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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31

가난한 사랑 노래 가난한 사랑 노래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 해 설 [개관 정리] ◆ 성격 : 서정적, 묘사적,.. 2021. 12. 9.
가구의 힘 가구의힘 - 박형준 - 얼마전에 졸부가 된 사람이 있다. 그사람은 나의 외삼촌이다. 나는그 집에 여러 번 초대받았지만 그때마다이유를 만들어 한번도 가지 않았다. 어머니는방마다 사각 브라운관 TV들이 한 대씩 놓여있는 것이 여간부러운 게 아닌지 다녀오신 얘기를 하며 시장에서사온 고구마 순을 뚝뚝 끊어 벗겨내실 때마다 무능한나의 살갗도 아팠지만 나는그 집이 뭐 여관인가 빈방에도 TV가 있게 하고 한 마디 해주었다. 책장에세계문학전집이나 한국문학대계라든가 니체와왕비열전이 함께 금박에 눌려 숨도 쉬지 못할 그 집을 생각하며 나는비좁은 집의 방문을 닫으며 돌아섰다. 가구란그런 것이 아니지 서랍을열 때마다 몹쓸 기억이나 좋았던 시절들이 하얀벌레가 기어 나오는 오래된 책처럼 펼칠 때마다 항상떠올라야 하거든 나는여러 .. 2021. 12. 8.
가정 가 정 - 박목월 - 지상에는 아홉 켤레의 신발 아니현관에는 아니 들깐에는 아니 어느 시인의 가정에는 알전등이켜질 무렵을 문수가 다른 아홉 켤레의 신발을. 내 신발은 십 구문 반 눈과 얼음의길을 걸어 그들 옆에 벗으면, 육문 삼의 코가 납짝한 귀염둥아귀염둥아 우리 막내둥아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얼음과눈으로 벽을 짜올린 여기는 지상 연민한 삶의길이여 내 신발은 십구문 반. 아랫목에 모인 아홉 마리의 강아지야 강아지같은 것들아 굴욕과 굶주림과 추운 길을 걸어 내가왔다. 아버지가 왔다. 아니 십구문 반의 신발이 왔다. 아니 지상에는 아버지라는 어설픈 것이 존재한다 미소하는 내얼굴을 보아라. -(1968)- 해 설 [개관정리] ◆ 성격 : 독백적, 상징적 ◆ 중요시구 * 지상 → 삶의 공간(현실세계) * .. 2021. 12. 8.
고향길 고향길 - 신경림 - 아무도찾지 않으려네. 내살던 집 툇마루에 앉으면 벽에는여직도 쥐오줌 얼룩져 있으리. 담너머로 늙은 수유나뭇잎 날리거든 두레박으로우물물 한 모금 떠 마시고 가윗소리요란한 엿장수 되어 고추잠자리새빨간 노을길 서성이려네. 감석깔린 장길은 피하려네. 내좋아하던 고무신 집 딸아이가 수틀끼고 앉았던 가겟방도 피하려네. 두엄더미수북한 쇠전 마당을 금줄기찾는 허망한 금전꾼 되어 초저녁하얀 달 보며 거닐려네. 장국밥으로허기를 채우고 읍내로가는 버스에 오르려네. 쫓기듯도망치듯 살아온 이에게만 삶은때로 애닯기만 하리. 긴능선 검은 하늘에 박힌 별 보며 길잘못 든 나그네 되어 떠나려네. -(1981)- 해 설 [개관정리] ◆ 성격 : 서정적, 향토적, 애상적 ◆ 표현 * 향토색 짙은 시어및 소재의 활용 .. 2021. 12.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