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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수필2203

198. 도편수의 긍지 도편수의 긍지 이범선 경상도에는 '서울 담쟁이'라는 말이 있다 한다. 그 말의 뜻인즉, 서울서는 담을 쌓는 인부들이 꼭 둘이 함께 다니며 담을 쌓아 주는데, 그 쌓은 담이 일꾼들이 자리를 뜨자 곧 무너질 만치 되는 대로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 일꾼은 꼭 두 사람이 같이 다닌단다. 담을 다 쌓고는 한 사람은 담이 무너지지 않도록 등으로 밀고 있고, 한 사람은 집 주인한테 가서 돈을 받는단다. 그렇게 돈만 받아 쥐면, 두 일꾼은 그대로 골목 밖으로 달아나고, 그와 동시에 쌓은 담은 와르르 주저앉는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남의 일을 그저 되는 대로 무책임하게 해 주는 사람을 가리켜 서울 담쟁이라고 한다. 이 이야기는 시골 사람들이 서울 사람들의 좋지 않은 점을 익살스레 한 이야기에 지나지 않겠으나, 어쩌면.. 2022. 1. 21.
197. 나의 길, 나의 삶 나의 길, 나의 삶 박이문 『어려서 나는 새를 무척 좋아했다. 여름이면 보리밭을 누비고 다니며 밭고랑 둥우리에 있는 종달새 새끼를, 눈 쌓인 겨울이면 뜰 앞 짚가리에서 모이를 쪼고 있는 방울새를 잡아 새장 속에 키우며 기뻐했다. 가슴이 흰 엷은 잿빛 종달새와 노랗고 검은 방울새는, 흔히 보는 참새와는 달리, 각기 고귀(高貴)하고 우아(優雅)해 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개도 무척 좋아했다. 학교에서 돌아와 개와 더불어 뒷동산이나 들을 뛰어다녔다. 가식(假飾) 없는 개의 두터운 정이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어느 여름날, 그 개가 동네 사람들에게 끌려가게 되던 날 나는 막 울었다. 서울에 와서 나는 문학에 눈을 떴다. 별로 읽은 책도 없고, 읽었다 해도 제대로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작가는 특수한 인간처럼 우러.. 2022. 1. 21.
196. 개화의 등급 개화(開化)의 등급(等級) 유 길 준 (俞吉濬) 大槩(대개) 改化(개화)라 ᄒᆞᄂᆞᆫ 者(자)ᄂᆞᆫ 人間(인간)의 千事萬物(천사 만물)이 至善極美(지선극미)ᄒᆞᆫ 境域(경역)에 抵(저)홈을 謂(위)홈이니, 然(연)ᄒᆞᆫ 故(고)로 改化(개화)ᄒᆞᄂᆞᆫ 境域(경역)은 限定(한정)ᄒᆞ기 不能(불능)ᄒᆞᆫ 者(자)라. 人民才力(인민 재력)의 分數(분수)로 其等級(기등급)의 高低(고저)가 有(유)ᄒᆞ나, 然(연)ᄒᆞ나 人民(인민)의 習尙(습상)과 邦國(방국)의 規模(규모)ᄅᆞᆯ 隨(수)ᄒᆞ야 其差異(기차이)홈도 亦생(역생)ᄒᆞᄂᆞ니, 차ᄂᆞᆫ 開化(개화)ᄒᆞᄂᆞᆫ 軌程(궤정)의 不一(불일)ᄒᆞᆫ 緣由(연유)이어니와, 大頭腦(대두뇌)ᄂᆞᆫ 人(인)의 爲不爲(위불위)에 在(재)ᄒᆞᆯ ᄯᆞᄅᆞᆷ이라. 五倫(오륜)의 .. 2022. 1. 21.
195. 가을의 여정 가을의 여정 전광용(1919~1988) 여행은 언제나 즐거운 것이다. 봄은 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그리고 여름은 여름, 겨울은 겨울대로 계절의 변화와 더불어 그대로 다 새로운 즐거움을 가슴 속에 안겨다 주는 청신제라고나 할까. 그뿐인가. 농촌은 농촌대로 전원의 유장한 목가적인 맛을, 산은 산대로, 바다는 바다대로 그것만이 지니는 독특한 자연의 시정을 선물하는가 하면, 새롭고 낯선 도시의 가로는 그것대로 흙 속에 파묻혔던 사람들에게 산뜻한 미지의 감각에 경이에 찬 눈동자를 뒹굴리게 한다. 그러기에 천하 명산 금강산도 계절에 따라 봉래, 풍악, 개골, 금강 등 그 때마다의 승경의 아치를 상징하는 이명들을 가지고 있다. 새 움 트는 봄의 정경이 산책이나 소풍을 연상시키는 경쾌한 리듬이라면, 여름의 무르익은.. 2022. 1.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