여기’를 몸으로 노래하던 해변에서의 춤사위 한판, 친구들의 어설픈 몸짓이 너무도 자유롭게 보여서 조르바를 연상케 했다. 나도 춤추고 싶었다... 2023. 7. 30.
장미 세 송이 장미 세 송이 / 정형숙 붉고 커다란 장미 세 송이가 화폭을 채웠다. 강렬한 색감과 화려함이 나를 이끌었다. 가까이 다가갔다, 한 발짝 뒤로 물러나기를 반복했다. 제목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찾고자 했다. 한참을 그림 앞에서 서성였다. 화가의 의도를 파악하고자 노력해도 끝내 떠오른 생각은 없었다. 전시장에 걸린 다른 그림을 보면서도 떨떠름했다. 다시 장미 세 송이 작품으로 돌아왔다. 눈 맞춤이 계속되자 사각형 그림 속에 작은 틈새가 보였다. 틈새는 검푸른 공간으로 확대되어 교실 뒷문 손잡이를 잡는 내가 있었다. 말소리가 창문을 넘자 복도는 시끌벅적했다. 저마다 선물꾸러미를 들고 자랑하기 바빴다. 교실에 빈손으로 들어서는 나를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다. 선생님이 오기를 기다렸다. 대기업에 취업한 미숙이가 들어.. 2023. 7. 30.
수필 삼국지 수필 삼국지 / 이미영 대저 천하의 명저란 오랫동안 읽히면 반드시 새로운 평가를 받고 오랫동안 재평가됐다면 반드시 오래 읽히게 된다. 《수상록》의 표지와 첫 장을 장식하는 몽테뉴의 초상화는 “내 책은 뭐 별거 없어요, 좀 있는 집안에서 나고 자랐지만, 그리 평탄한 삶은 아니었어요.”라고 슬쩍 흘리는 것 같다. “신이 우리에게 생명을 주고 기뻐하셨듯 나는 삶을 사랑하고 삶을 즐긴다.”고 말했지만, 그의 얼굴은 다른 말을 하는 것 같다. 그는 너무 멀리 떨어진 곳에 살던 아주 오래전 인물이다. 나는 거리와 시간을 좁히기에는 맹랑한 현재 사람이다. 목침만 한 옛날 책이 표지모델부터 지루하게 다가온다. 수필 삼국지의 패장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생활의 발견》의 표지에도 린위탕이 등장한다. 중국 전통 의상.. 2023. 7.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