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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수필119

121. 행복한 책 읽기 행복한 책읽기 김현 1986. 2. 25. 사람은 무엇보다도 먼저 불안감에서 해방되려 한다. 위대한 선동가는 그것을 이용하여 우선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고 그것을 해소하는 가장 손쉬운 길을 제시한다. 그 길이 축제로 변할 수 있을 때 혁명은 완성된다. Ne renvoyez plus, mon ami 사랑하는 사람이여 사람을 보내 A moi parlerː venez y vous, 말하지 말고, 제발 직접 와 주세요. car messagiers sont dangereux 중간에 사람이 끼면 위험하니까요. 중세의 연애시의 서두이지만, 이 서두는 하나의 깊은 암시를 간직하고 있다. 독자들에게 작품은 직접 읽어야 한다는 권유로 이 서두는 새롭게 읽힐 수 있다.(제시된 중세 연애시의 내용 중 '사랑하는 사람'에 '책'.. 2021. 12. 29.
120. 행복의 메타포 행복의 메타포 안병욱 세 사람의 석공(石工) 20여 년 전에 배운 중학교 영어 교과서 삽화(揷話) 하나가 생각난다. 어떤 교회를 짓는데 세 사람의 석공이 와서 날마다 대리석을 조각한다. 무엇 때문에 이 일을 하느냐고 물은 즉, 세 사람의 대답이 각각 다르다. 첫째 사람은 험상궂은 얼굴에 불평불만이 가득한 어조로, “죽지 못해서 이놈의 일을 하오.” 하고 대답한다. 둘째 사람은 담담한 어조로 이렇게 말한다. “돈 벌려고 이 일을 하오.” 그는 첫째 사람처럼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서 불평을 갖지 않는다. 그렇다고 별로 행복감과 보람을 느끼는 것도 아니다. 셋째 사람은 평화로운 표정으로 만족스러운 대답을 한다. “신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서 이 대리석을 조각하오.” 그는 자기가 하는 일에 보람과 행복을 느끼는.. 2021. 12. 29.
119. 해학송 해학송 최태호 우스갯소리를 잘 하는 사람이 친구 집에 찾아가니, 주인이 차려온 술상에 안주라고는 채소뿐이었다. 주인이 미리 말막음으로 “집안이 구차해서 고기 한 점 안 놓여 미안하네.” 하였다. 시쳇말로 green field였던 모양이다. 그 때 마침 마당에 닭 여러 마리가 나와서 모이를 쪼고 있었다. 우스개 잘 하는 친구 말하기를, “대장부가 친구를 만나 어찌 천금을 아끼겠나? 내 당나귀 잡아 안주를 장만하게나.” 하였다. 주인이 깜짝 놀라 “나귀를 잡아먹으면 자넨 무엇을 타고 돌아가겠나?” 그 친구 대답이 태연하였다. “닭을 빌려 타고 가지.” 주인은 크게 웃고 닭을 잡아 대접하였다. 서거정(徐居正)의 [태평한화(太平閑話)] 속의 한 토막이다. 대문장가로서 [동국통감(東國通鑑)], [동문선(東文選)].. 2021. 12. 29.
118.함께 있고 싶어서 함께 있고 싶어서 법정 가을은 떠나는 계절이라들 한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은 그 가을에 더욱 만나고 싶어하는 것 같다. 막혔던 사연들을 띄우고 예식장마다 만원을 사례하게 된다. 우리 절 주지 스님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이 가을에 몇 번인가 주례를 서게 될 것이다. 여름내 보이지 않던 ㅈ양이 며칠 전에 불쑥 나타났다. 전에 없이 말수가 많아진 그는 이 가을에 결혼을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평소에 결혼 같은 것은 않겠다고 우기던 그라 장난삼아 이유를 물었더니,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는데 늘 함께 있고 싶어서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신이 나서 늘어 놓았다. 좋아하는 사람과 늘 함께 있고 싶다는, 소박하면서도 간절한 그 뜻에 복이 있으라 빌어 주었다. 그런데, 좋아하는 사람끼리 함께 .. 2021. 12.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