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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철현 칼럼(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등17

시연 시연試演5/배철현 3월 가평 야산에 핀 생강나무. 배철현 교수 제공 요즘 야산은 온통 봄을 준비準備중이다. 언덕에 올라가니 다른 식물 잎들은 아직도 말라비틀어진 채로 겨우 가지에 달려있거나, 바닥에 바싹 말라 웅크려져 있는데, 이 생강나무만은 예외다. 봄이 도래했다고 저 땅 밑에서 끌어올린 생명의 약동을 노란 봉우리를 터뜨리며 표현하고 있다. 김유정의 단편소설 [동백꽃]에 등장한 ‘노란 동백꽃’은 붉은 동백나무가 아니라, 생강나무의 노란 꽃을 의미한다. 봉우리에서 잎 하나를 조심스럽게 따서 손바닥에 대고 비비니, 진한 향기를 풍긴다. 사람들은, 아마도 그 미세하지만 강력한 냄새가 생강과 유사하여 ‘생강나무’라 불렀을 것이다. 생명의 탄생을 노래하는 봄의 약동과 생명의 소멸을 간직한 겨울의 죽음이 한 공간.. 2023. 4. 6.
산책 산책(散策)/배철현 언덕 아래를 바라보는 샤갈과 예쁜이. 배철현 교수 제공 우크라이나에서 수많은 사람이 부질없는 전쟁으로 이 추위에 떨고 죽어 나가고 있다는 사실에 처음에는 악어눈물을 흘렸지만, 지금은 머나먼 과거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미디어를 통해 6·25와 같은 우크라이나 참상을 전해 듣지만, 코로나가 가져온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우리에게 그런 소식은 마이동풍馬耳東風이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나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 말대로, 인간의 이타심이나 동정은, 자신이 언젠가 혜택을 받을 것을 기대하며, 투자하는 적금일 뿐인가? 설상가상으로 튀르키에와 시리아 지진으로 사만명 이상이 죽고 아직도 수십만명이 건물잔해에 깔려있다. 인간의 삶을 살만한 가치가 있는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튀르키에 지진보다 .. 2023. 3. 22.
인간의 위대한 여정 인간의 위대한 여정 -배철현 지구에는 76억명의 사람이 살고 있다. 맹수가 남긴 사체를 먹어가며 눈에 띄지 않게 겨우 살아가던 인류의 조상이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종이 되었다. 46억년의 지구의 긴 역사 속에서 고작 20만년 전에 등장한 호모사피엔스는 현재까지 살아남아 찬란한 문명사회를 이루고, 먹이사슬의 정점에 올라섰다. 인류는 어떻게 이렇게 번영할 수 있었을까? 배철현 교수는 에서 생명의 탄생부터 인간이 어디에서 시작됐고, 인류의 번영을 이끈 위대한 혁신과 놀라운 힘이 무엇인지 말하고 있다. ​ [빅뱅이 만든 위대한 혁신 : 생명체와 인간의 탄생] 인간은 동물이다. 인간은 동물, 식물을 포함한 생명체이다. 생명체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생명에 대해 그나마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빅뱅 이후 우주.. 2022. 6. 30.
비극의 줄거리 뮈토스 이기심을 넘어 자비로.. 비극은 자비를 훈련시켰다 # 비극의 줄거리 ‘뮈토스’는 낯선 사람들을 묶어주는 마술끈 우리 속 연민 유전자를 일깨우고 자비라는 행동으로 이어지게 해 세살배기 난민 쿠르디처럼 타향으로 도망쳐 온 이집트 여인들 비극 ‘탄원하는 여인들’을 보며 아테네 시민들은 비로소 여성 그리고 외국인 난민 입장에서 자기 자신을 보기 시작했다 2015년 9월 2일, 나는 신문에 게재된 한 사진을 보고 가만히 눈물을 흘렸다. 해변가에 한 어린아이 시신의 모습이다. 그 아이는 오른쪽 뺨을 모래사장에 댄 채 잔잔하게 밀려오는 흰 파도에 아랑곳하지 않고 바다를 향해 반듯이 누워있었다. 이 아이는 여느 아이처럼 밝은 붉은색 티셔츠와 남색 반바지를 입었고 고무 밑창이 달린 신발을 신고 있다. 두 팔은 가지런히 .. 2022. 6. 15.